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수제 등 정부규제에 조합들 숨고르기실적 쌓은 중견사들 가세… 경쟁 '치열'
  • ▲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재개발 현장. ⓒ성재용 기자
    ▲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재개발 현장. ⓒ성재용 기자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이 하반기에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 들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한데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등 규제가 잇따르고 전면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시행과 정비사업 시공자 산정기준 개정 등을 이유로 정비사업 조합들이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물량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과열된 수주전 불법여부에 대한 조사 등에 따라 대형건설사들이 몸을 사리는 사이 성과를 올린 중견건설사들이 가세하면서 경쟁률이 더 높아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서울·수도권에서 시공자 선정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는 사업지는 10곳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대치쌍용1차 재건축 조합은 최근 사업시행인가 총회를 개최했고, 인가를 받는 대로 시공자 선정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 인근에 위치한 이 단지는 현재 지상 15층·5개동·630가구 규모로, 앞으로 지상 35층·9개동·1105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동작구 흑석11구역 재개발 사업도 연내 시공자 선정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조합은 일대 기존 다세대주택 등을 헐고 지상 최고 20층 높이로 총 1457가구를 신축할 예정이다. 한국토지신탁이 사업대행자로 선정됐으며 조합을 대신해 사업을 추진한다.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지도 하반기에 시공자 선정이 가능할 전망이다. 은평뉴타운과 인접해 있으며 지하 4층~지상 최고 23층 높이로 4140가구가 지어질 예정이다. 신축가구 수가 많은 만큼 컨소시엄 형태의 사업 참여가 예상되고 있으며 현재 현대건설을 비롯한 다수의 대형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산신탁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하고 신탁방식으로 추진 중인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도 조만간 시공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현대 대우건설이 가장 적극적으로 수주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가구 수가 2300가구에 달하는 만큼 다른 대형사들도 주목하고 있다.

    강서구 방화6구역 재건축 사업도 이르면 8월께 시공사 선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모는 541가구 신축으로 큰 편은 아니지만, 마곡지구 길 건너편에 조성되는 만큼 인프라가 탄탄하다는 평이다. 방화뉴타운 내에서 사업이 가장 빠른 구역으로, 현재 GS건설·현대산업개발·현대엔지니어링 등 3사가 주목하고 있다.

    경기에서는 과천주공5단지와 10단지가 시공사 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두 단지 모두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즉시 시공사 선정에 들어갈 전망이다. 과천주공 5단지는 기존 800가구를 헐고 1240가구로 신축할 예정이며 10단지는 기존 632가구에서 1339가구로 재건축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도 빠르면 하반기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조합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해 둔 상태다. 최고 30층 높이로 39개동·3314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가 지어질 예정이다.

    다만 이들 단지들이 일정대로 연내 사업을 진행할 지는 미지수다. 재건축 부담금 폭탄 논란의 첫 주자인 서초구 반포현대의 환수금 예상액이 통보된 뒤 조합원은 부담금 폭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상태다. 반포현대의 경우 당초 조합 측은 1인당 850만원가량을 제시했으나, 실제 산정된 부담금 예상액은 16배나 높은 1억3569만원에 달했다.

    전문가들도 예상액보다 높은 재건축 부담금을 통보받는 단지들이 많아지면 조합원간 갈등이 심화돼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강남 등 서울 주요 재건축 조합들 사이에서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사업을 유보하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도 가라앉은 만큼 일부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지들 역시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 ▲ '용마산역 쌍용예가 더클라우드' 견본주택 내. ⓒ쌍용건설
    ▲ '용마산역 쌍용예가 더클라우드' 견본주택 내. ⓒ쌍용건설

    여기에 최근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중견사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정비사업에서 꾸준히 수주를 이어온 중견사들이 서울은 물론,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에서 대규모 일반분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정비사업 단속으로 대형사들이 몸을 사리는 사이 중견사들은 가격경쟁력과 특화설계를 내세워 정비사업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토신이 인수한 동부건설은 지난달 과천주공12단지 재건축 사업인 '과천 센트레빌' 일반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과거 정비사업 강자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1순위 청약 결과 57명 모집에 1561명이 청약, 평균 2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앞서 쌍용건설도 중랑구 면목6구역 재건축 사업인 '용마산역 쌍용예가 더클라우드'를 성공적으로 분양했다. 쌍용건설의 이번 분양은 두바이투자청(ICD) 인수 후 첫 정비사업 일반분양이자, 서울지역에서 6년여 만에 실시된 것이다. 지난달 24일 진행된 1순위에서 75가구 공급에 1686명이 몰리면서 평균 22.4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그동안 정비사업 시장은 대형사들의 텃밭으로 여겨졌지만, 중소형 사업지에서 쌓아온 수주 경험으로 대규모 사업지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최근 정비사업 수주 경향을 보면 중견사들이 대형사의 턱 밑까지 따라 붙을 정도로 탄탄히 자리 잡아 가고 있다"며 "수도권과 지방의 경우 중견사들이 잇달아 알짜 사업지를 수주하고 있어 유명 브랜드를 자랑하는 대형사들도 안심할 수 없는 기조가 형성됐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건설사들의 전반적인 수주 액수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초과이익환수제 부활로 연내 시공사 선정을 계획했던 조합들이 사업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우건설이나 현대산업개발과 같이 지난해 수주액보다 올해 수주 목표를 낮춰 잡은 건설사들도 꽤 된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환수제 영향으로 올해 일감은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수주량이 크게 줄면서 사업성이 높은 일부 사업지에는 경쟁자가 많아지면서 수주 목표도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