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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경제 이보영 기자

    [취재수첩] '땅콩' 하나 때문에 지위를 이용해 비행기를 돌려세운 대한항공에 대한 반발심으로 대한민국이 얼룩졌다.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이른바 '땅콩 리턴' 사건은 쉽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질 않는다.

    이런 와중에 최근 중국 남방항공이 영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비상착륙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존심은 더욱 상처를 입었다.

    지난 11일 중국 펑파이 신원왕(澎湃新聞網)에 따르면 남방항공 CZ330편은 지난 2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중국 광둥성 광저우(廣州)로 가던 도중 기내에서 한 영아가 의식을 잃고 기절하자 비상착륙을 시도했다.

    사건 당시 의사가 영아에 대한 긴급한 응급처치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이때 기장은 회항이나 비상착륙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 빠른 영아의 응급처치를 위해 알래스카 앵커리지를 비상착륙지로 선택했다. 

    그러나 해당 여객기는 최대 착륙허용중량(173t)을 초과해 비상착륙을 할 수 없는 상황. 이에 기장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30t의 연료를 강제 방출(Fuel Dumping)했다.

    비상착륙 후 대기 중인 구급차를 타고 영아는 현지 병원에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고 무사히 치료를 받고 회복해 퇴원한 것으로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세계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중국 항공사는 한 어린 생명을 구하기 위해 비행기를 돌렸고, 대한민국은 오너의 딸인 부사장의 땅콩 봉지를 뜯어주지 못한 벌로 비행기를 돌렸다.

    사건 발생 초기 대한항공의 미흡한 조치도 도마위에 올랐다. 계속 입장만 번복하다 사건을 수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것이다.

    남방항공처럼 생명을 구하기 위한 회항 소식은 가끔 들려오는 일이지만, 땅콩 리턴의 경우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접하지 못한 초유의 사건이었다.

    대한항공은 처음 "매뉴얼 지키지 못한 사무장 지적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조현아 부사장 보직 사퇴'→'부사장직 사퇴'→'국토부 출두 통보 거절'→'국토부 출두'→'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대국민 사과'→'조현아 전 부사장 사과와 국토부 조사 출두' 등 짧은 기간에 수차례 입장이 번복됐다.

    대한항공은 사건 당시 바로 고개를 숙이고 나오는 것이 맞았다. 국민들의 반발 정서가 심해져서가 아닌, 처음부터 실수를 인정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 라면상무 사건 당시 '승무원 사기 문제를 언급하며' 고객 정보를 공개하면서까지 제식구를 감싸안았던 조 부사장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당시 퍼스트클래스에 탑승했던 다른 한명의 승객은 물론, 이코노미석 등 250여명의 고객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승객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항공사의 부사장이 보여줄 행동은 결코 아니었다.

    이번 국토부와 검찰 조사로 조현아 전 부사장의 행위가 어떻게 판단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국민들이나 대한항공 노조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극명하게 비교되는 이번 두 사건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동안 수십년 동안 애용해 왔던 대한항공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해외 출장이나 여행 후 돌아 오는 길, 국적기에 오르면 벌써 고국 땅을 밟는 듯한 기분을 대한항공에서 다시 느낄 수 있게 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