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순환출자 고리 해소 '카운트다운'합병시 내부거래까지 해결… 정몽규 회장 지배력도 강화
  • ▲ HDC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있는 서울 용산구 소재 '아이파크몰'. ⓒ이성진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있는 서울 용산구 소재 '아이파크몰'. ⓒ이성진 기자
    HDC그룹이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로 본격 전환하면서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 기업인 계열사 HDC아이콘트롤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이콘트롤스의 HDC 지분 매각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일감몰아주기 논란까지 해결할 수 있는 합병설이 이전부터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여러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HDC는 지난해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면서 내년 9월까지 그룹 내 순환출자를 모두 해소해야 한다.

    HDC그룹은 지난해 5월 투명하고 효율적인 경영구조를 확립하고 사업 특성에 맞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기존 현대산업개발을 지주사 HDC와 사업회사 HDC현대산업개발로 분할했다.

    이후 HDC는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HDC현산 주식의 공개매수 등을 추진했다. 자회사 지분 총액이 전체 자산의 50% 이상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HDC현산의 지분을 7.03%에서 32.9%까지 끌어올린 HDC는 지난해 9월 지주사 요건을 충족했다.

    지배구조 개편에 마지막 과제는 순환출자 고리 해소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으며 지주사로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에게는 순환출자를 해소할 수 있도록 2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있다.

    앞서 HDC아이서비스가 보유한 HDC현대EP 지분을 처분해 'HDC현산→아이서비스→현대EP→아이콘트롤스→HDC현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지만 아직 3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남았다.

    HDC가 지분을 보유한 아이서비스, HDC아이앤콘스, 현대EP가 아이콘트롤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아이콘트롤스가 HDC, HDC현산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순환출자의 핵심이다. 즉 어떤 방법으로든 아이콘트롤스가 보유한 HDC 지분을 처리해야 하는 셈이다.

    박형렬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HDC의 순환출자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이콘트롤스가 보유한 HDC와 HDC현산에 대한 지분이며 향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 중 HDC와 아이콘트롤스의 합병이 이전부터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 경우 아이콘트롤스가 지속적으로 지적받던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도 자유로워진다.

    아이콘트롤스는 매년 50% 이상의 내부거래를 바탕으로 외형을 꾸준히 키워왔다. 2015년 1745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719억원으로 55.8%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내부거래 비중은 70%에 달했다.

    현행법상 상장사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기업의 내부거래가 12% 또는 200억원 이상의 경우만 규제하고 있어 규제 대상은 아니다. 최대주주인 정몽규 HDC 회장의 아이콘트롤스 지분율은 29.9%다. 정몽규 회장의 지분율은 당초 43.7%에 달했지만 2015년 상장 과정에서 지분율 변동이 이뤄졌다. 이는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 ▲ 정몽규 HDC그룹 회장. ⓒHDC현대산업개발
    ▲ 정몽규 HDC그룹 회장. ⓒHDC현대산업개발
    하지만 지난해 공정위가 사익편취 규제와 관련해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상장 여부와 상관 없이 20%로 일원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황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정 회장의 알짜 회사인 아이콘트롤스 지분 처분도 불가피하다. 정 회장은 지난해 아이콘트롤스 배당으로만 12억원을 챙긴 바 있다. 

    HDC와 합병하면 순환출자 고리 해소는 물론 내부거래 매출이 희석돼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또 정 회장의 HDC 지배력도 보다 강화된다.

    오경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대주주의 HDC 지배력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아이콘트롤스와의 합병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합병의 경우 합산 가치 증가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합병에 따른 리스크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HDC와 아이콘트롤스의 합병 방안은 여러 가지 잡음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선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HDC가 자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아이콘트롤스 지분을 모두 매수한 후 아이콘트롤스가 보유한 HDC와 HDC현산 지분을 HDC 또는 제 3자에게 매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 회장의 HDC 지분 추가 매입으로 특수관계인 지분이 35.9%까지 오르는 등 아이콘트롤스의 지분 공백을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관 변경이나 이사 또는 감사 해임, 자본금 감소, 합병 및 분할 등의 '특별결의'를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아이콘트롤스가 보유한 HDC 지분 1.78%가 빠져도 특수관계자 지분은 34% 이상을 유지하게 된다.

    이와 관련, 아이콘트롤스 관계자는 "합병을 통한 시너지가 있다면 추진하겠지만 현재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HDC현산 측도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에 대해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