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60대 여인, 부산 입맛 사로잡아 화제"떡 만들기 A부터Z까지 모두 내손으로"
  • ▲ '매일손으로빚는떡' 이두래 대표ⓒ윤희성 기자
    ▲ '매일손으로빚는떡' 이두래 대표ⓒ윤희성 기자


'매일손으로빚는떡' 이두래 대표

대형 프랜차이즈 떡집이 대세다. 빵집에 몰두했던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최근 떡으로 눈을 돌렸다.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는 빵도 좋지만 떡은 더 좋은 음식인가보다. 대형 프랜차이즈 떡집들과 경쟁하겠다고 육십이 넘은 나이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이 있다. 부산광역시 연제구 연산동에 위치한 '매일손으로빚는떡'(051-851-2707)을 운영하고 있는 이두래 대표(61)가 그 주인공이다. 33년간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일했던 이두래 대표는 퇴직 후 평소 관심이 많던 떡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퇴직 후 집에서 놀기에는 무료했다. 그러던 중 평소에 좋아하던 떡을 배워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두 아들이 농담처럼 ‘엄마 떡 좋아하니까 떡집 한 번 해봐라’라고 말했던 게 힘이 됐던 것 같다. 60이 넘은 나이에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두 아들의 응원으로 늦깎이 떡 공부에 돌입했다."
 

  • ▲ '매일손으로빚는떡' 이두래 대표ⓒ윤희성 기자
    ▲ '매일손으로빚는떡' 이두래 대표ⓒ윤희성 기자


  • 6개월간 떡을 공부한 이두래 대표는 4개월간 유명 프랜차이즈 떡집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리고 2014년 4월, 10개월간의 경험을 살려 조그만 떡집을 열었다. "떡집은 다른 업종에 비해 노동력이 많이 들긴 하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적어 가게를 시작했다." 이두래 대표는 자신만의 떡집을 만들면서 경쟁상대인 프랜차이즈 떡집과 차별을 두기 시작했다.

    이두래 대표는 "프랜차이즈 떡집에서도 매일 본사에서 보내 준 재료로 떡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재료가 어디서 온 재료인지 분명히 알 수 없었다. 최근 사람들이 빵이 아닌 떡을 선호하게 된 이유는 건강식이라는 이유다. 건강한 재료가 납품되고 있는지 검증할 수 없었다. 본사에서는 일부 재료에 대해서는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유의 팥 앙금 히트…가격도 저렴해 인기
    쑥, 호박 등 천연재료만 사용…연잎밥도 대박

    이두래 대표가 만드는 떡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건강이다. 공장에서 납품을 받아 쓰는 대부분의 떡집과 차별을 두기 위해 떡 안에 들어가는 앙금을 직접 연구해 만들었다. 


  • ▲ '매일손으로빚는떡' 이두래 대표가 집접 만드는 앙금. 왼쪽 노란색이 녹두와 치즈를 섞어 만든 앙금이고 오른쪽은 팥 앙금이다ⓒ윤희성 기자
    ▲ '매일손으로빚는떡' 이두래 대표가 집접 만드는 앙금. 왼쪽 노란색이 녹두와 치즈를 섞어 만든 앙금이고 오른쪽은 팥 앙금이다ⓒ윤희성 기자


  • "떡의 맛을 좌우하는 팥 앙금을 만드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팥 앙금은 대부분 대형 공장에서 만든 것을 사서 사용하고 있는 떡집들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단 공장 팥 앙금을 대체할 만한 앙금을 결국 완성했다. 똑같은 팥 앙금을 쓰면 맛이 똑같다. 달지 않고 건강한 팥 앙금은 금방 손님들에게 소문이 났다. 스스로 팥 앙금을 만드는 일은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사서 쓰는 것에 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건강한 손님들이 이미 제가 만든 팥 앙금에 팬이 된 상태라 이제는 그만둘 수도 없다. 저 같이 떡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계속 직접 앙금을 만들 것이다." 이두래 대표의 떡은 톡톡 튄다. 녹두와 치즈를 섞은 앙금으로 만든 '치즈떡'도 인기다. 치즈떡은 호박으로 색을 내 노랗다. 


  • ▲ '매일손으로빚는떡' 이두래 대표가 만든 연잎밥, 밤, 대추, 잣 연근 등 견과류가 많이 들어가 식사대용으로 인기다ⓒ윤희성 기자
    ▲ '매일손으로빚는떡' 이두래 대표가 만든 연잎밥, 밤, 대추, 잣 연근 등 견과류가 많이 들어가 식사대용으로 인기다ⓒ윤희성 기자


  • '매일손으로빚은떡'의 인기상품은 의외로 떡이 아니다. '연잎 밥'이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다. 말려서 차로도 마시고 쌈으로 먹기도 하는 연잎을 이용해 만든다. 찹쌀을 쪄서 대추, 잣, 밤, 연근 등을 같이 넣고 싸서 냉동을 한 뒤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에 넣어 냉동한 상태로 판매하는 데 개당 4,000원이다. '연잎 밥'은 일반 떡집에서는 만들지 않는 메뉴로 이두래 대표의 '매일손으로빚는떡'의 대표 상품이 됐다. 

  • ▲ '매일손으로빚는떡' 이두래 대표ⓒ윤희성 기자
    ▲ '매일손으로빚는떡' 이두래 대표ⓒ윤희성 기자


  • 이두래 대표의 ‘건강한 떡 만들기’에 대한 열정이 떡 하나 하나에 묻어났다. 색소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쑥, 흑미, 호박 등을 활용해 색을 낸 떡, 고가의 마카다미아 넛을 풍성하게 넣은 떡, 호두, 땅콩, 해바라기씨 등 성인이 하루에 필요한 견과류 권장량을 떡 하나에 담아내는 정성까지 손님의 건강을 위한 배려가 엿보였다. 

    대형 프랜차이즈 떡집이 만들어낸 떡이 개당 2,500원 정도인데 아낌없이 담은 이두래 대표의 떡은 개당 1,500원이다. 낮은 가격에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이 '매일손으로빚는떡'의 대박 비결이다. '매일손으로빚는떡'이라는 상호처럼 매일 주문 받은 만큼만 떡을 빚기에 남은 떡을 얼렸다 녹여 판매하는 일이 없다. 

    "33년간 교사로 일하며 매일 출근했고 방학에는 보충수업을 위해 학교에 나갔다. 퇴근 후에는 가정주부였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퇴직 후 떡집을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간 열심히 달려왔다. 인생에 휴식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떡집이었기에 주문이 없는 날은 쉬겠다고 생각했다. 예약을 받은 만큼만 만들자고…. 그런데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요즘, 결국 매일 출근해서 하루 종일 떡을 만든다." 대박집 창업자의 엄살이자 비결이다. 

    부산=윤희성 기자 ndy@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