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항법장치 이용…태양전지·오차범위 5m
  • ▲ 구조대원들이 해상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 구조대원들이 해상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세월호 구조·수색 작업 장기화로 시신 유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조난자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구명조끼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밀위성항법장치를 이용한 위치확인 구명조끼 특허기술은 진작에 개발됐지만, 실용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특허권자는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사업화의 최대 걸림돌로 꼽았다.


    ◇세월호 침몰 현장 4㎞ 지점 시신 발견


    세월호 침몰 사고의 구조·수색작업이 더딘 가운데 시신 유실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2일 범정부사고대책본부(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세월호 침몰 지점에서 제주도 방향으로 남동쪽 4㎞쯤 떨어진 곳에서 여학생 시신이 발견됐다.


    지난달 30일에는 정반대방향으로 침몰 지점에서 2㎞ 남짓 떨어진 곳에서 실종자 시신이 건져졌다.


    실종자 유류품은 훨씬 더 먼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가방과 슬리퍼 등이 수습된 진도군 지산면과 금갑 해안은 사고해역에서 북동쪽으로 30㎞나 떨어진 곳이다.


    대책본부는 사고해역을 중심으로 그물과 어선 등을 동원해 3중막의 시신 유실방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유가족들은 시신 유실에 대한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물 설치가 사고 뒤 7일째에야 이뤄진 데다 침몰 직후 강한 조류로 배 안에서 시신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팽목항을 지키는 유가족들은 "온전한 자식 얼굴이라도 봐야 하는데 못 찾으면 어떡하느냐" "더는 '살려달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으니 시신만이라도 찾아달라"며 눈물을 쏟고 있다.


  • ▲ 세월호 희생자 시신 및 유류품 발견위치.ⓒ연합뉴스
    ▲ 세월호 희생자 시신 및 유류품 발견위치.ⓒ연합뉴스


    ◇'잠자는' 위치확인 구명조끼 특허


    최근 국내 최초로 소셜네트워크과학과 석·박사 과정을 연 경희대 이경전 경영학부 교수(소셜네트워크과학과 학과장)는 학과를 소개하며 세월호 참사를 예로 들었다.


    연구대상으로 데이터·통신 네트워크를 이용한 재난안전망 구축을 예로 들면서 탑승객의 구명조끼에 센서를 달아 위치를 추적하는 식의 사물인터넷(IoT)을 거론한 것이다.


    IoT까지는 아니지만, 조난당한 탑승객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구명조끼 기술은 이미 개발돼있다.


    지난 2007년 폴리텍Ⅱ대학 산학연구소 이엠텍은 정밀 위치확인 위성항법장치(DGPS)를 이용해 망망 바다와 산악, 오지에서 움직이는 조난자 위치를 오차범위 5m 이내에서 찾을 수 있는 구명조끼를 개발, 특허를 받았다.


    이 구명조끼에는 DGPS가 완전방수로 내장돼 있어 조난되면 자동으로 전파를 내보내 위치를 알리게 된다. 태양전지가 장착돼 배터리 수명에 상관없이 수 주일 동안 작동되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이 특허기술은 수년째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돼있다. 누구나 기술의 독창성에는 공감하지만, 필요성과 기술 실용화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귀농인이 된 당시 이엠텍 총괄책임연구원 박진수씨는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도 마쳤지만, 상품화에는 실패했다"며 "특허내용을 설명하면 다들 흥미로워하고 아이디어가 좋다고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다들 현장에서 꼭 필요한 건 아니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투자자나 기술 구매자들이 경제성이 낮아 외면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박씨는 손사래를 쳤다.


    박씨는 "당시 구명조끼 생산단가가 100원이라 치면 특허 구명조끼는 150원 정도였다"며 "생산단가가 늘어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구명조끼도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므로 충분히 가격대를 맞춰 생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씨는 "2007년에는 GPS를 주로 군사용이나 특정지역에서만 썼기 때문에 모듈이나 소자를 구하기도 어려웠다"며 "지금은 생산단가가 더 많이 낮아졌지만, 실용화는 여전히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해양경찰이나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공공기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했을 가능성에 대해 물었지만, 박씨는 "어디서도 전화 한 통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박씨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눈물이 날 정도가 아니라 기가 막힐 일"이라며 "구명조끼를 연구한 사람으로서 부처 공무원이나 연안어선 운영자들의 구명조끼 활용 개념 자체가 잘못돼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많은 사람이 구명조끼를 '생명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구색을 갖춰놓는 것으로 인식한다"며 "구명조끼가 전자화, 기계화되면 소화기를 정기점검하듯 의무점검 대상이 돼 비치 물량이나 고장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주장했다.


  • ▲ 세월호에 비치됐던 구명조끼.ⓒ연합뉴스
    ▲ 세월호에 비치됐던 구명조끼.ⓒ연합뉴스


    세월호에 비치됐던 구명조끼는 구명벌과 함께 제조연월이 1994년 5월인 일본 제품으로, 제작된 지 무려 20년이 지난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1994년은 세월호가 일본에서 건조된 시점으로 당시 비치했던 구명조끼와 구명벌을 지금까지 사용해온 것으로 추측된다.


    일부 생존자는 세월호에는 구명조끼가 적어 구명조끼를 못 구한 일부 승객은 대피과정에서 우왕좌왕했다고 진술했다.


    ◇안전사고 증가로 구난장비 관심 커…관건은 안전불감증 타파


    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서울 중랑을) 의원이 밝힌 2009~2013년 수련활동, 현장체험학습 등 발생사고현황자료를 보면 지난 5년간 전국 유·초·중·고교의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에서 발생한 사고 건수는 총 8116건으로 5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각종 안전사고가 늘면서 구명조끼 등 구난장비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추세다.


    지난해 해수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KIMST)이 공모한 2013 미래해양산업기술개발사업에도 다양한 구난장비 관련 사업과제가 출품됐다.


    위성항법장치 대신 통합관제시스템을 이용한 위치확인 구명조끼는 물론 디자인을 통해 구명조끼의 착용감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제품, DGPS에 기반을 둔 위치확인 구명조끼에 해난 사고 시 저체온증을 막기 위한 발열장치를 탑재한 아이디어 제품까지 다양하게 출품된 것으로 알려졌다.


    KIMST 관계자는 "지난해는 구명조끼 대신 연근해 어선을 위한 구명뗏목 개발사업이 선정돼 2년간 최대 6억원을 지원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 지원사업이 실용화될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사업과제가 특허 출원이나 시제품 제작으로 이어져 결실을 보기도 하지만, 기술 개발과 사업화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씨의 특허 구명조끼가 단적인 예다.


    박씨는 "안전 관련 제품이나 기술은 경제성 못지 않게 사회 저변에 깔린 안전불감증이 실용화의 최대 걸림돌"이라며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고 생산단가를 맞춰도 (정부나 투자자 등이) '사고가 안 나면 무용지물'이라는 인식을 하는 한 사업화는 어렵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KIMST 관계자는 "지원한 우수 기술이나 제품이 실용화될 수 있게 별도의 사업화지원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