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인수합병·유상증자로 대형화… 신용대출 노하우로 시장 장악
  • ▲ 일본계 자본이 대부업체에 이어 저축은행 업계의 판도 마저 바꾸고 있다. 사진은 외환은행에 적재된 일본 엔화. ⓒ 연합뉴스
    ▲ 일본계 자본이 대부업체에 이어 저축은행 업계의 판도 마저 바꾸고 있다. 사진은 외환은행에 적재된 일본 엔화. ⓒ 연합뉴스

    저축은행업계의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대부업에 이어 일본계 자본의 약진이 두드러지는가 하면, 소규모 저축은행들이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다.

◇ 대형 대부업체, 합병 통한 몸불리기 잇따라

일본계 저축은행은 잇단 합병을 통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달 말 계열 저축은행인 SBI 1·2·3·4를 합병해 통합 SBI저축은행으로 공식 출범했다. SBI저축은행은 일본계 투자회사 SBI홀딩스가 옛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이름을 바꾼 곳이다. 인수 당시 SBI저축은행은 총 1조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 정상화를 실현한 바 있다. 

통합 후 SBI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3조8443억원으로 늘었다. SBI저축은행은 오는 2019년 6월까지 BIS비율 14.61%와 연간 순이익 2328억원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계 J트러스트가 운영하는 친애저축은행도 SC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J트러스트는 지난 2012년 구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해 친애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꿔단 후, 대부업체 3곳을 인수·합병하는 등의 몸 불리기 전략을 통해 1조 이상의 자산을 갖춘 대형저축은행으로 거듭났다.

러시앤캐시로 잘 알려진 에이엔피파이낸셜대부는 OK저축은행을 흡수하며 시장에 발을 디뎠고 금융위원회로부터 OK저축은행2와 합병을 승인받았다. 

'웰컴론'으로 잘 알려진 대부업체 웰컴크레디라인대부 역시 저축은행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제2저축은행 인수전에 뛰어든 대형 대부업체 중, 유일한 비(非)일본계 자본 회사다. 웰컴크레디라인은 지난 3일 웰컴저축은행과 서일저축은행의 합병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대전과 충청지역을 거점으로 삼은 서일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웰컴저축은행은 서울, 경기, 부산에 이어 충청지역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 日 자본 韓 진출 15년…미칠듯한 성장세

일본계 자본이 한국 대부업계에 진출한 지 15년이 지난 지금, 일본계 대부업체를 모회사로 삼은 저축은행들은 국내 시장을 크게 잠식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초로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일본계 대부업체는 지난 1999년 상륙한 에이앤피파이낸셜(러시앤캐시)이다. 그 후 산와대부(산와머니)가 2002년 들어오는 등 일본계 자본의 한국 진출이 줄을 이었다.

이들 대부업체들이 제2금융권에 발을 디디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의 저축은행 사태가 발단이 됐다. 당시 경영부진으로 쓰러진 상당수의 저축은행은 ‘가교저축은행’ 형태로 변경됐다. 가교저축은행이란 임시로 놓은 다리라는 뜻의 가교(假橋)라는 단어에서 따온 명칭으로, 새로운 주인을 만날 때까지 예금보험공사가 임시로 관리하는 저축은행을 의미한다.

대부업체들은 이들 가교저축은행의 인수를 위해 공을 들여왔다.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고리대금 사채업자’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제도권 금융사’라는 인상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계 대부업체 계열 저축은행들은 일본에서 구축한 오랜 노하우와 막강한 자본력으로 국내 저축은행 판도를 뒤집어놓을 전망이다.

부동산 담보 대출을 중심으로 시장을 키운 국내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인한 충격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일본계 저축은행들은 신용대출 노하우와 자본력을 이용 승승장구할 것이라는게 금융권의 예측이다. 

한편 지난해를 기준으로 일본계 저축은행은 전체 시장(38조9727억원)에서 14.5%(5조6395억원)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