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새해부터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금융당국이 개입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 뉴시스
    ▲ 새해부터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금융당국이 개입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 뉴시스


새해부터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금융당국이 개입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경제수장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만난 '적극 대응'을 약속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부가 환율 문제에 개입했다간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협상을 앞두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 한미FTA 재협상 개시… 겨우 무역 흑자 줄였는데  

지금 현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통상마찰'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시점도 좋지 못하다. 미국이 지난해부터 요구해온 한미FTA 재협상이 곧 시작되는데 우리 정부가 환율 개입에 대한 시그널을 보내면 협상에서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유명희 통상정책국장을 수석대표로 한 우리 협상단은 현지시간으로 5일 오전 미국 워싱턴DC서 제 2차 개정협상에 돌입한다. 

지금껏 우리 정부가 한미FTA 재협상을 앞두고 미국의 통상압박의 빌미가 될만한 소지를 줄여온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 등을 거론하며 한미FTA 개정을 넘어 폐기까지 거론하며 통상 압박을 가해왔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겨냥한 세이프가드 규제도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무역에서 흑자를 너무 많이 낸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국산 수입을 크게 높여 지난해 대미무역흑자 규모를 전년 대비 22.7%나 감소시켰다. 

한미FTA 협상을 앞둔 정부 내에서는 무역흑자 축소로 환율조작국 지정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6개월마다 환율보고서를 통해 △대미 흑자 △경상수지 흑자 △일방적 지속적 환율개입 등 세가지 요건을 충족할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무역흑자·경상수지 흑자를 충족한 상태라  정부의 환율 개입이 들어가면 환율 조작국에 지정할 수 있다.   

조작국으로 지정되면 국제 수지 균형 조정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 한미FTA 재협상에서도 우리 측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진다. 우리나라는 현재 중국, 독일, 일본 등과 함께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돼 있다. 

◇ 원자재값 상승·수출기업 울상에 속수무책 

환율의 급격한 변동로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외환시장 내에서는 단기적으로 달러당 1000원이하로 하락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만일 세자릿수를 기록할 경우, 2008년 4월말 이후 10년 만이다. 

국제시장에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데다, 국내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남북 간 대화채널 복원 등 대북 리스크가 일부 완화되는 등에 따른 종합적인 결과다. 

원화 강세로 정부가 올해 목표로 제시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는 가까워질 수 있으나 문제는 수출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경제가 감당할 만한 환율 수준으로 1184원을 제시했다. 이보다 환율이 더 떨어지게 되면 수출 감소에 따른 경제회복세가 둔화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환율의 급격한 상승은 수출 중심의 제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게다가 원자재 가격도 나란히 상승하고 있어서 기업활동은 더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뒤따른다. 

환율 변동을 붙잡을 금융당국의 선택지는 별로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리 정부는 외화 반출 규제를 완화해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