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부재 등 유명무실 기구 전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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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시장 감시단'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이통3사에서 각각 2명씩 선발, 총 8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감시단은 불법 보조금 지급 등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행위에 대한 시장 점검을 실시하고 위반행위 우려가 있는 경우 해당 이통사에 자율시정을 통보한다. 시정 통보를 받은 이통사는 이행 상황을 감시단에 보고해야 한다.
KTOA는 자체 시정조치가 필요하거나 제재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사실을 관련 부처에 알려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사업정지 사업자 교체를 하루 앞둔 4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서로 '불법 보조금'과 '예약가입'이라는 명분으로 서로의 잘못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시장 감시단은 지난 1일 본격적인 활동을 펼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통신사들은 '감시단'이라는 공식 루트를 벗어나 서로에 대한 잘못을 비방하며 폭로하기에 급급했다.
SK텔레콤 측은 "영업개시를 앞두고 이번주에 상당물량의 예약가입을 받고 있다"며 "온라인 사이트에서 보조금 수준도 70만원 이상을 제시하고 가입 확인전화인 '해피콜'까지 시행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측은 "5일부터 영업정지에 들어가는 SK텔레콤이 최대 72만원의 보조금을 투입하며 가입자 몰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폭로전은 분명 '공동 시장 감시단'에 의한 각 사 위반 행위 상호검증 작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감시단이 본격적으로 시작을 활동하겠다고 밝힌지 불과 3일만에 각 사들은 '공동'을 깨고 '개별적'으로 타사의 잘못을 '고자질' 한 것이다.
KTOA 관계자는 "각 사 관계자들이 매일 협회에 출근하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법적인 제재 보다 최대한 자율적으로 감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을 무시한 탓인지, 타사에 대한 비방이 먼저라 생각한 탓인지 감시단 공식 활동 3일째에 벌어진 이번 일은 이통사 스스로 감시단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행동이다.
그리고 감시단의 컨트롤타워 부재를 반증하는 것이다.
감시단에는 이통3사 관계자 외에 KTOA 관계자 2명이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 이들의 역할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객관적으로 날카로운 잣대를 제시할 컨트롤타워가 있었다면 이같은 위반 행위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감시단을 앞에 두고 폭로전이 먼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KTOA는 이름처럼 통신사업자들이 연합한 협회로 '황창규' KT 회장이 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아무리 공동 시장 감시단이라고 하지만 이들 관계에서 객관적 역할을 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또한 각 이통사에서 뽑은 감시단은 타사의 잘못을 지적할 수도 있지만 그 지적이 자사의 잘못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서로의 잘못을 숨길 수도 있다.
가령 다 같은 학생들이 모여 시험을 보는데 서로 컨닝을 감시하기로 했다고 치자. 서로는 친구이기도 하지만 경쟁자이기도 하다. 이들이 다 같이 담합해 컨닝을 작정했다면 같은 처지끼리 이를 제재하기 힘들 것이다. 때문에 이를 철저하게 감시할 '선생님'이 필요하다.
한편 미래부는 사업정지 기간 중 시정명령 위반 사실이 사실로 밝혀지면 법적인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미래부 관계자는 "시장 감시단이 자율적으로 감시하고 있다"며 "일단 자료를 채증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이통3사 CEO 간담회에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위법이 다시 생기면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주한 미래부 통신정책국장 역시 "사업정지 기간 동안 위법 행위가 발생할 경우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CEO를 형사 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형사고발 조치가 이뤄지면 이동통신 3사 대표를 상대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5000만원의 벌금이 가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