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비타당성조사 수행 현황. ⓒ연합뉴스
    ▲ 예비타당성조사 수행 현황. ⓒ연합뉴스

    나랏돈이 들어가는 대형개발사업 3건 중 1건은 수요가 없거나 경제성이 낮아 예비타당성조사 관문조차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999년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은 총 782건·333조3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3건 중 2건 꼴인 509건(65.1%)은 조사 결과 '타당성 있음' 결론이 내려졌지만, 나머지 3분의 1인 273건(34.9%)은 효율성이나 수익성이 낮아 중·장기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분류됐다.

    예비타당성조사는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자사업 가운데 재정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사업을 대상으로 한다. 비용·편익분석 등을 통해 경제성을 따져보고 정책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제도다.

    지난해부터는 총 사업비 10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과 공공기관 부담분의 합이 500억원 이상인 공공기관 추진사업도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도록 제도를 확대했다.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은 1999년 19건을 시작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2010년 77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2011년 61건 △2012년 51건 △2013년 26건 △2014년 44건 △2015년 34건 △2016년 39건 등으로 집계됐다.

    예비타당성조사 신청건수 감소는 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경제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신청하고 보자'식의 무리한 사업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여전히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 조사 결과 '타당성 있음' 결론이 내려진 사업의 비율은 2010년 76.6%에서 지난해 66.7%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의 경우 39건·사업비 7조8000억원 규모가 신청돼 이 중 26건(4조7000억원)만 타당성조사 관문을 통과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예비타당성조사가 지나치게 경제성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낙후된 지역의 개발사업은 추진조차 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사업의 경우 그동안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세 차례 예비타당성조사 통과에 실패했다가 지난해 네 번째 만에 문턱을 넘었다.

    이에 강원도와 전라도 등 상대적 낙후지역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지역균형발전 항목을 우선 고려하거나 배점을 높이는 내용의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재정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예비타당성조사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역균형발전 가중치를 높이거나 타당성 분석이 어려운 복지와 교육 등 일부 사회분야 대규모 사업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을 적용하는 방안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융·복합 신산업 등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심의·확정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 절차를 감소화하고, 국가전략 프로젝트 사업에 대해 수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도입한 뒤 선정기간을 축소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도 도입키로 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비타당성조사의 경제성 항목 비중이 높아 지역균형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예비타당성조사는 경제성이 중심이고, 앞으로도 그렇다"면서도 "지역균형발전 같은 다른 정책 목표를 고려하고 있는데 가중치를 좀 더 높이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