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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신탁사 신규인가 추진… 업계 '좌불안석'

'지각변동' 앞둔 부동산신탁사, 위기감 확산… 두 곳 추가되나

부동산침체 실적저하 눈앞… 중소형사 부담가중 우려

성재용 2018-03-09 10:05:37

▲ 자료사진. 기사와 무관. ⓒ뉴데일리경제 DB


부동산신탁업계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추가 인가 방침을 밝히면서 대형금융사의 신탁업 진출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침체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신규진입에 따른 경쟁심화와 인력난 등이 우려되는 것이다.

부동산신탁업은 부동산은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거나 자금이 없어 관리나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소유자를 대신해 신탁사가 부동산을 개발·관리하고 그 기익을 소유주에게 돌려주는 제도다. 일반 금융사가 돈을 신탁 받아 운용한 뒤 수익을 배당하는 금전신탁과 동일한 개념으로, 금전이 아닌 부동산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시행사를 대신해 분양대금 등을 관리함으로써 기존 분양 계약자 보호와 서민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공적 기능도 갖추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2018년도 업무계획에 부동산신탁사 추가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는 부동산신탁업에 지난 10년 가까이 신규진입이 제한되면서 기존 11개사가 서비스 다양성 없이 시장과점을 누리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현재 신탁업을 영위하는 11개사는 △국제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무궁화신탁 △생보부동산신탁 △아시아신탁 △KB부동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코리아신탁 △하나자산신탁 △한국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이다.

금융위 측은 "부동산신탁업이 일종의 독과점 체계를 이루고 있어 이익률이 높고 특혜의 소지가 있다"며 "이제는 빗장을 열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집계 결과 지난해 11개사의 순이익은 모두 5061억원으로, 전년 3933억원보다 28.7% 늘었다. 매년 사상 최대치를 새로 쓰고 있다. 회사별 평균 순이익은 460억원이며 11곳 모두 100억원 이상 순익을 올렸다.

순이익뿐만 아니라 매출로 간주되는 수주 실적도 매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11개사의 수탁고는 178조원으로 집계돼 전년 155조원보다 14.6% 증가했다. △담보신탁 13조원 △관리형 토지신탁 6조원 △차입형 토지신탁 2조원 증가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그동안 신탁사들은 주택 경기가 급등하면서 대손부담은 줄고, 저금리에 따른 낮은 조달금리로 수익성이 크게 높아졌다. 앞선 정부가 부채질한 부동산 열기 속에서 호황을 만끽한 셈이다. 특히 2016년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큰 수익을 거뒀다.

시장에서는 지금까지의 전례를 감안할 때 최소 2곳 이상의 신탁사가 신규인가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곳만 인가를 내주게 되면 특혜의혹이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가장 마지막으로 신탁사 인가가 난 2009년에는 코리아신탁과 무궁화신탁 두 곳이, 2007년에는 아시아신탁과 국제자산신탁 두 곳이 인가를 받았다.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신탁사 설립에 관심을 보여 왔던 NH농협은행·미래에셋대우·메리츠금융지주 등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금융 경험이 풍부한 KTB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을 유력한 후보군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뿐만 아니라 건설사와 시공사 및 일반 제조업도 인가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금융사의 경쟁력을 더 우선시할 수 있다"며 "기존 부동산업계가 장악한 신탁업에 대형 금융사라는 새로운 '메기'를 집어넣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메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몇년간 호황을 누렸던 주택시장이 한 풀 꺾이면서 신탁사들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신규 신탁사가 진입하면서 수주 경쟁으로 인한 먹거리 감소, 신탁보수 하락, 인력난 등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상위권 신탁사보다는 하위권 신탁사의 경영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장 주택경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점이 최대 불안요소다.

한토신은 올 들어 경기 연천, 충남 태안, 전남 강진 등 4곳에서 신규분양에 나섰지만, 모두 청약 미달을 기록했다. 지난해 선보인 '포천신읍 코아루 더스카이'의 경우 청약자 '제로(0)'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경기 이천, 강원 동해 등에서도 줄줄이 참패를 면치 못한 바 있다. 대한토지신탁이 지난해 하반기 공급한 경기 안산시 '천년가 리더스카이' 역시 미달됐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8·2대책 이후 신탁업계 '투톱'인 한토신과 한자신의 주가도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양사 모두 지난해 7월24일 52주 최고가를 기록(한토신 3800원·한자신 9612원)했고 최근에는 신저가를 연일 갱신하고 있다. 한자신의 경우 지난 7일 종가가 6370원으로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최고가대비 33.7% 빠졌다. 한토신도 전일 2870원으로 52주 최저가를 다시 기록했다. 최고가에 비해 24.4% 떨어진 수준이다.

증권사가 제시한 두 기업의 목표주가도 하향세다. 지난해 8월 기준 한토신의 목표주가는 4700원이었으며 한자신은 1만2500원이었으나 최근 한토신은 4200원, 한자신은 1만500원 수준으로 낮춰졌다.

특히나 그동안 신탁사들의 핵심 수익 사업으로 내세운 차입형 토지신탁도 최근 부메랑이 되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위축되고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커지면서 지방에 사업지가 많은 신탁사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차입형 토지신탁이란 토지 소유자가 토지를 위탁하면 신탁사가 개발에 필요한 자금·공사 발주·관리와 운영 등을 맡은 뒤 발생한 수익을 나누는 사업 구조다. 때문에 사업장에서 미분양 등 손실이 날 경우 그만큼 리스크도 커지는 셈이다.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이자비용도 함께 부담해야 한다.

조성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차입형 토지신탁은 아파트 개발사업의 분양성과와 연동되는 높은 실적변동성을 가지고 있다"며 "규제 등 영향으로 부동산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공사대금 등 소요자금 충당을 위한 대출수요로 재무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성국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도 "올해 부동산신탁업 산업 전망도 부정적이고 등급 변경 가능성도 하향 압력이 우세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차입형 토지신탁의 취급 비중이 높은 신탁사는 사업장의 분양률·입주율 감소로 신탁계정대 제공 규모를 늘리는 동시에 여신의 건전성 하락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새 신탁사가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대규모 인력 빼가기를 시도할 경우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B금융투자 건설·부동산 담당 연구원은 "신규 신탁사가 설립되면 그동안 11개 업체가 나눠먹던 파이가 더 잘게 쪼개지기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수주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금까지의 고속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C신탁사 관계자는 "추가로 신탁사가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상위권 신탁사는 고급 인력과 그동안 축적된 경험이 있어 큰 영향은 안 받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자본력이 약하거나 사업 한 두 곳만 잘 못 돼도 흔들릴 수 있는 신탁사의 경우 인력이나 수주경쟁에서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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