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사 전반 사업 재편 구체화 작업 "세월호 침몰 안타까워"…삼성중공업 크레인 급파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17일 해외 체류를 마치고 귀국한 뒤 '출근 경영'으로 삼성 현안을 직접 챙겨 주변의 관심을 모았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그룹 신년 하례식 이후 지난 1월11일 하와이를 거쳐 일본에 머물다 96일만에 현장으로 복귀했으며, 일본에서는 주로 재계 인사들과 만날 때마다 새로운 경영 구상을 화두로 삼았다.
 
그는 해외에서도 국내 각종 현안을 수시로 보고 받은 뒤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 등이 일본으로 직접 넘어가 그룹 현안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희 회장은 그간 해외 귀국 후 '출근 경영'을 통해 그룹을 관리함으로써, 이번 역시 출근을 재개하면서 조직 내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에 삼성 그룹사 전반적인 사업 재편 구도에 대한 입장을 드러낼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삼성은 지난해 제일모직에서 패션·직물 사업 부문을 분리해 삼성에버랜드로 보내고 첨단소재 기업으로 변화시킨 데 이어, 지난달 31일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흡수·합병했다. 또 이틀 뒤인 지난 2일 삼성종합화학과 섬성석유화학을 한데 모았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업계는 삼성 사업의 대대적인 재편이 삼성 오너가 3남매 후계 구도와 관련이 깊다고 분석했다.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 및 화학, 금융계열을 책임지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리조트·건설·상사,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경영기획실)이 패션 및 미디어(제일기획) 부문을 나눠 경영할 수 있는 모양새로 그룹 지배구조를 정리 중이라는 것. 

또한 그는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현안에도 관심이 크다고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갤럭시S5' 및 'UHD TV' 등의 수익성 강화도 그가 직접 체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가하면 7년을 끌어온 반도체, LCD 공장 근로자 백혈병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보상책 및 산업재해 기준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이 회장은 지난 하례식에서 영상을 통해 "삼성그룹이 다시 한번 바꾸야 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신년사를 전달했다. 

그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하고 삼성 그룹이 다시 한번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그가 그간 강조해온 경영철학인 '마하경영론'과 맞물린다. 

제트기가 음속(1마하)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엔진은 물론 모든 재질과 소재, 부품을 바꿔야 하듯 삼성 역시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삼성 측 관계자는 "2년 전부터 전 계열사의 사업 내용과 현황을 조사해 겹치는 분야는 덜어내고 서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분야는 합치는 작업을 벌여 온 것이 이제 구체적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 회장의 귀국과 동시에 이에 대한 마무리 작업에 관심이 더욱 집중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장기 해외 출장길에 돌아와 첫 마디로 '세월호 침몰 사고'를 언급하며 안타까운 심경을 밝혔다.

이와 관련 삼성중공업은 침몰한 진도 여객선 세월호 인양을 위해 거제조선소에서 해상크레인 '삼성2호'를 급파했으며, 18일 오후 인양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2호는 3600t 규모로 3350t 무게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사진설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7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