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05년 금리차 역전 이후에도 글로벌 위기 일어나증권가 “경기 침체 가능성 있으나 당장 위기 해석은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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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국채의 장기-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면서 시장에는 또다시 침체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증권가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신중론과 장기적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비관론이 대립 중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채권시장에서 5년물 국채 금리는 2.791%를 기록, 2년물(2.799%)과 3년물(2.808%)을 밑돌았다. 특히 2년물과의 역전은 11년 만이다.

    10년물도 전날보다 0.07% 떨어진 2.91%를 기록하며 단기물과의 간격을 좁혔다.

    통상 장기채권의 금리는 단기물보다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만기가 늦은 장기물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가격이 낮고(금리가 높고) 단기물의 경우 반대로 가격이 높다(금리가 낮다). 하지만 경기가 악화될 조짐이 보일 땐 장기물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금리도 낮아지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이번 금리 역전이 글로벌 경기 침체를 시사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를 뉴욕 증시도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4일 뉴욕 3대 지수는 모두 3% 이상 급락하며 얼어붙었다. 

    미중 무역분쟁 협상이 ‘90일간의 유예’를 선언하면서 일시적으로 반등했음에도 불구, 금리 역전이라는 강력한 신호 앞에 투심이 다시 약화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불안감은 더 가중되고 있다. 지난 5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국채금리 10년물과 3년물의 스프레드가 15.7bp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6년 9월 이후 가장 좁은 차이다.

    장단기 채권 금리 스프레드 축소는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만큼 미국발 리스크가 국내까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앞서 발생한 장단기 금리역전 이후에는 세계적인 위기가 찾아오곤 했다. 1998년 발생 이후에는 IT 버블 붕괴가, 2005년 이후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하지만 신중론도 있다. 미중 무역협상 진전 등 다른 이벤트에 따라 국면이 달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조병헌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장단기 금리차 축소의 흐름을 살펴보면 단기금리의 급등이 아닌 장기금리의 빠른 하락이 빚어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며 “급격한 리세션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완만한 성장률의 둔화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미국 증시에 대한 모멘텀 축소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여전히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지만 미국 예산안 통과, 무역협상 진전 등에 따라 리세션 공포도 제어될 수 있다”며 “글로벌 증시가 동반 하락하는 것이 아닌 US에서 Non-US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도 출현하게 될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장단기 스프레드 축소가 경기의 속도조절 시그널이라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최근 미국 경기 국면대비 과도하게 축소됐다는 판단이며 이를 단기간 내 미국 경기의 침체 전조로 해석하는 것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미 연준의 금리인상 조기종료 사이클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