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거취도 모르는 판에"… 임기 만료 사장들 '불안한 집무'6월에 결론 낸다더니 자꾸만 연기… 제재 수위 변화 있었나?
  • ▲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24일 지친 표정으로 금감원을 나서고 있다. ⓒ 유상석 기자
    ▲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24일 지친 표정으로 금감원을 나서고 있다. ⓒ 유상석 기자

    "3주 후에 뵙겠습니다!"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 KB 임원들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결론이 또 미루어졌다. 다음 심의위는 3주 후인 8월 14일에 열릴 예정이다.

심의위가 늦어지면서 KB금융의 굵직한 현안들은 모두 멈춰버린 상태다. 특히 가장 큰 현안인 계열사 사장 인사조차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제재 결정이 늦어지는 가운데, KB 내부에서는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 회장과 이 행장 둘 중 한명의 제재 수위가 경징계로 낮춰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 ▲ 임 회장이 금감원을 떠난 지 30분 쯤 지나 이건호 행장도 금감원을 나섰다. ⓒ 유상석 기자
    ▲ 임 회장이 금감원을 떠난 지 30분 쯤 지나 이건호 행장도 금감원을 나섰다. ⓒ 유상석 기자

  • ◇ 자꾸만 늘어지는 제재심의… 혹시?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지난 24일 각각 18시 15분과 14시 55분 경 금융감독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임 회장은 출두한 지 약 1시간 30분 만에, 이 행장은 임 회장이 소명을 마치고 나온 후 30분 가량 지나 각각 금감원을 떠났다.

    두 수장 모두 이 날 있었던 소명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오랜 기다림 탓에 지친 표정으로 금감원을 나섰다. 이 날 오후부터 이 행장은 금융감독원 내에서, 임 회장은 서울시내 M호텔에서 자신의 소명 순서를 기다렸다.

    임 회장은 평소에 비해 많이 지친 표정이었다. 금감원을 나서기 전 잠시 멈춰 서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던 지난 출석 때의 모습과는 달리, 이 날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바로 대기해있던 차량에 탑승해 떠났다.

    이 행장 역시 소명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취재진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응하는 등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다만 전반적인 표정은 역시 어두웠다.

    금융권에서는 이들의 징계 수위와 관련한 추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주로 '이 행장이 임 회장에 비해 비교적 제재 수위가 낮아지지 않겠느냐'는 내용이었다.

    시중은행의 한 지점장급 인사는 "두 명 모두 중징계를 받을 것 같지 않다. 6월 말에 확정키로 했던 제재가 8월까지 미뤄지는 걸 보면, 어떤 형태로든 변동이 있을 듯 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건호 행장은 내부에서 '일을 크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고는 있지만 어쨌든 금감원에 (주전산기기 도입 관련) 사건을 신고한 신고자이기 때문에 그 점이 참작될 것"이라며 이 행장의 수위가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KB 내부 사정에 밝은 다른 인사도 "현재 제재 수위를 놓고 금감원과 감사원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 그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이라고 추측했다.

    반면, 임 회장이 이 행장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는 주장도 팽팽히 맞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느 "임 회장의 경우 신용정보법과 관련한 개별 건만 놓고 보면 경징계 대상이다. 그런데 주전산기 교체 건이 터지면서 관리감독 책임이 더해져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은 것"이라며 "최종 확정 시 그 점이 감안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금융권 소식에 밝은 다른 인사도 "금감원과 감사원이 대립하고 있다곤 하지만, 감사원의 의견을 심의위원들이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같은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일각에서는 두 수장의 표정을 비교하면서 수위를 짐작하기도 했다. "임 회장의 표정이 이 행장에 비해 더욱 굳어 있으니, 임 회장의 수위가 더 높지 않겠느냐"는 주장이었다.

    이런 주장과 관련 KB금융 관계자는 "두 수장 모두 오랜 기다림으로 인해 지쳐있는 상태였다"며 "임 회장이 상대적으로 피로감을 더 느꼈을 가능성은 있으나, 이들의 표정이 제재 심의 결과와 관련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금감원을 나온 직후, 심의위에 동석한 변호사와 함께 M호텔로 돌아가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 ▲ KB 두 수장에 대한 제재 확정이 늦어지면서, 계열사 사장 인사가 완전히 멈춰버렸다. 사진은 노조가 점거한 장유환 KB신용정보 사장 집무실. ⓒ 유상석 기자
    ▲ KB 두 수장에 대한 제재 확정이 늦어지면서, 계열사 사장 인사가 완전히 멈춰버렸다. 사진은 노조가 점거한 장유환 KB신용정보 사장 집무실. ⓒ 유상석 기자

  • ◇ 제재 확정 연기…함께 미뤄지는 계열사 사장 인사

    KB 두 수장에 대한 제재 수위 확정이 연기되면서, KB의 최대 현안인 계열사 사장 인사 문제가 완전히 멈췄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KB금융 계열사 사장들의 임기는 1년이다. 단, 1년 임기가 끝나면 연임해 2년을 채운 후 물러나는 것이 관행처럼 진행돼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관행이 깨질 수도 있는 상황이란 점이다. 노사와의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장유환 KB신용정보 사장이 대표적인 예다. 다른 계열사 사장들도 임기가 끝났지만 정확한 거취가 확정되지 못한 채 불안한 근무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사장 인사의 마무리는 현재 KB의 가장 큰 현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럼에도 임 회장의 제재가 확정되지 않은 탓에 사장 인사는 '올 스톱' 돼 있는 것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임 회장의 제재가 확정돼야 쌓여있는 현안들을 처리할 수 있다"며 "8월로 미뤄졌으니 계열사 사장 인사도 8월은 넘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