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당시 상황 고려없이 무조건 처벌"담합 조장하는 입찰제도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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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뉴데일리

     

    건설업계에 또다시 과징금 폭탄이 떨어졌다. 이번엔 무려 4000억원대다. 실적악화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올해만 건설업계에 날아든 과징금 폭탄은 이미 7000억원. 볼멘소리가 나올만하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1월 인천도시철도2호선 공사(1323억원)를 시작으로, 경인운하(991억원), 대구도시철도3호선(402억원), 부산지하철1호선(122억원), 호남고속철도(4355억원) 등 총 12건, 7493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망연자실한 건설업계에서는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담합을 한 사실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지만, 지금까지 관행처럼 해왔던 일들에 대해서 너무 과하게 처벌하는 것 같다"며 "수주 당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사실상 담합을 조장한 것도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이번 호남고속철도 과징금 부과 결정은 주요 대형 건설사 사장단이 과거 부적절한 관행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한 지 나흘 만에 나온 것이어서 더 아쉬움이 컸다.


    현대건설을 비롯한 대형건설사 사장들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담합을 근절하고 준법경영을 실천하겠다며 선처를 부탁한 바 있다.


    담합에 대한 제재가 너무 가혹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과징금이 부과된 건설사는 부정당 업체로 지정된다. 이 경우 최대 2년간 공공공사에 입찰할 수 없다. 여기에 해당 지자체의 소송도 이어져 경영에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이면 대형 건설사 중에 공공공사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은 하나도 없게 될 것"이라며 "중복처벌은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공사는 수익이 거의 없는 사업인데 담합으로 적발되면서 마치 건설사들이 엄청나게 수익을 남긴 것처럼 매도되고 있다"며 "과징금 부과, 손배 소송, 이미지 추락 등을 고려하면 회사 입장에서 공공공사는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덧붙였다.


    건설사들의 담합 문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경쟁이 치열한 해외수주전에서 경쟁업체가 이를 악용해 우리 건설사의 대외신인도를 하락시킬 수 있어서다.


    정부의 잇따른 과징금 부과는 건설경기를 살리는데 악영향이 될 전망이다.


    올 들어 업황 회복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건설업계지만, 여전히 경영지표는 좋지 못한 상황. 실제로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상장건설사(128개사)의 이자보상비율은 78.4%로 5분기 연속 100% 미만에 머물렀다. 즉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 조차 감당이 어려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7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은 회사에 따라선 명운을 좌우할 정도의 부담이 될 수 있다.

    공정위의 담합 조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 4대강 2차 턴키공사 등에 대해서도 담합 여부를 조사 중이어서, 올해 과징금이 1조원을 넘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건설업계에서는 담합 근절을 위해 근본 대책으로 입찰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최저가입찰제, 실적공사비제도 등은 수익성이 너무 낮아 건설사간 담합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익을 최소화하면서 경쟁까지 치러야 하다 보니, 담합이란 달콤한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해 입찰제도부터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