유가족 이선원 씨 "아내 이름 이용말고 가족입장 생각해야""반올림 속한 유가족들 정신 차렸으면 좋겠다"


  • 반도체 직업병 논란과 관련해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을 향한 유가족의 일침이 눈길을 끈다.

    지난 28일 반올림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는 '이종란 노무사에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숙영아정준아사랑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글쓴이는 자신을 "故이숙영 씨 남편 이선원 입니다"라고 소개하면서 "애기엄마 故이숙영 씨 이름으로 어디서든 어떻게든 앞으론 안하셨으면 합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선후배든 아니든 언론뉴스, 보도자료 기사화가 안되었으면 합니다"라며 "반올림이란 단체에 애기엄마 故이숙영 씨 이름이 안나오길 부탁드립니다"고 말을 맺었다.

    이선원 씨의 아내인 故이숙영 씨는 광주여상 3학년 시절 삼성반도체에 입사했다.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그녀는 2005년 서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故이숙영 씨는 2007년 사망한 故황유미 씨와 2인 1조로 함께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2007년부터 8년간 반올림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반올림이 유가족의 어려운 처지를 감안하지 않고 삼성과의 협상을 방해한다는 생각에 다른 유가족과 함께 반올림에서 나와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를 꾸렸다. 가대위는 2015년 9월 별도의 보상창구를 마련했고, 이해당사자인 유가족 대부분이 조정위 권고안을 기초로 보상과 사과 문제를 받아들이면서 논란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선원 씨를 수소문해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씨는 "아내를 얘기하면 눈물만 나오는데 왜 자꾸 아픈 상처 건드리는지 모르겠다"며 "아내의 이름이 올라간 글들이 올라오는데 화가 나 카페에 글을 올렸다"고 토로했다.

    -반올림 카페에 글을 올린 배경.

    기분이 나빴다. 예전에 싸워서 반올림과 가대위가 분리됐다. 그런데 지금도 뭐라도 써먹으려고 하는지 계속 우리 가족의 이름을 사용하는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에 글을 올렸다. 

    화가 났다. 언제까지 남의 아내 언급하면서 아픈 상처를 건드릴지. 아내만 이야기 하면 눈물이 나온다. 근데 왜 자꾸 아픈 상처 건드리는지 모르겠다. 자신들이 뭔데. 몇 번이나 이야기했다. 아픈 상처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오죽하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려고 준비도 했다. 나도 피해자인데. 예전에도 싸운 적이 있다. 그 뒤로 서로 아는 척도 안하고 있다. 

    -오랜시간 같이 활동했던 반올림과 결별하게 된 이유.

    생계가 어려웠다. 나같은 경우는 집까지 팔아서 병원비 등에 썼다. 젊어서 모아놓은 돈 다 잃고 일용직까지 할 정도로 힘들었다. 그런 입장에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반올림은 말이 되지 않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빚은 빚대로 은행 돈 갚아가면서 지고 있는데 지칠만큼 지친거다. 반올림은 나와 황상기 씨에게 '이기면 20~25억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삼성을 상대로 이긴거 아니냐'고 하면서 터무니 없는 말들만 했다. 

    근데 솔직히 신뢰가 안갔다. 자신들만 믿고 기다려달라고 하는데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느냐. 그래서 우리가 합의하는 조건에 일단 사람이 살고 봐야하니 분리되서 가대위로 나왔다.

    -가대위 멤버들의 과거 인터뷰를 보면 반올림에 대한 분노가 느껴진다.

    그들은 자신들이 갑이고 우리는 갑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다. 가족이 먼저인데 자신들이 먼저라는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를 이용해서 자신들이 이득을 취하려고 한거다.

    반올림이라는 단체를 더 알리고 싶어하고 재판에서 이기면서 국회의원들의 힘을 얻고자 한 것 같다. 이슈가 되면 삼성이라는 골리앗을 이긴건데. 그렇게 되면 민주당이든 어디든 갈 수 있는거 아니냐. 그런걸 이용하려고 한건지 몰라도 그렇게 느꼈다.

    -반올림은 현재도 농성중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반올림은 반도체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서 서울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천막을 설치하고 539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반올림 농성하는 거 봤다. 솔직히 제 입장에선 쇼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반올림에 남아 농성하는 가족 중 한 사람이 예전에 '나오고 싶다. 합의하고 싶다'고 몇 번 물어 봤었다. 그런데 못 나오는게 거기서 생활비로 얼마씩 주고 그러니까 버텨달라고 생활비 주면서 그러니까 계속 있는거다.

    그 사람들이 왜 거기 있겠느냐. 생활비 받아가면서도 힘들다고 몇 번 문의했었다. 합의하고 싶다고. 명예훼손이나 사과하라는 건 두 번째다. 결국은 돈이다. 돈 한 푼 안 줄테니 사과하겠다고 하면 사과만 받고 끝날 거 같은가. 절대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 쇼하고 있는거다.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의원이 반올림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양향자 의원이 집 사람 고등학교 선배다. 그 사람이 무슨 죄인데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뭔가 해줘야하는 의무가 있나. 알아달라고 했으면 어느 정도까지다. 

    예전에 그쪽에서 나한테 전화온 적이 있었다. '가슴 아픈 일이다. 학교 후배'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었다. 자기가 반올림 때문에 입장이 난처해졌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한 번 만나기로 했다. 

    -지금도 반올림에 속한 유가족들이 있다. 

    그들은 정신차렸으면 좋겠다. 사과 받자고 그러는 건 아닌거 같다. 자기들이 피해보상금 합의가 안되니까 그러는 거다. 사과 받겠다는 말 말고 본심을 드러냈으면 좋겠다.

    -반올림에게 하고 싶은 말.

    더이상 유가족들에게 피해주지 말았으면 좋겠다. 진짜 유가족을 위한다면 유가족들 입장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유가족들이 진짜 바라는게 뭔지. 엉뚱하게 돈 얘기하지 말고. 가족들의 생계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타협이 되서 마무리가 돼야 할텐데.

    삼성이 보상해주고 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고 실제로도 대부분 이뤄졌다. 반올림이 돈을 더 뜯고자 하는거 같다. 그들은 사과가 중요한게 아닌거 같다. 

    어느 정도에서 끝냈어야 할 문제다. 10년이 넘게 진행되는 건 말이 안된다. 우리 아들이 100일 지나서 엄마를 떠나보냈는데 지금 그 아들이 12살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나는 삼성 측도 아니고 반올림 측도 아니다. 내가 보기엔 삼성도 노력하고 있다. 피해자들에게 빨리 보상해주려고 하고 있다. 삼성도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 반올림과 삼성을 놓고 본다면 삼성에 신뢰가 가는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