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업정서와 규제, 임금 상승 등 경영 제약에 전전긍긍
  • ▲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금지
    ▲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금지


"일자리 창출은 국가경쟁력 제고의 원천이다."

지난해 현오석 부총리가 창업사관학교 시찰에 앞서 적어 놓은 말이다. 

일자리는 어디서 나오는가, 기업 경영 활동에서 창출되는 것이 일자리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 기업에 대한 국민 호감도는 ‘가’ 수준에 머물렀다. 100점 만점에 50점 수준인 것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2013년 하반기 기업호감지수 (CFI·Corporate Favorite Index)' 결과 100점 만점에 51.1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48.5점 보다는 소폭 오른 것이지만 '가'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 했다. 

이 지수는 대한상의가 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 전국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기업들의 국가경제 기여, 윤리경영, 생산성, 국제경쟁력, 사회공헌 등 5개 요소와 전반적 호감도를 합산해 산정했다. 100점에 가까우면 호감도가 높고 0점에 가까우면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 대부분이 향후 우리 경제에 가장 많은 공헌을 하게 되는 주체가 '기업(78.1%)'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업에 호감이 가는 이유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도 ‘국가경제 기여(38.8%)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기업이 가장 먼저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자리 창출(44.7%)'이다. 

기업활동의 우선순위로 '이윤 창출을 통한 경제성장 기여해야 한다(59.1%)'는 대답이 '부의 사회 환원을 통한 사회공헌(40.9%)'이라는 답변보다 더 많았지만 기업에 대한 호감도는 낮았다. 

국내 반기업정서 수준이 높다는 의견이 70.2%로 나타난 것이다. 

기업이 있어야 일자리가 있고, 기업에 좋은 마음으로 일 할 사람이 있어야 기업이 있다. 

아이러니한 결과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두 재벌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전체 기업이 올린 141조 7000억원의 영업이익 가운데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 합계가 43조원으로 전체의 30.4%에 달했다. (재벌닷컴, 2012년 기준)

GDP(국내총생산)에서 두 그룹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5.0%에 달했다. 이들 그룹과 거래하는 협력업체들의 매출까지 고려하면 그 비중은 훨씬 더 높아진다. (CEO 스코어, 2012년)

삼성전자나 현대차 실적의 위기가 생기면 우리 경제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반기업성서에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또 다른 요소는 기업 경영에 관한 많은 규제와 높아지는 임금은 기업들의 눈길을 돌리게 한다.

때문에 기업들은 제약과 안 좋은 분위기 속에서 어렵게 기업 활동을 하느니 저렴한 임금과 넓은 시장을 가진 해외로 발걸음이 향하는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인내셜타임즈(FT)역시 이런 부분을 지적하며 지난해 말 한국 재벌들이 글로벌 기업화를 위해 열정적으로 해외진출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 5일에는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전자와 한국 협력업체들이 창출한 일자리 수가 10만개를 넘어섰다는 발표가 있었다. 고가의 프리미엄 폰은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핵심 생산공장은 베트남으로 중심이 쏠렸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규모인 북부 박닌성 공장과 같은 크기의 생산시설을 인근 지역에 추가 가동해 고용인력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박닌성 옌퐁공단에서 일하는 베트남 인력은 현재 4만 5000여 명 수준으로 삼성전자 한국 협력업체 54개사에서 고용한 현지 인력만 6만여 명에 달했다. 이는 2009년 공장 설립 이후 5년 만에 이룬 성과다. 삼성은 타이응웬성 공장을 세우고 이달 중으로 약 4500명, 올 연말까진 1만5000명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는 베트남 정부에서 외국인 투자자 차별을 철폐하고 세율을 인하해 주는 등 적극적인 투자유치 작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한 우리나라는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며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지속,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불거졌던 통상임금 문제나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이 대표적인 예다. 

때문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해외로 이전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밖에 없다. 

  • ▲ 현대자동차 중국 베이징 3공장 생산라인.ⓒ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금지
    ▲ 현대자동차 중국 베이징 3공장 생산라인.ⓒ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금지

  • 현대차도 생산 중심이 해외로 옮겨가는 추세다. 2010년 45.2%였던 해외생산 비중은 중국에 이어 지난해 터키 공장 등의 설비 투자로 55% 수준으로 올랐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해외로 나간 기업들은 다시 돌아올 생각 조차 하지않고 있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7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로 돌아오는 것을 검토하는 기업은 100개 중 겨우 1.5개에 그쳤다. 

    그 이유에는 '국내 인건비 부담과 경직적 노사관계'를 가장 큰 이유(43%)로 들며 해외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사를 보였다. 

    외국계 기업 역시 결과는 비슷했다. 최근 대한상의가 외국계기업 201개사에 조사한 결과 55.2%가 '국내 투자여건이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와 여러 규제들은 기업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하게 한다"며 "기업은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부에서 투자를 유도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인다"며 "여러 규제와 기업에 대한 차가운 시선은 투자심리를 위축하게 만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