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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리코 카루소와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뒤를 이을 '테너의 제왕'은 누가 될 것인가.

        

    카루소(1873-1921)에 이어 파바로티(1935-2007)가 활동하던 기간에도 걸출한 테너들이 명멸했다. 1960~1980년대는 슈퍼 테너들의 황금시대였다. ‘황금의 트럼펫으로 불린 마리오 델 모나코(1915-1982), 호소력 짙은 리릭테너 쥬세페 디 스테파노(1921-2008), 환상적인 드라마티코 테너 프랑코 코렐리(1921-2003), 파바로티와 함께 쓰리테너로 활약했던 플라치도 도밍고(1941~ ), 호세 카레라스(1946~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파바로티가 타계한 후, 오늘날 세계적으로 7~8명의 강력한 테너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카루소-파바로티의 계보를 이을 제왕급테너는 아직 등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유럽, 미국 등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며 활동하고 있는 테너로는 호세 쿠라, 로베르토 알라냐, 롤란도 빌라존,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 등. 여기에 요나스 카우프만, 마르첼로 알바레즈, 라몬 바르가스 등도 각자 개성 있는 목소리를 무기로 이들을 맹렬히 추격하는 등 2대의 제왕이 세상을 떠난 후 세계의 테너계는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한 상황이다

     

    호세 쿠라 모나코 계보 잇는 새 오텔로  

  • 호세 쿠라(Jose Cura)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스핀토 테너로, 1994년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성악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했다.

        

    1962년 태어난 그는 1982년에는 로사리오 국립예술대학, 테아트로 콜론 예술학교에서 작곡과 지휘를 공부했다. 유럽으로 유학을 떠난 후 30세 때인 1992년 테너 비토리오 테라노바를 만나 이탈리아 벨칸토 성악을 전수받은 늦깎이 성악도이다.

    1992년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오페라 폴리치노로 데뷔했으며 도밍고콩쿠르에서 입상한 이후 도밍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활동해왔다. 이후 런던 코벤트가든, 밀라노 라 스칼라, 파리 바스티유오페라 등 세계 유수의 극장에서 연주하기 시작했다. 1997오텔로의 주역으로 밀라노의 라스칼라극장에 데뷔했을 때 일간지 라 나지오네마리오 델 모나코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오텔로가 탄생하다라며 극찬했다. 그는 이탈리아 평론가들이 주는 아비아티상도 수상했다.

     

    노래 실력에다 출중한 외모로 오페라 무대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는 지휘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2004년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카르멘의 돈호세 역으로, 2011년 삼손과 데릴라의 삼손 역으로 내한 공연을 가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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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베르토 알라냐 피자가게 노래 알바에서 세계적 테너로’   

  • 1962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칠리아 출신 벽돌공의 아들로 태어난 로베르토 알라냐(Roberto Alagna)는 전통적인 음악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파리의 피자 가게, 클럽에서 팁을 받으며 노래를 하던 중 그의 노래를 듣고 감동한 한 노신사가 그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그의 도움으로 알라냐는 가브리엘 쉬르제로부터 본격적인 성악 수업을 받았고, 1988년 파바로티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본격적인 대형 성악가의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영국 글라인드본 페스티벌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 역을 맡아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199411월 코벤트가든에서 공연된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 역으로 출연한 그는 인색하기로 유명한 영국 평론가들로부터 4의 테너’ ‘쓰리 테너의 진정한 후계자’ ‘2의 파바로티등 전례없는 찬사를 받았다. 이 공연으로 그는 최고의 오페라 가수에게 수여하는 로렌스 올리비에 상을 수상했다.

     

    1995년 병든 아내를 떠나 보낸 알라냐는 1996년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와 결혼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으나 13년 만에 이혼한 이후 무대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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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란드 빌라존 도밍고를 연상시키는 스핀토 테너

    롤란드 빌라존(Roland Villazon)1972년 멕시코에서 태어난 테너 가수로, 1999년 플라시도 도밍고 콩쿨에서 준우승한 이후 전세계 오페라극장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테너 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다.

     

  • 11세 때 에스파시오스(Espacios) 공연예술 아카데미에 입학해 음악, 연기, 현대무용과 발레를 배운 그는 1990년부터 성악을 배운데 이어 1992년 국립 음악콘서바토리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성악을 공부했다.

     

    1998년 피츠버그 오페라의 신예 성악가 양성 프로그램에 선발된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메롤라오페라 프로그램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 역을 맡게 된다.

     

    이후 플라시도도밍고콩쿨에서 2등에 오른 그는 제노아의 카를로 펠리체 극장에서 마농의 그리외 역으로 데뷔했고, 2000년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 역으로 극찬을 받았다. 이 후 그는 뉴욕, 니스, 런던, 베를린, 취리히 등 세계 각국의 최고의 오페라 극장들을 누비며 오페라계에 새로운 스타로 부상했다.

     

    2005년 잘츠부르크페스티벌에서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와 같이 공연한 라 트라비아타는 암표가 몇 배 가격에 나돌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어느 배역이든 깊은 몰입, 굵고 깊은 음색, 강인하게 뻗는 고음, 이지적인 해석으로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호세 카레라스가 포스트 빅3 테너의 선두주자로 손꼽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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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 라스칼라 74년 전통을 깬 미성

    2007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 레제로 테너로서 그동안 주로 모차르트, 롯시니 오페라에서 배역을 맡았던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Juan Diego Florez)가 토니오 역을 맡았다. 하이C9번 등장하는 토니오의 아리아 Ah! mes amis(오늘은 기쁜 날)이 끝나자 관객들은 우레같은 박수와 함께 Bis!(앙콜)을 연발했다.

     

  • 가수의 노래가 부실하다 싶으면 가차 없이 야유를 날리는 라스칼라 관객들이 74년의 전통을 깨고 앙콜을 요청한 순간이었다. 이날 앙콜 연주 이후 플로레즈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성악가가 됐다.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 1973년 페루 리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페루 민속음악을 연주하는 기타리스트 겸 가수였다. 17세 때 국립음악원에 입학한 그는 페루 국립합창단원으로 활동하던 그는 1993년 필라델피아의 커티스 음악학교의 장학생으로 유학했고,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오페라 훈련과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1996년의 롯시니 페스티벌은 그의 삶에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주역을 맡고 있던 마틸데 데 샤브란이 병을 얻어 출연이 불가능해지자 합창단에 속해 있던 23살의 후안이 그 대역으로 발탁됐고, 후안은 관객들을 경악시켰다.

     

    이 연주의 성공으로 후안은 바로 그 해에 라 스칼라에서 글룩의 오페라 아르미데의 주역으로 선 데 이어 런던의 코벤트 가든 무대에도 올랐다. 두 연주 모두 대성공이었다.

     

    이후 그는 전세계의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섭외 1순위자군에 올랐다. 이탈리아 평론가 그룹이 매년 수여하는 최고 가수상을 받은데 이어 롯시니의 아리아를 수록한 데뷔 음반(DECCA)과 두 번째 음반 남 몰래 흘리는 눈물모두 2년 연속 칸 클래식 어워드를 받았다.

     

    로맨틱한 여운이 감도는 플로레즈의 노래는 섹시하면서도 강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화려한 고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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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나스 카우프만, 마르첼로 알바레즈, 라몬 바르가스...장점과 한계들

    요나스 카우프만은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드라마티코 테너로 평가받는다. 프릿츠 분덜리히 이후 변변한 테너가 없던 독일 성악계에서 카우프만은 독일 음악의 자존심으로 인정받고 있다.

     

    마르첼로 알바레즈는 전형적인 리릭테너로 2002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파바로티가 독감으로 나오지 못하자 대역으로 출연해 성공한 이후 주요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주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라몬 바르가스는 외모는 떨어지지만 마초적 남성미와 서정적이고 감성 깊은 소리로 오페라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 이들이 제왕급 테너로 등극하기 위해서는 우선 테너의 최고 난이도인 극고음(하이B, 하이C)을 화려하게 연주해야 한다.

     

    그러나 호세 쿠라, 로베르토 알라냐, 롤란도 빌라존 등 최근 활발히 활동하는 테너들이 하이C가 포함된 아리아들을 연주하기는 하지만, 카루소나 파바로티처럼 충분히 오래 끌면서 관객의 마음을 휘감는 감동을 주지는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이들은 레퍼토리를 넓히기 위해 자신이 가진 악기보다 소리를 무겁게 내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역량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탄탄한 벨칸토 발성으로 하이C는 물론 하이D까지도 찬란한 빛깔로 연주하는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는 소리가 작고 레제로 테너여서 레퍼토리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유수 국제콩쿨을 석권하며 세계 각 극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인 테너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카루소-파바로티의 아성에 도전하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인 상황이다.

     

    세계는 테너 춘추전국시대를 평정할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다.

     

    /박정규 뉴데일리경제 대표·음악평론가 skyjk@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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