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과 임대주택은 현실적 대책 아니다"
  • 1969년 지어진 스카이아파트는 현재 18가구가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졌다.ⓒ뉴데일리경제
    ▲ 1969년 지어진 스카이아파트는 현재 18가구가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졌다.ⓒ뉴데일리경제



    1969년에 지어져 45년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서울 성북구 정릉동 스카이 아파트. 건물 외벽은 덧칠된 보수공사로 얼룩져 있었고 아파트 곳곳은 부서져 있었다. 페인트칠은 흔적도 없이 벗겨져 있었고 회색빛 시멘트만이 남았다. 주변은 지나는 사람 조차 드물어 적막함이 감돌고 있었다.

    지난 10일 찾은 이 아파트는 그저 눈물과 고난이 담긴 '내집'일 뿐이었다. 입주민들은 기자의 방문이 달갑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언론에 노출되는 것도 그뿐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한 주민은 "결국 다람쥐 쳇바퀴 도는 꼴이다. 변한 것이 무엇이 있냐"며 "공무원도 자주오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지 않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아파트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입구를 제외한 건물 주변을 철조망이 둘러싸고 있었다. 철조망엔 재난위험시설물을 알리는 '출입금지'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건물에 들어서자 주인이 떠난 집의 현관 문에도 출입금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복도엔 수십개의 빨간 쇠기둥이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파트 생명을 간신히 이어주는 동아줄로 느껴졌다.

    이 아파트는 애초 총 5개 동, 총 136가구로 들어섰다. 이 중 6동은 주변 건물의 피해를 우려해 2008년 4월 철거된 상태다. 대부분 집이 비어있지만 현재 4개 동에서 18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주민 A씨는 "밤이면 더욱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며 "하루빨리 이주 대책이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 주인이 떠난 집의 현관문에는 출입통제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뉴데일리경제
    ▲ 주인이 떠난 집의 현관문에는 출입통제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뉴데일리경제



    입주민들은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다. 난방, 온수, 상하수도 시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곧 다가올 겨울철이 걱정스럽게 느껴졌다. 실제 연탄 난로를 설치하는 주민의 모습도 보였다.

    (연탄 가스)위험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내 나이가 70이 넘었다.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느냐"며 "죽지 못해 살고 있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셨다. 

    또 다른 주민도 "난방이 안돼 전기장판으로 한겨울을 보낸다"며 "온수조차 나오지않아 직접 끓여쓰거나 인근 목욕탕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도 현재 흐지부지된 상태다. 이 곳은 정릉3구역 재개발 지구로 지난 2005년 사업 승인이 떨어졌다. 그 무렵 재개발 사업 추진에 따라 빠른 속도로 집값이 올랐다. 인근 주민도 "당시 1억6000만원에 집을 팔고 나간 사람도 있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돼 4층 이상의 고층건물이 들어설 수 없게 됐다. 결국 사업성 악화로 재개발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재개발 추진위원회 사무실도 있지만 사람의 흔적이 닿은지 오래된 느낌이었다. 

    현재 이 아파트는 2008년 안전진단 'E' 등급을 받은 상태다. E 등급은 주요부재에 심각한 노후화 또는 단면손실이 발생했거나 안전성에 위험이 있어 사용금지·개축이 필요한 상태다. 때문에 현재 스카이 아파트는 부동산 거래도 금지됐다. 즉 재산권 행사도 막혀있는 상황이다. 

  • 스카이 아파트는 안전진단 E등급을 받은 상태다.ⓒ뉴데일리경제
    ▲ 스카이 아파트는 안전진단 E등급을 받은 상태다.ⓒ뉴데일리경제



    관할구청인 성북구가 이주를 장려하고 있지만 입주민들은 주거공간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입주민들은 노인과 저소득층이 대부분이라 당장 주거공간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강제퇴거 조치도 쉽지 않다. 구청도 지속적으로 주민들과 이주 문제로 여러차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다. 그러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입주민 B씨는 "구청은 SH공사의 단기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결국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집을 비워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입주민 C씨도 "지금 내가 사는 평형대의 아파트를 서울 사대문 안에 제공해줘야 맞지 않느냐"면서 "그래도 피곤한 내 몸 하나 편히 누울 수 있는 이 집이 낫다"고 말했다.

    성북구도 어려움이 있긴 마찬가지였다. 구청 관계자는 "최대 3000만원인 서울시 재난관리기금 대출과 SH공사 매입임대 아파트 추천을 통해 이주를 장려하고 있다"면서도 "입주민들은 현실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H공사 관계자도 "2년 임대주택을 기본적으로 제공한다"며 "부득이한 경우 2년 연장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민들도 이러한 부분에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연 3%로 제공되는 대출금 상환이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대주택 역시 임시방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주민 K씨는 "결국 4년 뒤면 다시 쫒겨나야 한다"며 "지금 형편에 어떻게 전셋집을 마련할 수 있겠느냐"고 한탄했다.

    구청은 건물 안전을 우려해 매일 순찰을 실시하고 있다. 또 2주에 한번 현장을 찾아 이주 안내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입주민들은 계속된 위험 속에 살아야가하기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였다. 인근 주민들에게도 피해가 예상돼 하루빨리 이주 결정과 철거가 시급한 시점이다.

    인근 주민인 40대 여성도 "혹시 사고가 날지 몰라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다"면서 "장마철이나 태풍이 부는 날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 아파트 복도엔 빨간 쇠기둥이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뉴데일리경제
    ▲ 아파트 복도엔 빨간 쇠기둥이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뉴데일리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