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여수 대기환경·시민건강 위해 제한... "규제 형평성 논란"SK이노베이션, GSC, 에쓰-오일 등 1, 2분기 적자 전전긍긍 불구 "나홀로 잘나가"
  • ▲ ⓒ현대오일뱅크
    ▲ ⓒ현대오일뱅크

     

    국내 정유사들이 정제마진 악화와 원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은 현대오일뱅크가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 하는 등 '나홀로 흑자'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 '흑자'의 비밀은 상대적으로 싼 원유도입 비용과 함께 '코크스'와 같은 고체연료 사용이 더해지면서 시너지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 정유4사 중 값싼 코크스 연료를 사용하는 업체는 현대오일뱅크가 유일하다.

    현대오일뱅크 공장이 있는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에서는 고체연료를 사용할 수 있어 이로인한 획기적인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현대오일뱅크 기준 연간 900억원 수준.

    그러나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 등의 공장이 들어 서 있는 울산, 온산의 경우 고체연료의 사용이 철저히 금지 돼 있다. 환경 규제 때문이다.

    울산은 서울, 6개 광역시, 경기도 13개 시와 함께 대기환경 보호를 위해 석탄과 코크스 같은 고체연료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고체연료는 다른 연료에 비해 값은 싸지만 황 함유량이 많아 더욱 많은 온실 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코크스는 원유에서 석유화학 제품을 뽑아내고 남은 잔류물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값싼 코크스 연료를 재사용 함으로써 비용 절감 혜택을 홀로 누리고 있는 것이다.

    코크스 사용이 제한된 울산과 서울·경기 지역에 공장을 둔 타 정유사들은 코크스보다 값이 비싼 저유황 중유를 사용해 보일러를 돌리는 반면,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은 코크스를 2대의 FBC보일러에 투입해 공장에서 사용하는 스팀을 만드는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스팀은 주변 석유화학 공장으로도 판매된다.

    정유4사 중 규모가 가장 작은 현대오일뱅크는 코크스 사용만으로 연 평균 500억원에서 최대 900억원 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있다. 거기다 올 연말 가동을 앞둔 신규 FBC보일러에서도 코크스 연료를 사용할 것으로 전해지는 등 연료 비용 절감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오일뱅크의 시설 규모가 국내 정유사 중 가장 작은 것을 감안 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은 연간 최대 2700억원, GS칼텍스 약 2300억원, 에쓰-오일은 약 2000억원 가량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현재 국내 정유사의 일일 정제량은 SK이노베이션 111만5000배럴, GS칼텍스 77만5000배럴, 에쓰오일 66만9000배럴, 현대오일뱅크는 39만배럴 규모다.

    물론 각 정유사마다 설비와 공정이 다르고 원유 정제 과정에서 부산물인 코크스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 연료 비용을 규모 대비 일괄 계산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으나 연료비 부담이 큰 요즘 같은 고유가 시기에 고체연료 사용규제가 완화되면 사상 최악의 경영난에서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의 실적이 타사 대비 좋은 가장 큰 이유는 코크스 사용으로 인한 비용 절감일 것"이라면서 "솔직히 고체연료 사용 제한 지역에 공장을 둔 모든 기업들은 내심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괜히 나서서 이를 요구할 경우 '대기업 돈 아끼려 환경규제 완화 외친다'는 식의 눈총을 받게될 게 뻔해 누구도 섣불리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체연료 사용 규제가 풀린다면 다른 공장들도 당연히 코크스, 석탄과 같은 값싼 고체연료를 사용할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용이 제한된 코크스를 현대오일뱅크만 사용하고 있는 것은 규제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현대오일뱅크의 흑자 원인으로는 코크스 연료 사용 외에도 원유 수입국 다변화를 통해 원유 도입 비용을 절감했다는 점, 국내 최고의 고도화 설비율(36.7%)로 안정적인 알짜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점, 타사 대비 작은 규모로 인해 불황 속에서도 그만큼 타격을 적게 받았다는 점 등도 꼽히고 있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50% 이상 병산되는 중질석유제품(B-C유 등)를 경질석유제품(휘발유, 등·경유)으로 전환시키는 비율을 나타내는 고도화비율은 SK이노베이션 25.4%, GS칼텍스 34.6%, 에쓰-오일 22.1%, 현대오일뱅크 36.7% 수준이다.

    한편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등 정유3사는 지난 2분기 모두 영업 손실을 내며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현대오일뱅크는 2분기 영업이익 394억원을 기록하며 홀로 적자를 면했다. 암울했던 지난 1분기 역시 현대오일뱅크는 영업이익 1033억원을 기록하며 '나홀로 호황'을 누린 바 있으며, 올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1428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