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구간 두고 치열한 대립중개서비스 질적향상과 국민의식 전환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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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중개보수 체계 개편안으로 정부와 공인중개업계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중개보수 체계 개선을 위한 공청회'에서 중개보수 체계 개편안을 내놨다. 이 개편안에 따르면 매매의 경우 '6억∼9억원 미만'을 신설해 0.5% 이하의 요율을 적용한다. 단 최고가 구간인 '9억원 이상'은 현재 요율인 0.9% 이하에서 협의를 유지한다. 전·월세에 대해서도 '3억∼6억원 미만' 구간을 신설해 0.4% 이하 요율을 적용하고 '6억원 이상'은 현재의 최고 요율인 0.8% 이하에서 협의한다는 내용이다.

    공인중개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23일 마련된 공청회가 공인중개사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다.

    장준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회장은 "지금 정부는 중개수수료 인하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수수료 인하추진을 서두르지 말고 합리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6월부터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와 9번 정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협회 측은 고정요율제 등 비합리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토부는 매매·전세 보수역전 등 불합리한 문제를 막고자 이번 개선안을 들고 나왔다. 예를 들어 전세가격이 3억원인 주택을 거래할 때 상한인 0.8%를 적용하면 수수료는 240만원이다. 그러나 같은 가격의 주택을 매매할 경우 수수료가 120만원으로 전세의 절반 수준이다. 2억원 이상 6억원 미만 주택을 매매할 때 수수료율인 0.4%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협회 측도 보수역전 문제 개선에 대해선 동의했다.

    장 부회장은 "보수역전 현상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을 한다"면서도 "그 부분은 협의를 통해 개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측은 이번 개선안은 현장의 목소리가 대변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거래현장에서는 수수료 문제로 중개업소와 임대·임차인 간의 갈등이 많다. 이에 보다 현실적인 대책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송파구 A 공인중개사 대표는 "'협의'라는 항목때문에 간혹 0.2%의 수수료를 받고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며 "분쟁이 없는 거래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화상태인 중개업소도 이번 갈등의 원인 중에 하나다. 2000년 기준 약 4만개의 중개업소가 현재 약 8만5000개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상당수가 수도권에 몰려있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과다 경쟁으로 중개업소의 폐업과 개업이 연속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은퇴자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인중개사 수를 늘려왔다"며 "지금도 한해 약 1만 명 이상이 중개업소 시장으로 배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개 수수료가 인하될 경우 중개업소는 수입하락으로 고사직전으로 몰릴 것은 뻔하다는 얘기다.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번 개선안이 일부 수도권 고가의 아파트에 대한 수수료 인하뿐이라는 것이다. 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6개 광역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억57만으로 집계됐다. 즉 국토부가 내놓은 방안으로는 중개수수료 인하로 혜택을 보는 대상은 한정적이다.

    부산지역 업계 관계자는 "해운대 일대 아파트를 제외하고 이번 개선안에 영향을 받는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은 수도권에서 발생되는 전셋값 상승으로인한 고가구간을 나누기 위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 실제거래 현황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내놓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 매매 건수는  5000만원 이하가 11%, 5천∼2억원 33%, 2억∼4억원 28%, 4억∼6억원 14%, 6억∼9억원 8%, 9억원 이상은 5%를 차지했다. 따라서 이번 개선안의 대상인 6억∼9억원(매매) 거래는 크지 않다는 게 협회 측의 주장이다.

    장 부회장은 "이번 개선안은 전국적 거래 비율로 비춰볼 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임대차 거래의 경우도 3억원 이상 거래는 고작 4.5%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율체계가 서민에겐 높고 부자에겐 낮게 정해져 있다. 전반적인 요율체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제 중개수수료의 상당수가 0.4∼0.6% 요율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수입이 감소한다는 협회 측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요율에 대한 문제보다 중개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함영진 부동산 114리서치 센터장은 "선진국에 비해 중개 수수료가 매우 낮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높은 중개수수료에 맞는 서비스의 질적향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국민이 중개수수료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은 중개수수료를 아깝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낮은 수수료로 인해 발생되는 서비스 하락은 결국 고객들이 떠안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개선안과 관련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관계 법령을 조속히 개정할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