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오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건설 잠정 중단을 결정한다. 문재인정부의 탈(脫)핵 바람에 한수원은 떠밀리 듯 공사 중단 안건을 의결할 전망이다. 

다만 노조와 지역주민들이 배임·고발 등 책임 수위를 높이고 있고 시공사를 대상으로 한 보상안도 마련되지 않아 막대한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 국무회의→산업부 공문→한수원 공문…원안위 빼고 속전속결  

한수원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 여부를 결정하려 했으나 원자력안전법 위반 논란과 노조 반발까지 거세 이를 확정짓지 못했다. 

원자력안전법 제 17조에 따르면 원전 건설 일시 정지와 취소 결정 권한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갖고 있다. 원전 건설 중단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정부의 결정이 원자력 안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돼 '위법 사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위법 논란은 향후 시공사와의 계약해지 과정에서 막대한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점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한수원에 공사 중단 요청을 공문으로 보냈고 한수원은 이 내용을 토대로 시공사에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  

위법 논란이 가열되자 산업부는 "한수원이 국가 에너지 시책에 적극 협력할 포괄적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 "공익적 필요에 의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사 일시 중단을 요청해 위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 한수원 "배임 아니다" vs. 노조 "배임으로 고소"

정부가 적극적으로 위법이 아니라고 밝혔으나 노조는 '배임'을 주장하고 있다.

노조 측은 시공업체에 대한 피해 보상 등으로 회사 재정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사회 참석자 전원을 배임혐의로 고소한다는 입장이다. 또 건설중단을 반대하는 울산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도 이사회 의결 때 이사진을 형사고발한다는 계획이다.

한수원은 내부적으로 법률검토 결과 일시 건설 중단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형사상 배임에 해당할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한수원 법무실에서 작성한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중단 관련 법률 검토 자료'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로 공사 일시중단 결정을 하더라도 그로 인해 이사 본인 또는 제삼자가 이익을 취득하는 것은 아니므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형사상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손놓은 정부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은 이해당사자인 한수원 관계자, 건설사를 뛰어 넘어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학계와 시민단체, 정치권까지 가세해 논란은 갈수록 가열되는 모습이다.  

자유한국당 원전특위는 전날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에서 이관섭 한수원 사장을 만나 "부당한 방법으로 건설허가를 내준 경우가 아니면 원전 건설을 취소하거나 중지할 수 없다"면서 "이사회가 중단을 결정할 경우 이는 업무상 배임"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脫)원전 공약에서 시작된 원전 건설 중단 논란이 확산되고 있지만 청와대나 정부는 공론화에만 기댈 뿐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의 조속한 심사를 요청했을 뿐 원전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라며 신규원전 중단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