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진 국내 건설사 현실 때문"


  • 국내 건설사들은 빅데이터 필요성에 대해선 인식하고 있지만 활용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3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시공능력평가 30위권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5%가 현재 빅 데이터 도입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회사 내에 데이터 분석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73%였다. 

    강상혁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사들이 빅데이터 도입과 활용에 관망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빅데이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건설사들은 빅데이터 활용에 대해 무관심했다.

    A건설 관계자는 "사내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인력을 고용하고 있지 않다"며 "필요하다면 외주업체에 위임하거나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관적인 의사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원인을 국내 건설업계에 팽배한 보수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업계는 주변국보다 외부 반응에 대해 느린 편"이라며 "업계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가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최근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빅데이터 활용까지 고민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이유다.

    A건설 관계자는 "건설업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IT 투자를 줄이는 상황"이라며 "빅데이터 활용을 통해 혁신이 일어날 정도의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B건설 관계자도 "최근 고객정보 보안이 강화되고 있어 이를 활용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게다가 '아파트'라는 상품 특성상 다양한 변수가 있어 이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빅데이터의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정부와 학계에서 먼저 빅데이터 기반을 다진 후 다양한 업종으로 파급효과를 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C건설 관계자는 "정부와 학계에서도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데 건설사에게 왜 갖춰져 있지 않냐고 묻는 것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이들이 먼저 빅데이터 기반을 다진다면 건설업계에서도 활용도가 높아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B건설 관계자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그는 "건설업은 시장을 분석하고 파악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산업"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것들이 건설업계가 관심을 갖는 주제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건설업계에서도 빅데이터 활용으로 주목을 받는 사례가 등장했다. 때문에 빅데이터 활용에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세계2위 건설기계 제조업체인 고마쓰는 전 세계로 수출되는 자사의 기계마다 센서를 부착한다. 이를 통해 특정 지역에서 기계 가동률을 파악해 전 세계 건설경기를 예측한다. 각국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적인 통계보다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변화 대응에 한발 앞설 수 있는 것이다. 

    강 연구위원도 "기업들이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국내 건설사들도 개방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빅데이터 수집·분석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