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조직 개편 마무리상장 가능성에 현대건설 합병설도 '부상'
  • ▲ 서울 종로구 소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이성진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이성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로 개편되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자금 마련을 위해 정 수석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ENG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20일 현대차그룹은 2019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현대·기아차 183명, 계열사 164명 등 총 347명 규모의 임원 승진인사를 발표했다. 지난해 310명보다 11.9% 늘어난 수치다.

    이번 인사는 리더십 변화 폭 제고와 차세대 리더 후보군 육성을 위해서라는 것이 현대차그룹 측 설명이다.

    앞서 이뤄진 사장단 인사에서도 그룹을 이끌어왔던 인사들이 2선으로 대거 물러나면서 정 수석부회장 체제로 세대교체가 이뤄진 바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몽구 회장을 보좌하던 그룹의 핵심 임원들이 2선으로 물러나고, 정 수석부회장 중심의 세대교체를 통해 그룹 경영체계를 새롭게 정립했다"며 "취임 3개월 만에 명실상부한 '정의선 체제'를 갖춘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수석부회장 중심으로 재편된 가운데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지배구조는 정 수석부회장→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수직 구조다. 이를 위해서는 현대모비스의 주식 확보가 절실하다. 현재 현대모비스의 지분은 기아차(16.8%), 정몽구 회장(6.96%), 현대제철(5.66%), 현대글로비스(0.67%) 등이 보유 중이다.

    이에 정 부회장이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을 처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분 19.4%를 보유한 현대오토에버는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대오토에버는 그룹의 시스템통합(SI) 업체로, 상장이 이뤄질 경우 정 부회장의 실탄 확보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대ENG의 상장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ENG 지분 11.7%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장외 시장에서 현대ENG의 호가는 70만원에 달한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오토에버를 내년 상반기에 상장하기로 결정하면서 정 수석부회장이 지분을 보유 중인 현대ENG 상장 가능성도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현대ENG는 그룹 일감을 전담했던 현대엠코를 2014년 흡수합병하면서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실제로 합병 전인 2013년 연결 기준 매출은 2조5899억원에 그쳤지만 이듬해 5조6675억원으로 급증했다. 2015년 7조4037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6조2682억원까지 줄어드는 등 최근 감소세지만 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순항하고 있다.

    모회사 현대건설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직접 상장하는 방식은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요구되지만 합병은 주주의 동의만으로 추진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그룹의 핵심 브레인으로 꼽히는 정진행 현대차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친정인 현대건설로 복귀한 데다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합병설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2011년 김창희 부회장을 마지막으로 총괄 사장제를 도입해왔다. 7년 만에 부회장직이 부활한 것으로, 그룹에서 적지 않은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복귀가 진척이 없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함이라는 분석과 함께 그룹이 경영승계를 앞두고 있는 만큼 현대건설과 현대ENG 합병 등을 준비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서 '재무통'으로 알려진 박동욱 사장이 업계 최장수 CEO였던 정수현 사장 자리를 맡으면서 합병을 위한 디딤돌을 놓았고, 정 부회장의 복귀로 합병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정 부회장은 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 인수 등 주요 M&A를 주도한 바 있다.

    김평모 애널리스트는 "현대ENG의 경우 직접 상장하는 방식 외에도 대주주 현대건설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 가능성이 있다"며 "현대차그룹 대주주 일가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취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 수석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의 상장은 그룹 지배구조 개선안을 원할하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