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위 무법자… '망신살'
원양대국서 해적국가 전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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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로그 캡처

     

    한달 후면 우리나라는 국제적인 망신살을 톡톡히 사게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이 우리나라 원양업계의 불법조업을 더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며 다음달 말 IUU로 최종 지정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IUU 는 'Illegal(불법), Unreported(비보고), Unregulated(비규제) 조업국가'의 약칭으로 말 그대로 불법조업을 일삼는 국가를 뜻한다.

     

    한국은 지난 몇 년간 원양어선 등이 남극해와 서부아프리카 연안 수역에서 제한량의 최대 4배를 남획하거나 선박 식별 표시 의무 등을 위반하면서 2012년 예비 불법조업국가로 지정됐다.

     

    세계 10대 경제강국, 세계 2위의 원양어업대국이 벨리즈, 캄보디아, 피지, 기니, 파나마, 스리랑카, 토고, 바누아투 등과 같은 IUU 반열에 놓이게 된 셈이다.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지만 동원과 사조 등 우리나라 원양업계의 대응은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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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내달 한국 IUU 최종 지정...해수부 '발등에 불'


    세월호 참사여파 속에서도 주무부서인 해양수산부는 EU의 IUU 지정을 막기 위해 그동안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허사에 그칠 전망이다.

     

    청와대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까지 나서 설득노력을 벌였지만 EU의 반응은 냉랭했다.

     

    오히려 EU측은 지난달 2일 개최하기로 한 사전협의를 회의 보름 전 갑자기 비공개 화상회의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이 회의에서 지금까지 거론하지 않은 서태평양 참치조업 문제까지 제기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정부와 원양업체들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이다. EU는 다음달 8일부터 차관보급을 단장으로 하는 조사단을 한국으로 보내 나흘간 최종 실사를 벌이기로 했다.

     

    해수부는 끝까지 설득을 벌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최종 지정을 앞둔 마지막 절차인 것으로 예측된다. 이달초 손재학 해수부차관이 벨기에로 날아가 EU 관계자들을 만났지만 빈손으로 돌아왔다.

     

    9일~12일 중국 청도에서 열린 APEC 해양수산실무그룹회의와 20일 피지에서 개최된 '한·남태평양 해양수산국제협력회의'에 잇따라 참석해 IUU 근절 정책을 제시했지만 별무신통이었다.

     

    외교부도 힘을 보태 지난 23일 윤병세 장관이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에게 우리 정책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지만 의례적인 답변만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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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 잃고 외양간 마저 부술 판'


    IUU 국가로 최종 지정될 경우 우리나라가 입게 될 유무형의 피해는 엄청나다. 당장 연간 1억달러규모 EU 수산물수출이 전면봉쇄된다. 어선들은 EU 회원국 항구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경제대국 10위권 대한민국이 해적국가라는 국가적 이미지 실추다.

     

    국격이 훼손되고 대외신인도도 추락해 수출 등 다른 분야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유렵의 환경단체들이 우리나라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설 것도 우려된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를 불법조업국으로 잠정 분류해 놓은 미국의 최종 결정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미국 상무부는 이미 지난 2012년 한국을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나 파나마 탄자니아 베네수엘라 등과 함께 잠정 불법조업국가로 분류해 놓고 국가 간 협의나 조치사항 등을 고려해 2015년 1월에 불법조업국 여부를 최종 확정하기로 한 바 있다. 최종 확정되면 바로 무역제재조치가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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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조업 어떻길래...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동원과 사조 등 원양업계의 불법조업행태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의 법률회사는 불법어획 주도 혐의로 동원산업을 고소했다. 동원산업이 김재철 회장의 조카들을 앞세워 불법어획을 저지른다는 혐의였다.

     

    동원산업은 지난해 4월에도 서부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해역에서 불법어업을 한 혐의로 라이베리아 정부에 벌금 200만 달러를 지불했다.

     

    동원은 조업권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현지 에이전시에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결국 불법조업 사실이 확인돼 어업정지 60일 처분을 받았다.

     

    사조산업도 비슷한 실정이다. 사조오양은 뉴질랜드에 있었던 가장 큰 규모의 어획물 무단투기 사건과 노예선 논란으로 큰 망신살을 산 바 있다.

     

    2011년 인성실업 소속 인성 7호는 남극해의 한 해역에서 이빨고기(메로) 조업 제한량의 약 4배를 남획하다 적발돼 국제사회에서 커다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원양에서 불법조업을 하다가 적발된 한국 국적 어선은 최근 3~4년간 공식 집계된 것만 19척에 이르며 드러나지 않은 불법조업 사례는 추정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린피스는 지난해 6월 국내 참치업체들의 △어업방식 △불법어업 여부 △지속가능한 수산자원 이용 등을 평가해 지속가능성을 평가한 결과 동원은 '레드', 사조는 '오렌지' 등급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오렌지 등급은 현재 지속가능성은 낮지만 향상의 여지가 있다의 의미를 담고 있으나 최하위 등급인 레드는 지속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의미다.

     

    이같이 세계 원양업계에서 '무법자'로 낙인찍힌 한국 원양어선은 결국 EU의 불법조업국 지정에 빌미가 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업계의 반응은 한가롭고 황당하기 짝이 없다.

     

    동원과 사조 등이 주축이 된 원양산업협회는 최근 IUU 관련 언론보도가 잇따르자 "대다수의 원양어선은 국제규범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업에 임하고 있다"는 황당한 발표를 했다가 여론의 빈축을 샀다.

     

    업계도 해수부가 조업감시센터를 운영하면서 불법조업 경고를 발령하고 5곳에 대해서는 어획증명서 발급을 거부하는 등 제재를 강화하자 '어느나라 해수부인지 모르겠다'는 등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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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해야 하나...

     

    이번 사태는 국제기준을 무시한 채 불법조업을 자행한 원양업계와 불법조업 근절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당국이 자초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원양어선을 보다 엄격히 규제해 불법어업 종결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EU가 문제 삼은 어선위치추적장치(VMS·vessel mornitoring system)를 국적 원양어선 328척 전체로 확대하고 지난 3월 뒤늦게 출범한 조업감시센터의 역할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또 원양어선의 불법조업을 방지하기 위한 원양산업발전법 개정 노력을 적극 홍보할 것도 요구했다.

     

    아울러 EU와 미국을 설득하기 위한 실제적인 제재노력을 기울여 우리 정책당국에 대한 불신을 우선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사양산업인 원양업계의 입장을 헤아려 그동안 다소 미온적으로 대처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원양어선 감척 등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IUU 지정을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