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에 없는 소위원회 만들어 업체선정 "절차법 무시한 사업진행, 추후 문제될 것"
  • ▲ 잠실주공5단지 전경ⓒ뉴데일리
    ▲ 잠실주공5단지 전경ⓒ뉴데일리

     

    화려한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를 꿈꾸는 잠실주공5단지에서 조합장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은 지난 19일 임시총회를 열고 재건축정비계획변경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79.8%의 찬성률로 변경안이 가결됐다.


    이에 따라 지지부진했던 재건축사업이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퍼지고 있지만, 권춘식 조합장의 독단적 일 처리가 결국 사업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데일리경제가 지난 21일 만난 일부 조합원은 권 조합장이 △뇌물수수 △교수·조합장 겸직 △조합장 임의 업체선정 △사업진행 절차 무시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공5단지 한 조합원은 "총회대행업체 선정과 관련해서 권 조합장이 15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된다"며 "업체선정과정이 명확하지 않고 정보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 같은 경우가 한둘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조합장의 겸직 문제도 거론했다.


    권 조합장이 교수직 유지를 위해 조합장을 '비상근제'로 바꾸는 등 입맛대로 조합을 꾸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권 조합장은 지난해 12월 대의원회에서 조합장 비상근의 건을 의결하려 했으나 대의원들의 반대로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지난 2월 2차 대의원회를 열고 조합장의 대외활동 등과 관련한 성실근무 명령 의결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 대의원회를 통과시켰다.


    명칭만 바뀌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조합장을 비상근으로 만든 것이다.


    권 조합장은 현재 강원도 강릉에 있는 관동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관동대에서는 교직원 복무규정을 통해 교수의 겸직 활동을 허락하지 않고 있지만, 비상근일 경우 예외로 두고 있다. 권 조합장은 이를 이용해 교수직과 조합장 모두를 누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조합원은 "인근 재건축조합의 경우 조합장들이 모두 상근직이다. 그런데 (권 조합장은)비상근임에도 이들과 비슷한 월급 400여만원을 받아가고 있다"며 "도덕적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4000여명의 조합원의 재산을 책임지는 조합장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조합을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한 임원진의 구성이 비정상적이란 점이다.


    잠실5단지 재건축 조합은 조합장 1명, 감사 2명, 이사회 이사 15명, 대의원회 대의원 117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4000여가구 조합원들이 직접 뽑은 15명의 이사 중 8명이 해임됐고, 2명이 사임했다. 조합 정관상 최소 5명 이상만 있으면 조합 운영이 가능하다.


    한 조합원은 "해임된 인물들은 모두 조합장의 의견에 반대한 사람들이다. 조합장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쳐내고 뜻을 같이하는 수족 같은 사람들만으로 이사회를 구성해 사업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사업체 선정 등 주요 안건을 이사회에서 심의·의결하지 않고 정관에도 없는 별도의 소위원회를 만들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위원회 위원은 총 9명으로 조합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소위원회에서 다뤄진 내용은 녹취록도 없고 정보공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조합원은 "소위원회에 참석한 의원들의 핸드폰까지 뺏을 정도로 철저히 비밀리에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은 이사회를 거쳐 대의원회, 총회를 통해 결정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잠실5단지는 소위원회에서 사실상 결정을 한 후 무늬뿐인 이사회에 통보, 바로 대의원회를 거쳐 총회에 부치고 있다. 빠른 사업추진을 원하는 대의원회는 이렇게 올라온 안건을 무사 통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밝힌 조합원은 조합장이 정상적 절차를 무시한 체 비정상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일반 조합원들이 모르고 있다며 향후 이러한 일들이 절차법상 문제가 될 수 있어 사업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


    실제로 송파구청은 이 같은 문제점을 조합원들이 알려오자 절차를 지켜서 사업을 진행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리기도 했다. 


    한 재건축 전문가는 "재건축사업은 절차법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편법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향후 해당 건에 대해 무효소송에 휘말릴 수 있어, 사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법과 절차에 맞는 사업진행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조언했다.


  • ▲ 잠실주공5단지 항공사진.ⓒ네이버 지도
    ▲ 잠실주공5단지 항공사진.ⓒ네이버 지도

     

    특화설계업체 선정과정도 특혜가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재건축사업은 용적률이 결정된 후 가설계에 착수할 수 있다. 이후 가구수 등이 정해지면 본설계에 들어가고, 여기서 부족한 부분이 발생하면 특화설계를 진행한다. 하지만 잠실5단지는 용적률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화설계업체를 선정했다.


    잠실5단지 조합원들은 이 부분에 대해 강력한 의구심을 보내왔다.


    서울시가 도입한 공공건축가제도 첫 적용 사업지로 잠실5단지가 선정됐는데 이 과정에서 권 조합장과 당시 서울시 공공건축가였던 K교수간 유착이 있었단 것이다.


    권 조합장이 K교수에게 설계용역비의 40% 가량을 떼주기로 했고, 이를 위해 J건축을 특화설계업체로 선정해 줬다는 주장이다.


    이 사건이 밝혀진 이후 K교수는 서울시 공공건축가를 사임한 상태다. 임기 2년을 다 마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J건축은 잠실5단지와 특화설계업체로 계약을 마친 상태다.


    이 밖에도 권 조합장은 조합설립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몇몇 사람들에게 아예 동의서를 받지 않고 조합에서 제명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재산권을 무시해버리는 등의 행동으로 송파구청으로부터 행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권춘식 조합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조합사무실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조합측은 "답변할 수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조합 관계자는 "우리도 조합장을 자주 뵙지 못한다"며 "자리에 없다"고 대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