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 경쟁력 잃자 브랜드 이미지 내세우고 체험형 공간 확보
  • ▲ ⓒ홈플러스
    ▲ ⓒ홈플러스

    최근 임대료 상승과 배송 경쟁력 강화 등 유통업계의 오프라인 생태계를 파괴하는 요인이 연달아 발생했다. 임대료가 크게 상승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유지가 쉽지 않은데다 배송 시장의 확대로 인한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 사용 수치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문을 닫는 오프라인 매장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매장 유지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데다 미세먼지 등의 여파로 소비자들의 발길은 뜸해지고, 전망 역시 밝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유통업계에서는 '오프라인 매장 혁신' 움직임이 일어났다. 오프라인 매장만의 장점을 살려 소비자들의 발길을 다시 돌리겠다는 의지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광고 효과가 엄청나다보니 이를 겨냥한 컨셉스토어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온라인 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체험형' 공간 만들기에 나섰다.

    이마트는 '전문점' 확대를 꾀하는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매장 체류 시간을 늘리고, '미래형' 매장을 도입하는 등 오프라인 매장 혁신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마트가 최근 5년 새 선보인 전문점 유형은 10가지가 넘는다. 노브랜드 전문점은 빠르게 수를 늘려 100호점을 넘어섰고, 자체상표(PB)인 피코크 전문점 확장에도 나섰다.

    현재 '삐에로쑈핑', '일렉트로마트', 'PK마켓', '베이비서클', '토이킹덤' 등 주 타겟층과 주요 판매 라인을 다르게 한 다양한 전문점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말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에 30개월만에 이마트 신규 매장 '의왕점'을 개점했다. '미래형 오프라인 할인점'이 콘셉트다.

    이마트 의왕점은 종이 가격표 대신 전자가격표시기 등을 전면 도입해 '페이퍼리스 디지털 매장'으로 운영된다. 매장 내부의 종이 가격표는 전자가격표시기로 대체되고, 포스터와 현수막 대신 '디지털 사이니지'가 사용된다. 이마트는 동일 규모 이마트 점포 대비 종이 사용량을 20%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 서비스 안내로봇 '트로이(Tro.e)'도 시범운영된다. 트로이는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주행 로봇으로 매장 및 입점 상품 안내와 함께 상품 진열 장소까지 고객을 에스코트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의왕점은 할인점 매장을 대폭 압축하는 대신 전체 매장 면적의 절반을 전문점 중심으로 구성하는 변화를 추구했다. 전체 매장면적의 절반인 지하 2층에는 재구매 빈도가 높은 식료품 중심의 할인점이 배치된다.

    나머지 영업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하 1층에는 일렉트로마트, 삐에로쑈핑, 데이즈, 부츠 등 이마트 전문점과 함께 서적을 중심으로 한 큐레이션 문화공간 '컬처라운지'도 꾸려졌다.

    이두섭 이마트 개발담당 상무는 "매장 혁신을 통해 미래 오프라인 할인점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이마트만의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쇼핑경험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2, 3위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역시 대대적인 매장 혁신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2017년 서울 양평동에 새 매장을 설립하며 1층에 상품 매대를 없애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이 곳은 인근 주민들이나 방문한 소비자들이 편하게 휴식할 수 있도록 실내 공원과 동네 맛집으로 채웠다. 이후 서초점, 김포점 역시 비슷한 컨셉으로 지어졌다.

    하이마트는 온·오프라인 결합형 매장 '옴니스토어'에 이어 백화점에 프리미엄 매장을 구축했다. 백화점 고객에게 최적화된 하이엔드 가전을 비롯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로 점포 혁신에 속도를 낸다.

    롯데하이마트는 최근 롯데백화점 안산점 신관에 입점했다. 롯데하이마트가 백화점에 숍인숍 형태 매장을 구축하는 것은 처음이다. 일반 로드숍과 롯데마트 숍인숍, 옴니스토어에 이어 백화점까지 진출하면서 고객 접점을 대폭 확대했다.

    홈플러스는 작년 6월부터 창고형 할인점 모델을 선보였다. ‘홈플러스 스페셜’이란 이름의 매장이다. 코스트코처럼 대용량 상품을 저렴하게 팔 뿐 아니라 소용량 상품도 함께 갖춰 놨다. 대형마트의 부진 속에 코스트코 등 창고형 할인점은 계속 성장을 한 영향이다. 창고형 할인점과 대형마트의 장점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작년 말 기준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은 16곳. 연내 30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또 자사 슈퍼마켓 브랜드인 익스프레스를 ‘신선·간편식 전문 매장’으로 본격 재편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신선·간편식 전문 매장은 지난해 8월 옥수점을 최초 오픈하고 지난달 27일 2개점을 추가 개편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용인 죽전점을 신선·간편식 전문 매장 4호점으로 재구성해 오픈했다. 개편 후 영업 첫 날에는 목표한 것보다 약 4배 초과하는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73종의 세계 맥주와 52종의 와인 상품을 통해 세계 맥주 페스티벌/세계 와인 코너를 각각 마련했다. 슈퍼마켓에서도 대형마트처럼 다양한 종류의 맥주와 와인을 구매할 수 있도록 꾸몄다. 고객 동선을 고려해 바로 옆 매대에는 안주류 특화존을 만들고 총 52종의 안주 상품을 판매한다.

    임기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지원본부장은 “지난해 전환한 ‘신선·간편식 전문 매장’의 매출이 늘어나며 이 변화가 고객 마음을 얻을 것이라는 예상을 적중했다”며 “앞으로도 지금까지의 노하우를 발판 삼아 더욱 공격적으로 각 상권 특성에 맞는 리뉴얼 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식음료·외식 업체들도 플래그십스토어나 기존 매장 혁신에 착수한 상황이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푸른밤살롱’도 루프탑에 갖춰진 포토존과 제주 콘셉트의 메뉴들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제주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형상화한 조명과 대형 초승달이 설치된 포토존은 꼭 찍어야 할 인증샷 명소로 자리잡았으며 시각적인 효과를 강화한 ‘솜사탕 스키야키’, ‘제주한라산백록담 케이크’ 등도 사진으로 담기 좋은 메뉴를 운영하고 있다.

  • ▲ 푸른밤살롱. ⓒ신세계푸드
    ▲ 푸른밤살롱. ⓒ신세계푸드
    나뚜루는 최근 BI를 전환하고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기존의 대표 매장이었던 나뚜루 신촌점을 리뉴얼하여 플래그십 스토어로 개관한 것이다. 

    나뚜루 플래그십 스토어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새로운 메뉴 ‘마리아주’도 선보였다. 나뚜루는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신선한 올리브 오일 및 후추 토핑, 초콜릿 아이스크림과 시나몬 향 베이스의 와인 소스 등 색다른 조합의 제품을 선보였다.

    피자헛이 운영하고 있는 FCD 매장은 세련되고 편안한 분위기를 갖춰 모든 연령층이 방문 가능한 레스토랑이다. 기존 피자헛 메뉴뿐만 아니라 FCD 매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스페셜 피자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한다. 특히 주중 11시~17시에는 1인용 런치 세트를 6000원 대의 가격에 즐길 수 있으며, 피자 외에도 파스타, 라이스, 샌드위치 등 다양한 식사 메뉴와 수프, 샐러드 등 사이드 메뉴, 맥주, 디저트까지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FCD 매장은 2017년 3월 처음 론칭 이후 현재 14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피자헛은 총 주문 건수가 일반 매장에 비해 1.7배 높고 고객들의 재방문율 의사가 90%에 달하는 등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FCD 매장을 계속해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 외에도 오리온의 '초코파이 하우스'는 ‘초코파이情’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재해석한 ‘디저트 초코파이’ 전문 판매점 ‘초코파이 하우스’를 론칭해 운영 중이다. 초코파이 하우스는 유동인구가 많고, 디저트 메카로 유명한 백화점에 매장을 오픈하자 마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SNS 등에서 ‘줄 서서 사먹는 초코파이’로 입소문이 났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오리온은 익산 공장에 디저트 초코파이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해 생산량을 늘리고, 초코파이 하우스 매장 전국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패션·뷰티업계에도 이같은 오프라인 매장 혁신은 이어지고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서울 중심가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우고 콜라보레이션, 커스터마이제이션, 체험 공간 등을 확보하고 내국인 소비자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선 상황이다.
  • ▲ 나이키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임소현 기자
    ▲ 나이키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임소현 기자
    화장품 로드샵들의 시대는 졌지만, 올리브영, 랄라블라 등 H&B 매장은 물론이고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화장품 브랜드들의 플래그십 스토어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로수길에 위치한 뷰티 브랜드 정샘물의 플래그십 스토어인 ‘플롭스(PLOPS)’는 단순히 뷰티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닌 정샘물 원장의 뷰티 철학이 고스란히 녹여 든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유통업계 사이에서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것 외에 매장에서 소비자들에게 경험을 전달하는 것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강해지면서 오프라인 매장 혁신 움직임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이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한 매장으로서의 의미만 가졌던 것은 옛날 이야기"라며 "각 업체 별로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브랜드 경험을 시켜주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공고하게 만드는 데 사활을 거는 시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