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3천만원 상승, 투자 문의만 급증용적률에 따라 사업성 판단 '신중론'도
  • 정부의 재건축 규제완화 발표 이후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14단지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뉴데일리
    ▲ 정부의 재건축 규제완화 발표 이후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14단지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뉴데일리



    "9·1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얼마까지 오르는지 두고보자는 입장이다." (양천구 신정동 A 공인중개사 대표)

    정부의 재건축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발표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재건축 단지 집값 상승이 심상치 않다. 매도호가가 단숨에 2000만∼3000만원이 올랐다. 집주인들은 매매 물량을 거둬들이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태도로 돌변했다. 

    지난 10일 뉴데일리경제는 정부의 9·1부동산 대책 발표가 열흘 지난 시점에 수혜가 예상되는 현장을 찾아 시장 분위기를 살폈다.

    대부분 시장에선 9월 이후 급매를 제외하고 매매물건 찾기가 쉽지 않았다. 설사 물량이 있어도 매도자와 매수자의 입장차가 커 실제 거래로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추격매수가 호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이 단지는 130%대의 낮은 평균용적률이 장점이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우수한 학군을 갖춰 재건축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

    목동신시가지 일대 공인중개업소는 전화문의와 손님 상담 등으로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정부 발표 이후 매매 문의가 평소보다 급증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실제 9월 이후 거래가 이뤄졌다고 답한 공인중개사는 2곳에 불과했다.  

    11단지 인근 공인중개사 대표도 오늘 투자관련 문의전화만 30건 정도 받았다며 상담내용이 빼곡히 적힌 수첩을 내보였다.

    그는 "인터넷에 게시된 매매물량을 보고 전화가 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현재 그 가격으로는 매매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집주인이 호가를 올리든지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돌아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 공인중개사 관계자도 "이달 들어 매매 가능 물량은 급매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면서 "집주인들은 집값상승 기대감에 당장 거래 성사가 무산되도 아쉬울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전용71㎡형의 매물은 6억1000만∼6억3000만원선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 이후 현재 6억4500만원으로 호가가 상승했지만 이마저도 물건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 '강남3구' 재건축 부동산시장도 들썩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1987년에 들어선 강남구 개포 우성6차 아파트는 5층 건물로 용적률이 109%에 불과하다. 사업진행 이후 추가분담금 가능성이 낮아 사업성이 우수 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규제 완화로 재건축 가능 시기도 2019년에서 2017년으로 2년 앞당겨졌다. 이 같은 호재로 전용67㎡형은 6억원에서 현재 6억3000만원까지 호가가 상승한 상황이다.

    개포동 인근 J 공인중개사 관계자도 정부 발표 이후 갑작스런 집주인의 태도 변화에 곤혹스러웠던 경험담을 들려줬다. 그는 "지난주 매수자가 계약을 위해 방문하자 집주인에게 연락했다. 그러자 매도인은 집값을 2천만원 올리는 바람에 계약이 무산됐다"면서 "이 같은 호가상승으로 추격매수가 이뤄질 가능성은 당분간 어렵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금은 집주인들이 집값 눈치 작전에 들어간 경우"라며 "추석 연휴가 지난 다음주가 되면 정확한 시장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남3구'중에 한 곳인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아파트 4494가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5540가구도 수혜 대상이다.

    방이동 인근 W 공인중개사 대표는 "정부 발표 이후 집주인들이 매매물건을 전세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84㎡형의 경우 1000만원 오른 7억50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M 공인중개사 대표는 "매매 문의가 들어와 집주인에게 실제 매도 여부를 확인할 때면 어김없이 호가를 올리든지 거래를 미룬다"고 전했다.  

    강북에선 노원구 상계동에서 총 30여개 단지, 4만1000여가구가 재건축 연한 단축 수혜가 예상된다. 이 중 상계동 주공아파트 단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1987년 준공된 주공 2·5단지(1062가구), 1·10단지(1988년·590가구), 14단지(1989년·240가구) 등이 저층 단지다. 일반적으로 5층 이하 저층 아파트는 재건축 후 용적률이 100% 이상 높아져 사업성이 우수하다.

    그러나 상계동 일대 15층 이상의 고층 단지가 주를 이루고 용적률도 높은 편이라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때문에 상계동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상계동 인근 공인중개사 대표는 "일부 저층 중심으로 수혜가 예상되지만 강남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강남권 집값 상승세 대한 파급효과를 기대해 볼만하다"라고 말했다.

    이 같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제기한 전문가들도 여럿 있었다. 재건축 연한 축소가 사업 시작이 아니라 '추진 가능'이기 때문이다.

    개포동 인근 공인중개사 대표는 "아직은 사업추진까지 4∼5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그 이후에도 조합원 구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수요자들의 움직임에 따라 시장 상황이 변할 것으로 예상돼 조금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일 닥터아파트 팀장은 "재건축 연한 축소가 이뤄졌지만 사업 추진은 개별 단지들의 몫"이라며 "단지들의 사업성 여부에 따라 재건축이 진행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