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채무 6년 새 절반 줄어… 유사 PF보증↑유사 PF보증 공시의무 없어… 의무확대 필요부동산 침체기… "건설사 수익성·유동성 우려"
  • ▲ 자료사진. 영남권의 한 소규모 공사장.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영남권의 한 소규모 공사장. ⓒ성재용 기자


    주요 건설사 PF(프로젝트파이내싱) 우발채무 규모가 개선되는 듯 했지만 변형된 유사 PF보증 규모가 부쩍 커지면서 오히려 리스크가 더욱 심각해 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PF보증이 대부분 국내 주택부문에서 발생한 만큼 건설기업 수익성이나 유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한국기업평가 등에 따르면 주요 15개 건설사 PF 우발채무는 2010년 25조원에서 지난해 3분기 11조원으로 줄어들었다. PF 우발채무는 연대보증이나 채무인수 약정 등 건설사가 직접 신용을 제공하는 채무를 뜻한다.

    15개 건설사는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롯데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 △한화건설 △두산건설 △계룡건설산업 △한신공영 △태영건설 △한라 △한양이다.

     

    PF 우발채무에서 미착공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56%에서 2016년 37%으로 감소했다. 즉, 건설사 PF 우발채무 규모가 질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책임준공이나 자금보충·조건부 채무인수 등 변형된 형태로 신용을 제공하는 비중은 크게 늘었다.

    2010년 1조3000억원이던 변형된 PF 신용보강액은 해마다 증가해 2015년에는 6조원까지 뛰었고,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6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최근 몇 년 간 주택경기가 살아나면서 늘어난 PF 조달액을 건설사들이 책임준공 등 변형된 형태로 신용보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기평 측은 "공시를 통해 드러나는 PF 우발채무 규모는 줄고 있지만, 공시의무를 피할 수 있는 책임준공, 조건부 채무인수 등 변형된 PF 신용보강을 통한 우발채무 규모는 여전히 과도하다"며 "주택경기의 하향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변형된 PF 신용보강은 기존의 PF 우발채무와 함께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단순히 손실 가능성만 두고 보면 기존 PF 우발채무와 변형된 형태의 신용보강에는 별 차이가 없다.

    PF사업은 선순위 대주단에 대출금이 상환된 이후에나 건설사의 권리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총사업비의 회수가 어려울 경우 해당 사업의 손실을 건설사에서 먼저 인식하게 돼 있다. 유사 PF보증 중 하나인 책임준공약정은 시공비를 받지 못하더라도 완공의무가 있어 이론적인 최대 손실 규모는 시공비 수준에 그친다.

    또 자금보충·책임분양·리파이낸싱 확약 등도 PF 대출원리금 상환재원 부족분에 대해 건설사가 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에 기존 PF 지급보증만큼의 리스크만 지게 된다. 결국 변형된 PF 신용보강 형태와 무관하게 건설사가 부담하는 손실 수준은 일반적인 PF 보증사업과 같은 셈이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변형된 형태로 제공한 신용보강이 공시 등으로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회사의 경우 PF 우발채무 범위를 넓혀 책임준공 등도 포함해 공시하고 있지만 공시에 제외하는 기업도 더러 있다.

    실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집계 결과 국내 주택 분양사업의 PF대출액은 2012년 19조원에서 지난해 3분기에는 32조원으로 늘어났다. 결국 직접적인 PF 우발채무가 감소한 것은 일종의 착시효과로 최근 PF대출 증가세를 고려하면 유사 PF보증까지 합한 전체 PF 우발채무 규모가 더 늘어났을 것이란 지적이다.

    선영귀 한기평 전문위원은 "일부 기업의 경우 건축부문 사업 규모에 비해 우발채무 규모가 훨씬 작게 나타나는 등 기업별 공시 범위가 다르고, 여러 건설사들이 변형된 PF 신용보강에 대해 정확한 수치를 공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며 "변형된 PF 신용보강의 경우에도 기존의 PF 우발채무와 유사한 수준의 손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 변형된 PF 신용보강에 대한 공시의무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PF보증 대부분이 국내 주택부문에서 발생된 만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경우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 등으로 금융당국에서도 가계부채 관리에 나선 데다 올 들어 미분양 우려마저 확산되고 있어 자칫 건설사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2012년 수도권 외곽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분양 계약자들이 중도금 등을 내지 않겠다고 반발한 사례가 있었다. 올 하반기 이후 주택경기가 하락하거나 입주시기에 잔금 납부 지여 등이 확산될 경우에는 그동안 벌여온 주택사업이 회사의 수익성이나 유동성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 주택사업이 잘 됐기 때문에 유사 PF보증까지 포함한 전체 PF 우발채무 규모가 더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주택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미청구공사나 미수금의 규모를 종합해 건설사의 재무생태를 판단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렇더라도 보증을 제공한 조합이나 법인의 경영이 악화될 경우 바로 부실로 전이될 수 있는 만큼 지나치게 채무보증액이 많은 건설사의 경우 투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