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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팽목항과 진도체육관 현장을 취재하면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다이빙벨’이었다. 잠수사들이 조류에 영향을 받아 구조할 수 있는 시간에 한계가 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실종자 가족들은 ‘다이빙벨이 있으면 20시간 연속 구조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 알파잠수공사 이종인 대표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다. 현장 기자들은 실종자 가족들을 따라 모두 다이빙벨을 투입하지 않는 해경을 비난하기 바빴다. 팽목항에 나타난 이종인 대표 주변에는 늘 기자들이 붐볐다. 기자들은 이종인 씨의 주장을 아무런 검증도 없이 그냥 전달했다.
‘20시간 연속 잠수할 수 있는 다이빙벨이 있는데 왜 해경은 이 장비를 쓰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산업잠수협회 차주홍 회장의 설명을 듣고서야 다이빙벨에 관련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잠수사의 생명을 지키는 ‘감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대다수 언론사들은 다이빙벨이 구조 현장에서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와 이 씨의 입에서 "실패했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해경을 비난했다. 다이빙벨에 대한 잘못된 기사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혼란과 상처만 주고 말았다.
팽목항 현장에는 이종인 씨와 같은 거짓말쟁이가 많이 있었다. 오보의 근원은 이 씨 같은 거짓말쟁이의 말을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해 정부를 비판하려는 언론사에 있다. 세월호 침몰에 모든 책임을 정부로 몰아가는 언론들은 자신의 눈에 든 들보를 보지 못하는 꼴이다.언론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전 대한민국 구석구석 뿌리내린 '안전불감증'과 '원칙둔감증'을 고발해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언론은 팽목항에서 이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취재해야 했다.언론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환골탈태해야 할 대한민국의 각 분야 중에서도 가장 먼저 변해야 할 집단이다. 이는 스스로에게도 뱉는 말이다.뉴데일리 윤희성 기자 ndy@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