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가들, 다운스트림 투자로 저유가 타개 모색발주량 증가 조짐·정부 수주지원 활동 지속… "수주 기대"
  • ▲ UAE 아부다비 유전 공사 현장. ⓒ연합뉴스
    ▲ UAE 아부다비 유전 공사 현장. ⓒ연합뉴스
    국제유가 상승에도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수주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UAE를 중심으로 중동 국가들의 다운스트림 분야 투자 확대와 정부의 해외수주 지원이 맞물리면서 내년부터 중동 수주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액은 올 들어 현재까지 7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5달러보다 28.0% 감소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100억달러 이상을 기록하면서 강세를 보였던 중동 시장의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의 수주 부진은 원유 가격 약세가 지속되면서 산유국들의 재정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2014년 7월 100달러 선이 붕괴된 후 2016년 20달러대까지 내려앉았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70달러를 돌파하는 등 유가가 회복 중인데다 중동 국가들의 석유화학 플랜트 투자가 확대되면서 국내 건설업의 해외수주액이 성장세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세련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중동의 석유화학 플랜트 설비 증설에 대한 의지와 아시아 지역 정유설비 발주 확대되고 있다"며 "저유가 흐름이 지속되면서 산유국들이 어려움을 겪자 정유·화학 분야로 투자하고 있는데다 정제설비 이익이 커진 정유사들의 투자 확대와 아시아 지역의 수요 확대로 증설 계획이 크게 잡혀 있다"고 말했다.

    중동 국가 중에서도 UAE의 경우 향후 5년간 원유 탐사 및 생산 이후 단계인 다운스트림 투자를 확대한다고 밝히면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건설사의 올 들어 현재까지 UAE 수주액은 5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7배 늘었다. 중동 전체 수주액의 71.0%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전체 국가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많은 금액이다.

    여기에 정부의 수주 지원 활동까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UAE를 방문한데 이어 5월 산업통산자원부가 UAE 정상 순방을 통한 주요 프로젝트 수주 지원을 위해 'UAE 다운스트림 투자포럼'을 계기로 민관합동 사절단을 파견했다. 산업부는 연내 UAE 수주사절단 파견을 또 한 차례 계획 중이다.

    앞서 UAE 국영석유회사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는 지난 5월 아부다비 서부의 루와이스 지역을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단지로 확장하고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현재의 세 배로 증가시키는 등 109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절단 파견을 통해 아부다비 고위급 인사와의 면담을 추진하고 국내 건설사의 기술력과 시공능력 등을 적극 홍보해 입찰 초청 협조 등 수주 지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UAE를 중심으로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국가들의 재정 여력이 개선되고 있어 내년부터 프로젝트 발주가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장문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UAE에서 시작된 발주 사이클이 중기적으로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로 확대될 전망이며 알제리와 이라크 시장 역시 발주 개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이 지역에 강점을 가진 국내 EPC 기업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현재 유가가 내년까지 지속된다면 중동 등 산유국의 재정상태도 회복돼 신규공사 중심의 발주가 나올 것"이라며 "유럽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인 만큼 고부가가치 사업인 다운스트림 관련 프로젝트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