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건설사 리스크 모니터링 수준, 제 기능 못해"
  • ▲ 자료 사진.ⓒ연합뉴스
    ▲ 자료 사진.ⓒ연합뉴스


    국내 건설업계는 지난해 최악의 실적으로 곤혹을 치렀다. 가장 큰 이유는 해외사업의 저가수주다. 국내 건설사들이 수익성은 고려치않고 사업 목표액 달성을 위해 무차별적 수주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1년 A 건설사가 6억달러 가량에 수주한 사우디 설비 공사는 국내 4개 회사가 경쟁하면서 출혈이 벌어졌다. 그 결과 낙찰가가 예상가의 34%에 그치는 참극을 맞았다. 17억달러 이상은 받을 수 있다고 예상됐던 사업이었다.

    이같은 치열한 수주 경쟁 속에 해외건설의 수익성 문제에 대한 우려는 최근 얘기가 아니다. 건설사간 과다경쟁과 그에 따른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일부 해외 프로젝트에선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공개됐다. 이에 해외건설과정에서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당연하다.

    해외사업에서 발생될 수 있는 리스크로는 공기 지연, 원가·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추가비용 발생을 꼽을 수 있다. 이 같은 리스크 관리는 저가수주 방지뿐 아니라 해외 사업 특성상 다양한 돌발 변수에 대한 대비책으로도 필요하다. 생소한 언어, 문화, 기후, 법률 등으로 어려움이 상존하는 해외사업은 리스크에 상시 노출될 수 밖에 없어서다.

    국내 건설사들은 리스크 관리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긴하다. 현대건설은 PRM(Project Risk Management, 2014년)팀을 꾸려 해외사업을 관리하고 있다. 이 밖에 대림산업(플랜트 계약 관리팀, 2014년), 대우건설(해외공사 관리팀, 2014년), SK건설(Quality Gate, 2002년), 삼성물산(Risk Management, 2004년), 포스코건설(Project Management Office, 2013년)이 별도의 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야 해외손실을 막기 위한 전담팀을 꾸린 건설사가 대다수다. 그동안 해외건설 리스크 관리는 거의 하지 않았던 것이다. 리스크 관리팀의 역할에 대한 의문부호가 달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실제 해외건설 수주 1위 현대건설은 올들어 해외사업 관리팀을 꾸렸다. 중동 플랜트의 강자 대림산업과 대우건설도 마찬가지다. 해외사업 성장속도에 비해 리스크 관리에 대한 대응이 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해 실적을 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국내·외 개발사업 관련 대규모 손실 인식에 따른 영업외 비용 증가로 2531억원의 영업손실를 기록했다. 대림산업은 해외 사업장의 추가비용 때문으로 지난해 4분기에 총 5359억원의 추가비용이 필요했다. 

    그나마 2002년부터 리스크 관리 전담팀을 운영한 SK건설도 상황은 좋지 않다. 2013년 해외 사업장의 원가율 상승과 수익성 악화로 약 49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재 전담팀을 운영하지 않는 GS건설은 지난해 곤욕을 치렀다. 2013년 GS건설의 영업손실은 1조원에 육박하는 9373억원에 달했다. 즉 리스크 관리팀이 있던 회사나 없던 회사나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삼성물산도 2004년부터 리스크 관리팀을 운영 중이지만 모든 사업이 이익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삼성물산은 2013년 건설부문은 매출 13조4413억원으로 2012년 8조9432억원에 비해 50.3%가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3476억원을 기록해 2012년 4272억원보다 18.6% 감소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의 리스크 관리팀은 제 역할을 하지 못 해 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건설사의 리스크 관리팀은 전사 차원의 인력 구성으로 리스크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현황을 파악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이 중요해진 현 시장에서 리스크 관리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리스크 관리 조직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