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하나은행 지난해 나란히 순익 2兆 달성 성공NIM 상승·선제적 리스크관리·수익 다각화 빛났다
  • 은행권이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장밋빛 성적표를 내놨다. 

    한 해 동안 수익 증대는 물론 자산건전성 개선 노력이 빛을 발하면서 기초체력을 튼튼히 닦은 덕분이다.

    올해 정부의 대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수익성 하락이 예고돼있지만 4대 은행은 탄탄한 수익구조를 발판삼아 리딩뱅크 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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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순익 2兆 시대 성큼…4분기 막판 실적 방어까지 '성공' 

9일 시중은행이 발표한 2017년 연간 실적을 살펴보면 대부분 전년 대비 순익 규모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대 은행 중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곳은 바로 국민은행이었다.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1조원에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으나 작년 한 해 동안 은행-증권 시너지, 은행 수익 다각화를 통해 이익 규모를 급격히 불려나갔다.

심지어 반 년 만에 1조가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2016년 연간 실적을 훌쩍 뛰어넘었고, 판관비 증가로 순익 규모가 줄어드는 4분기에도 3340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국민은행의 견조한 대출 성장과 시장금리 상승 덕분에 수익성을 크게 회복했고, 지난 1분기 1.66%에 머물렀던 은행 NIM 역시 4분기 1.71%까지 상승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이뤘다.

지주사에서 주력 자회사인 국민은행의 성장세에 힘입어 KB금융 역시 지난해 탈환에 성공한 리딩뱅크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는 평가다. 

KEB하나은행의 실적 역시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2조1035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작년 4분기 무려 5903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연간 순이익을 2조원대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KEB하나은행은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SK하이닉스 지분을 연말 모두 매각하면서 약 2546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원화강세 및 환전이익으로 1678억원 등 일회성 이익이 발생하면서 4분기 호실적을 이뤄냈다.

핵심저금리성예금 규모도 작년보다 늘었고, 소호 대출 중심 성장세 등 대출 포트폴리오의 질적 변화가 함께 이어진 결과 순익 2조 클럽을 달성하게 됐다.

우리은행도 전년 대비 순익 증대는 성공했으나 지난 4분기 초라한 실적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조5121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직전해 대비 2500억원 가량 이익 규모가 늘었다.

하지만 분기별로 따져보면 마지막 4분기 순익은 1340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채용비리 사태로 발생한 경영 공백 리스크가 은행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오랫동안 리딩뱅크 영광을 누려왔던 신한은행은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연간 실적이 전년 대비 감소하며 체면을 구겼다.

2016년 1조9404억원에 달했던 신한은행의 순이익은 2017년 1조7110억원으로 소폭 쪼그라들었다. 

이처럼 신한은행의 실적이 뒷걸음친 이유는 지난 4분기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근속연수 15년 이상, 1978년생 이상 직원으로 희망퇴직 신청 대상 폭을 대폭 확대했고, 그 결과 약 2852억원을 명예 퇴직금으로 인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지난 5년 동안 1000억~1200억원 수준의 퇴직금이 발생했는데 지난해 4분기 이례적으로 2800억이 넘는 금액을 인식했고, 그 결과 순익 확대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풀이된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리딩뱅크 '승부'

4대 시중은행의 실적 호조 뒷배경을 살펴보면 철저한 리스크 관리 및 수익 다각화를 꼽을 수 있다.

부동산 경기 호황 덕분에 이자이익이 크게 늘며 순익 증대가 이뤄졌지만 이와 함께 선제적 충당금 적립, 비이자이익 증대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4대 은행의 부실채권(NPL) 비율을 살펴보면 꾸준히 1%를 밑돌며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작년 연말 NPL비율은 0.58%로 2016년(0.74%) 대비 무려 0.16%포인트 낮아졌고, NPL커버리지 비율 역시 104.3%에서 107.9%로 껑충 뛰었다. 

신한은행 역시 2016년 말 0.65%에 달했던 NPL 비율을 0.55%까지 끌어내리는데 성공했고, NPL커버리지 비율 역시 242%로 2016년보다 37%포인트 상승했다.
 
보통 NPL커버리지 비율이 높아질수록 은행이 잠재부실 대비를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는데, 시중은행들이 취약업종 구조조정을 미리미리 대비해 충당금을 적극적으로 쌓은 덕분이다.

‘뒷문 잠그기’에 강점을 가진 우리은행은 2015년 1.48%에 육박했던 NPL비율을 지난 연말 0.85%까지 낮췄다.

지난 2015년 70.2%에 그쳤던 NPL커버리지 비율은 2016년 84.5%, 2017년 말 87.7%로 각각 올리며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

대기업 대출 비중을 줄이고 부실채권 규모를 꾸준히 털어내면서 한 해 동안 은행 기초체력을 탄탄히 손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수익 구조 다각화를 위한 비이자이익 확대에도 큰 공을 들이고 있다.

비이자이익 규모 늘리기에 가장 힘쓰고 있는 우리은행은 비이자이익 부문에서만 무려 1조2510억원의 순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8670억원에 불과했던 우리은행의 비이자이익은 한 해 동안 44.4% 성장했는데, 외환·파생 및 자산관리(ELT) 상품 판매가 늘며 핵심수수료 중심으로 이익 규모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신탁자산 판매잔고 역시 4조3880억원으로 연간 215.7%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고, 수수료 수익도 1390억원을 기록하며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자이익은 물론 비이자이익 등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면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국민은행 역시 KB증권과의 시너지를 적극 활용한 결과 2016년 말 약 884억원에 그쳤던 비이자이익이 1조360억원으로 불어났다. 

KEB하나은행 역시 지난해 비이자이익으로 1조4608억원을 달성하며 2016년 말 대비 무려 45.1%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작년 한 해 동안 은행들이 기초체력을 다지며 순익 규모를 경쟁사와 비슷비슷하게 맞추는데 성공했다"며 "올해는 대출 규제가 본격 시작되는 만큼 리스크 관리는 물론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수익 확대 노력에 힘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