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여론 격화…은행 임추위 결정 부담감↑은행 임원진 및 상공회의소 '겸직체제' 지지김태오 회장 "최고 후계자 육성 후 떠날 것"
  • 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 ⓒDGB금융지주
    ▲ 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 ⓒDGB금융지주
    회장과 행장 겸임을 반대해온 대구은행 이사회가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은행 임원진과 지역 대구상공회의소가 겸직체제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막중한 결정에 부담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15일 오후 4시 예정됐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오는 18일 오후 4시로 연기했다. 

    은행 내·외부에서 겸직 체제에 대한 찬반여론이 뜨거운 만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조직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뜻은 지주와 은행이 같은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 내 지지 여론 형성…"직무대행체제 벗어나야"

    앞서 DGB금융 이사회는 지난 11일 자회사 최고경영자추천후보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오는 2020년까지 김태오 회장의 대구은행장 한시적 겸직을 추천했다.

    지난 4월 회장과 행장 겸임 체제를 분리해 선임키로 했지만, 결정을 번복하는 질타를 감안하면서까지 리스크가 있는 후보자를 선임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지주 이사회는 "그동안 품고 있던 잘못된 기업문화, 내부갈등, 파벌싸움 등이 시발점이었으며, 이러한 갈등이 한꺼번에 터져버린 것"이라며 "대구은행 사태의 과거 잘못된 연결고리를 끊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인물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지주의 이러한 결정에 따라 지역 내에서도 지지 여론이 모아지면서 은행 임추위가 겸직 수용을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대구은행 임원진은 전날 이례적으로 자추위의 결정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겸직 체제에 공감하며 찬성표를 날린 것이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10개월간 이어진 은행장 장기 부재는 종결돼야 하며, 은행의 안정과 발전이 최우선"이라며 "임원들은 현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100년 은행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지역 최대 상공인 협의체인 대구상공회의소도 직무대행체제를 청산하고 경영 정상화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겸직이 향후 뛰어난 은행장을 양성하기 위한 한시적인 조치이며,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한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며 "겸직체제가 힘들게 결의된 만큼 은행이 뜻을 모아 더 단단한 조직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은행 직원 2000여명으로 구성된 제1노동조합은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 노조는 "은행 사외이사들의 무능한 판단에 실망했고, 법적·도덕적 흠결이 있거나 고질적인 파벌 부활 우려가 있는 부적합한 후보를 추천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주 사외이사들은 이번 결정이 조직을 위한 것이라는 걸 직원과 지역사회에 증명하고, 지속해서 설득하는 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며 "겸직 생각이 없다던 김 회장이 말을 바꾼 부분에 대해서는 직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 이사회·제2노조 "또다시 권력 독점 우려"

    은행 이사회가 반발하는 부분은 분리경영 약속 파기와 김 회장의 셀프 연임, 최고경영자의 권력 독점이다. 은행 이사회와 제2노동조합은 지역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출신 은행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3급 이상 은행 간부 100여명으로 구성된 제2노조는 "겸직 결의는 직원 및 지역사회와 합의한 약속을 어긴 것이며, 자추위에 이해 당사자가 개입했으므로 회의 결과는 무효"라며 "은행 임추위는 지난 9일 겸직 불가를 만장일치로 결의한 것에 따라 부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주 이사회는 과거 회장과 행장 겸직체제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지난 6개월간 사외이사 제도 등 지배구조 선진화 작업과 함께 투명하고 객관적인 인사시스템이 마련된 만큼 권력 집중에 따른 폐단이 발생한 개연성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GB금융은 권력 독점을 막기 위해 사외이사를 주주 및 서치펌 추천, 외부 인선자문위 검증을 통해 경영진 측근이 아닌 독립적인 전문가들로 선임하고 사외이사도 5명에서 7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주 이사회는 "회장-행장 분리를 기본원칙으로 선발작업을 해왔기에 또다시 겸직이라는 결정은 부담이었다"면서도 "은행장 공백 지속 혹은 직무대행 상황에서의 체제 분리는 의사결정의 혼란과 불필요한 자원의 소모 등으로 인해 그 어떤 것도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태오 회장은 전날 사내방송을 통해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DGB 혁신을 위해 논쟁과 갈등을 종식시키고 대외적인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한시적인 기간 동안 최고의 은행장을 육성한 후 미련 없이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리적인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순수 혈통 은행장을 양성하고 학연과 지연에 얽매이지 않는 투명한 인사와 함께 내부 인재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파벌문화와 권위적인 기업문화 근절을 통한 DGB만의 건전한 기업문화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장과 행장 겸직을 수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과거와의 단절과 책임경영이라는 대의를 충족할 만한 후보가 없었고, 직무대행체제 지속도 조직 안정화와 DGB 발전이 늦어지므로 겸직을 수락할 수 밖에 없었다"며 "기존 분리경영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