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관행 탈피한 혁신적 인사…변화 감지BNK·DGB금융 외부인사 수장 구원투수로
  • ▲ 왼쪽부터 김태오 DGB금융 회장, 김지완 BNK금융 회장, 김한 JB금융 회장. ⓒ각 사
    ▲ 왼쪽부터 김태오 DGB금융 회장, 김지완 BNK금융 회장, 김한 JB금융 회장. ⓒ각 사
    말 많고 탈 많던 지방금융지주들이 수개월 만에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게 됐다.

    보수적인 지방금융지주에 은행장 경험이 없는 외부 출신 인물들이 자리를 꿰차면서 변화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신임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전날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거쳐 제3대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이로써 지난해부터 지방금융지주를 덮친 CEO리스크는 김지완 BNK금융 회장과 김태오 회장을 영입하면서 일단락됐다.

    눈에 띄는 것은 지역 금융사들의 보수적인 인사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출신부터 인맥·학맥으로 엮인 곳에서 외부 출신 인사가 자리했다는 것은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 관행처럼 여겨지던 은행장 경험에 대한 거리낌없이 그 자리를 거치지 않고도 다양한 경력과 비은행 부문 전문성에 더 초점을 맞춘 인선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지역적 한계에 부딪힌 지방금융의 영역을 확장하고, 그동안 물들었던 제왕적 지배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의도로도 해석된다. 

    전날 공식 취임한 김태오 회장은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지주에 오랫동안 몸담으며 하나HSBC생명 대표이사와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해 비은행 영역도 넓혔다. 35년간 금융생활을 이어온 잔뼈 굵은 인물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지완 BNK금융 회장은 뼛속까지 증권맨이다. 부국증권, 현대증권, 하나대투증권 등 다수 증권사의 사장직을 맡으며 탁월한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15년간 금융회사 CEO를 역임하며 증권가 최장수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특히 어지러웠던 BNK 조직을 잘 추스르고 최근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적 부문도 이를 입증한다. 지역 경기 부진에도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분기 순이익을 달성하며 지난해 적자 설움을 씻어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방금융 인선을 통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인물이 수장 자리에 오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역민들도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동안 고집했던 지역 연고 수장들이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린 만큼 외부출신 CEO에 대해 긍정적이다.

    두 지주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김한 JB금융 회장도 마찬가지다. 지역 연고가 아닌 그가 JB금융의 빠른 성장을 끌어낼 수 있던 것은 타고난 능력 때문이다.

    그도 증권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다수의 증권사를 거쳤고, 전북은행장에 선임된 뒤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주 회장으로 올라섰다.

    이후 광주은행을 인수한 뒤 전북은행장에서 자리를 옮겨 광주은행장을 겸임했으며, 현재는 지주 회장직만 맡고 있다.

    4대 금융지주사를 보더라도 다양한 은행 업무 경험에 은행장 역임까지 하면서 지주 회장에 안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지난해 신한은행장에서 지주 회장직으로 올라섰고,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올해 초까지 국민은행장을 겸임한 전력이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은행장에 증권 대표이사까지 맡았던 인물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수적이고 지역적 특색이 강한 지방금융에 은행장 출신이 아닌 인물이 수장자리에 앉는 걸 보니, 지역 금융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지난해 연이어 터진 악재로 지역 대표 금융기관의 위상이 흔들린 만큼 기존의 경영 마인드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