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 인지했다면 '사용자책임' 미적용… 회사 배상책임 없어
  •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정당한 사무집행이 아닐 경우, '사용자책임'의 법리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연합뉴스
    ▲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정당한 사무집행이 아닐 경우, '사용자책임'의 법리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연합뉴스

    [투자자 A] 목돈을 굴릴 만한 곳을 찾던 중, 지인에게서 증권회사 직원 X씨를 소개받았습니다. X씨는 "매매수수료 없는 계좌가 있어 매월 10%씩 수익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자신의 처남 명의 증권계좌로 넣으면 된다기에 총 3천만원을 입급했고, 수익금 700만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끝이었습니다. X씨의 모습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다니던 B증권사에 "직원 및 가족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떠나서 죄송하다"는 편지만 남기고 잠적했다는군요.

    X씨는 B사의 직원이었고, B사는 사무관리를 함에 있어서 직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한 것 아닌가요? '사용자책임'이라는 법리가 있다던데, 그에 따라 고객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B 증권사] A 고객님이 담당직원 X씨의 권유를 받고 투자하신 것은 사실이지만, 본인 명의의 개좌를 개설하지 않은 채 차명계좌에 입금을 하셨습니다. 저희 회사의 정당한 사무집행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에 저희가 책임 질 사안이 아닙니다.

    게다가 고객님은 수 년 간의 주식투자 경험이 있으십니다. 따라서 차명계좌를 이용해 투자하는 행위가 위법임을 아셨을텐데요. 그럼에도 저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시면 곤란합니다.


    [해설] 사용자책임이란 민법 제756조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리로, 업무에 있어서 고용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손해를 입힌 경우, 피고용인이 이를 배상토록 하는 법리입니다. 

    그러나 이게 모든 경우에 항상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관상 사무집행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사용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대판 1998.7.24., 97다49978)의 입장입니다.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다'는 의미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을 경우'를 뜻합니다.

    주식거래를 할 때 "월 10% 수익금 지급을 보장하겠다"는 약정은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무효이고요, 본인 명의의 계좌 개설을 하지 않은 채 타인 명의 계좌에 입금한 것은 정당한 사무집행의 범위라고 볼 수 없다는 게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판단입니다(2007. 4. 10, 조정번호 제2007-24호).

    담당직원 X씨의 행위가 얼핏 보기엔 정당한 사무집행으로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정상적인 업무수행방법을 명백히 일탈했죠. 게다가 고객 A씨 역시 수 년 간의 주식투자 경험이 있기에 이런 행위가 위법이란 걸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법은 간주합니다. 이런 이유로 A씨가 B 증권사에 한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