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한신 등 신규 분양 호조 기반 영업성적 '합격점'지속적인 주택시장 침체 시그널에 공공부문 등 사업다각화 나서
  • ▲ 자료사진.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성재용 기자

    신규 분양시장을 바탕으로 한 중견건설사들의 실적 호조세가 지난해까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미 부동산 침체 시그널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서 IMF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한 학습효과가 있었던 만큼 주택리츠시장이나 민자 사업 등으로 눈을 돌려 선제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8일 시공능력평가액 1조6000억~2조원대 건설기업 4곳의 지난해 잠정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매출은 9조7693억원, 영업이익 7728억원 등의 영업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 6183억원에 비해 24.9% 뛰었으며 매출은 9조274억원보다 8.21% 늘어난 수준이다.

    태영건설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9.2%, 16.0% 증가했으며 한신공영은 8.02%, 56.6% 늘어났다. 계룡건설산업도 매출 2.12%, 영업이익 32.1% 확대된 반면 두산건설의 경우 매출은 0.77% 증가하면서 외형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대규모 빅배스 단행으로 521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이처럼 중견사들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2014년 하반기 이후 이어진 신규 분양시장 호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활황기를 이어가던 부동산시장이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들이닥친 잇단 규제책으로 극심한 침체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분양경기실사지수(HSSI)를 보면 2월 전국 HSSI 전망치는 64.3으로, 1월에 비해 2.9p 하락했으며 서울 전망치 78.1의 경우 조사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HSSI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어가 분양 중에 있는 단지의 분양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김덕례 주산연 주택연구실장은 "기타 지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고착화되는 가운데 서울시장에 대한 기대감 역시 약화되면서 분양사업 경기에 대한 침체 인식이 전국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며 "지난해 예정됐던 분양물량이 연초에 일시적으로 집중될 수 있는 만큼 분양사업 추진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서울에서 1년여 만에 1순위 청약 미달 사례가 발생하면서 서울의 '청약 불패'가 깨졌다. 서울 1순위 청약 미달은 2017년 12월 구로구 '항동지구 우남퍼스트빌' 이후 13개월 만이다.

    지난달 선보인 광진구 소재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는 1순위 청약에서 전체 공급량 730가구의 10.1%인 74가구가 미달됐으며 이튿날 진행된 2순위에서도 완판 되지 못한 채 청약일정을 마쳤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도 "이 단지의 경우 고분양가가 청약 흥행 실패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시기적으로 분양시장이 위축된 것도 맞다"며 "수요자들이 청약에 신중해지면서 청약 열풍과 같은 과열 양상은 사그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 자료사진. 인천 검단신도시 택지 조성 현장.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인천 검단신도시 택지 조성 현장. ⓒ성재용 기자

    중견사들의 성장세는 뚜렷하지만, 장기적으로 주택경기 침체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주택시장에 치중된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가 절실해지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주택시장이 침체되더라도 대형건설사들의 경우 SOC·해외수주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잘 돼 있어 버틸 여력이 있지만, 중견사들은 주택사업에 편중된 경우가 많아 타격이 크다"며 "사업 영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한 기업 이미지 제고와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영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공공투자, 공공건설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며 "공공투자 중에서도 특히 늘어날 것으로 예정하고 있는 생활형 SOC 부분 및 도시재생사업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견사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민간기업 합작품인 '주택개발리츠' 사업에 발을 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1호 사업 '의정부 민락 푸르지오(2013년 분양)'의 가시적인 성과 이후 관심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는 곳은 우미건설이다. 우미건설은 6월 주택개발리츠로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에 짓는 연립·단독주택을 분양할 계획이다. 총 527가구(연립 299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우미건설의 주택개발리츠 첫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우미건설 측은 "자체사업과 도급이 양대 축이었던 주택 공급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 주택개발리츠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이미 10개 이상 주택 단지 공급이라는 실적을 가진 개발리츠의 사업성에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고 말했다.

    주택개발리츠는 공공(LH)과 민간(건설사-금융사)이 이익과 위험을 공유하는 사업 방식이다. 사업성이 낮아 건설사들의 관심이 적었던 택지를 사업지로 삼는다. 주택을 지은 뒤 미분양이 발생하면 LH가 사들여 공공임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민간사업자가 떠안아야 할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점이 있다.

    LH 측은 "주택개발리츠는 LH의 미분양 토지 매각, 건설업체의 자금 부담 없는 주택사업, 투자자의 적정 수익률 확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공공-민간 윈윈' 사업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코오롱글로벌도 연내 한 건 이상의 실적을 낸다는 계획이다. 세부사항은 협의 중이지만, 올해 주택사업계획을 통해 이 리츠의 활용 의지를 확실히 했다.

    호반건설, 신동아건설 등도 주택개발리츠 사업 입찰에 꾸준히 명함을 내밀고 있다. 실제 이들 건설사는 지난해 사업자 선정을 진행한 경기 김포시 마송지구와 경기 파주시 운정지구 내 주택개발리츠 사업 공모에 나선 바 있다.

    또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와 장기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민간투자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한다. 이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임대형 위주로 민자 사업을 수행, 장기적으로 제안사업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주택분양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본격화한 신세계건설은 민자 시장에도 꾸준한 관심을 두고 있다. 아직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주저하지 않고 민자 시장에 뛰어들 기세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언제'라고 시기를 못 박을 수는 없지만, 민자 사업에도 참여할 게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건설도 마찬가지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현재 주택·건축 부문에서는 공공과 민간 분야를 가라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점차 임대형 및 수익형 등 다양한 민자 사업으로 활동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