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기업 35% 되레 매출 감소… 관리감독 '구멍'
  • ▲ 모뉴엘 법정관리 신청을 계기로, 수출입은행의 '히든채미언' 제도에 대한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 모뉴엘 홈페이지 캡쳐
    ▲ 모뉴엘 법정관리 신청을 계기로, 수출입은행의 '히든채미언' 제도에 대한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 모뉴엘 홈페이지 캡쳐

    최근 중견 가전제품 판매기업 모뉴엘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그 불똥이 수출입은행으로 튀고 있다. 모뉴엘이 수은으로부터 최근 3년간 2500억원의 금융지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지원을 받은 근거가 허위 매출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금융지원 절차가 허술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수출입은행이 운영 중인 '히든챔피언' 제도가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고 있다. '히든챔피언'은 수은이 중견 수출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운영중인 제도로, 인증 기업에 선정되거나 육성 대상 기업에 들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금리와 한도에 특별우대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인증기업 35%가 인증을 받은 이후 매출이 감소하는 등, 제도 운영이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러 의원들로부터 이 같은 질책을 받았다.

김영록(새정치민주연합·전남 해남완도진도) 의원은 이날 수출입은행 국정감사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한 모뉴엘이 수출입은행의 히든챔피언 제도를 악용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영록 의원에 따르면 모뉴엘은 지난 2012년 히든챔피언 인증 기업으로 선정된 뒤 총 2472억원의 금융지원을 받았으며, 현재 남은 여신은 713억원 정도다.

김 의원은 "수출입은행도 채권회수가 안되면 피해자가 되겠지만, 2012년 히든챔피언 인증으로 모뉴엘을 히든폭탄으로 만든 건 아닌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 모뉴엘 법정관리 신청을 계기로, 수출입은행의 '히든채미언' 제도에 대한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 모뉴엘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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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뉴엘의 이번 법정관리 신청은 히든챔피언 제도 자체에 대한 질책으로 이어졌다.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된 기업의 상당수가 선정 전보다 매출이 오히려 하락하는데도 지원이 계속되는 등 관리감독이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제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충북 청주흥덕갑)에 따르면 히든챔피언 인증기업 267사 가운데 34.8%인 93사가 선정 전보다 매출이 하락했는데도, 수은은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히든챔피언을 담당하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 의원은 "히든챔피언 인증기업 선정에 단 3명의 인력만이 투입됐다. 또, 이 인원들이 최근 5년간 1인당 200개의 기업을 담당했다"며 관리감독 부실을 질타했다. 

    일각에서는 모뉴엘이 허위의 매출을 신고해 수은으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모뉴엘은 창업 7년만에 매출이 50배 이상 오르고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기는 등의 실적을 보여 우량기업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최근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한 점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이와 관련, "모뉴엘의 수출실적이 가공매출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해당 의혹과 관련, 금융당국은 사실관계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모뉴엘은 양호한 실적을 보였고 최근까지 이상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갑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에 대해 자체적으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뉴엘은 지난 8월31일 외환은행 대출금 1270억원을 상환하지 못했고, 외환은행은 9월 25일 히든챔피언 자금지원을 보증한 무역보험공사에 연체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점을 파악하지 못한 수출입은행은 히든챔피언 제도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심재철(새누리당·경기 안양동안을) 의원은 "한국수출입은행에 손실이 생기면 국민세금으로 보전해줘야 하는 만큼 수출입은행이 신용대출해 준 채무기업의 현금흐름이 이유 없이 악화될 경우에는 기업의 실적과 재무상태를 다시 한번 면밀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