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논란 불거진 상황서 가격인상 단행… 품목·가격·시기, 가맹점주 협의 정말 거쳤나
  • BBQ 로고.
    ▲ BBQ 로고.

    지난 주말 치킨 프랜차이즈 BBQ가 기습 가격인상을 단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BBQ의 대표 제품인 후라이드 제품 '황금올리브'를 포함해 3가지 품목에 대해 최대 2000원을 인상하기로 한 것이다. BBQ는 앞서 두차례나 가격인상을 시도했다 실패했다. 이런 전적 때문일까. 가격 인상 시기를 급박하게 잡은 것은 이번에야말로 꼭 가격 인상을 하고말겠다는 본사의 의지로 비춰진다. 문제는 BBQ의 가격인상이 하필 지금,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최선이었냐는 점이다.

    BBQ의 황금올리브는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자메이카 통다리는 1만7500원에서 1만9500원으로, 써프라이드 치킨은 1만8900원에서 1만9900원으로 올랐다. 치킨 가격의 마지노선이라고 불려온 2만원을 간신히 넘기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BBQ의 가격인상을 둘러싼 반응은 냉담하다. 현재 BBQ는 윤홍근 회장의 자녀 유학비용 논란으로 모 방송사와 소송전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5년 이상 전쟁을 벌여온 bhc치킨과 다시 소송전에 불을 붙였다.

    이뿐만 아니다. 윤학종 전 대표가 얼마 전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고, 내부 직원들의 연이은 이탈 등으로 구설수에 올라있다. 얼마 전에는 본사의 갑질 논란이 제기되기도 해 불매운동 바람이 부는 등 소비자들의 인식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BBQ로서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결정된 가격인상이 좋게 보일 리 없다.

    BBQ 가맹본부 측은 이번 가격인상이 가맹점주들의 끊임없는 요구로 인해 결정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한다. 가맹점주 일부로 구성된 동행위원회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라는 뜻이다. BBQ 본사 측은 또, 소비자 가격은 인상하지만 가맹점 납품가는 그대로 유지해 수익을 가맹점이 가져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맹점 측의 주장은 다르다.

    한 BBQ 가맹점주는 "가격 인상에 대해 전혀 들은 바 없이 통보받았다"라며 "가격인상에 대한 논의를 해왔던 것은 맞지만 품목과 가격, 시기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가맹점주는 "동행위원회를 거쳤다고 했지만 동행위원조차 모르는 가격 인상 단행"이라며 "꼭 올해 이렇게 (급하게) 올렸어야 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올리브 오일이 한 통 당 5000원씩 인상되고, 파우더가 봉 당 1200원(박스 당 4800원·마리 당 60원), 신선육이 6000원인데 내용을 모르던 가맹점주들은 갑자기 인상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같은 올리브유를 쓰는 바삭칸치킨은 왜 그대로인지, 품목과 시기 등에 대한 설명이 일절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BQ 본사 관계자는 "올리브오일, 파우더, 신선육 등의 납품가격 인상이 논의된 바는 있지만 동결하기로 최종 결정됐다"며 "인상 계획도 없다"고 반박했다.

    BBQ가 동행위원회라는 거창한 상생 협의기구를 만들어두고도, 가맹점주와 엇박자를 내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가맹점조차 설득하지 못하고, 가맹점에게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가격인상이 소비자들에게 이해받을 수 있을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이와 반면 지난 15일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한 또 다른 업체가 있다. 바로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다. 이디야는 다음달 1일부터 일부 음료의 가격을 최대 15%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디야를 바라보는 소비자 시선은 조금 다르다.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만 봐도 이디야 가격 인상에 대해 "진작 올렸어야 했다", "이디야는 인정", "이제야 올리네 속이 다 시원하다" 등의 글이 올라있다.

    이디야 역시 가맹점 납품가는 올리지 않았다. 가맹점에게 수익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상생 전략이다. 이디야는 지난 8월에 일부 원부재료 가맹점 납품가를 15~30% 낮추기도 했다. 이디야는 가격인상을 단행하기로 했지만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됐다. 보름 전 가격인상 계획을 공표하며 신중한 결정이었음을 알게 하고, 납품가 동결로 상생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디야와 BBQ의 가격인상을 둘러싼 반응의 온도차는 극명하다. BBQ는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가격 인상을 하고, 배달비를 받을 때 눈치보기에 바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BQ의 이번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상생이라는 허울 좋은 단어 뒤에 숨어 본사 마음대로 가격을 움직이는 독단이 위험한 이유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BBQ가 가맹점의 요구를 받아들여 가격 인상을 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품목이나 시기 등을 봤을 때 정말 가맹점과 논의를 제대로 거쳤는지는 의문"이라며 "상생을 하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가격 인상이라는 중대한 계획조차 가맹점과 공유되지 않았다면 어떤 소비자를 납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