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모두 인수에 적극… 예상 웃도는 매입가 나올 가능성도
  • 최근 현대차그룹이 10조55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의 입찰을 통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부지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며 화제를 불러 모은 가운데, 철강업계에서도 동부특수강이라는 '알짜' 매물을 놓고 현대제철, 세아그룹 등이 뜨거운 인수전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동부특수강의 매각가격으로 2500억~3000억원 선을 점치고 있는 가운데, 현대제철이나 세아제강 모두 인수에 적극적 의사를 나타내고 있어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매입가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산업은행은 현대제철과 세아그룹 및 일부 중국 철강업체를 포함한 10여곳에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발송했다. 투자안내서를 전송받은 업체들은 오는 25일까지 산업은행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해야 한다.

    동부특수강은 포스코로부터 특수강 원료를 받아 연간 50만t의 자동차용 볼트, 너트 등을 생산하는 특수강 하공정(2차 공정)업체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4064억원, 영업이익은 196억원으로 동부그룹 내에서도 '알짜'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23%로, 42%의 세아특수강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러한 동부특수강 인수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대표기업들은 현대제철과 세아특수강이다. 

    현대제철은 현재 충남 당진에 8400억원을 투자해 특수강 봉강 60만t·선재 40만t 등 총 연산 100만t 규모의 특수강 공장을 설립 중에 있다. 이 공장은 상공정(1차 공정)에 해당해,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40만t에 달하는 선재 물량을 밀어낼 수 있는 공급처가 필요한 상태다.

    또 동부특수강을 인수할 경우 소재부터 완성품에 이르는 특수강 일관체제를 구축하게 되어, 현대·기아차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실제 현대제철 측은 지난 8월 송충식 재경본부장을 중심으로 동부특수강 인수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최근에는 인수 자문사 선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제철이 특수강 일관체제를 구축할 경우 냉간압조용선재 시장에서의 현대·기아차 지배력이 막강해져, 해당 시장의 구성원들이 원재료 매입 및 완성품 납품을 모두 현대차그룹과 거래하게되는 만큼 원재료 선택권과 가격결정권을 잃고 현대차그룹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세아 입장에서도 동부특수강 인수가 어느 누구보다 절실한 상태다. 현대제철의 경우 종합일관제철소로 쇳물생산에서부터 열연, 후판, 냉연 등 특수강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반면 세아그룹의 경우 세아제강에서 강관 등을 만들고 있지만 세아베스틸, 세아특수강 등 특수강을 주력으로 삼는 업체인 만큼 '생존 게임'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세아특수강의 경우 현재 특수강 하공정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주매출처가 현대·기아차에 집중되어있어 동부특수강이 현대제철로 넘어갈 경우 시장 지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세아그룹은 고 이운형 회장의 장남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를 중심으로 지난 7월부터 TF를 꾸려 동부특수강 인수를 준비 중에 있다.

    반면 세아특수강이 동부특수강을 인수할 경우 세아그룹이 특수강 시장을 독점해 '갑의 횡포'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세아그룹 내 한 고위 관계자는 "시장진입장벽이 낮은 선재 가공업 시장의 특성상, 강력한 구매자 및 수입대체제로 인해 세아가 경쟁을 제한하거나 독점적 공급자로서 월권을 남용할 우려는 없다"며 "세아가 동부특수강을 인수하더라도 공정한 시장질서는 유지될 것이며, 오히려 불공정 경쟁 대신 중소철강사들과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