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확인서 수정도 대한항공 통해 통보…봐주기 논란 부채질임원진 동석 조사는 '글쎄'…셀프 감사 부실 우려도 제기
  • ▲ 검찰에 출석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뉴데일리
    ▲ 검찰에 출석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뉴데일리

     

    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을 조사하면서 박창진 사무장에게 조사 확인서 수정을 회사를 통해 알린 것으로 드러나 '봐주기' 조사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토부는 조사 확인서를 수정할 경우에 대한 매뉴얼조차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벌써 국토부가 진행하는 '셀프' 감사에 대해서도 부실 감사 우려를 제기한다.


    ◇국토부, 회사 통해 조사 확인서 수정 봐주기 논란 부채질…관련 매뉴얼조차 없어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박 사무장은 17일 방송사 인터뷰에서 국토부의 부실 조사 의혹을 추가로 폭로했다.


    박 사무장은 이날 국토부 조사의 전 과정에 회사가 개입했고 자신은 회사가 정해준 답변대로 진술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사 과정에 대한항공 임원진이 동석했고 홀로 남아 진술할 때도 밖에 있던 임원진이 조사실 내부의 얘기를 다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사무장은 국토부가 회사를 통해 국토부에서 썼던 사실관계 확인서를 수정해 제출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박 사무장의 조사계획을 대한항공을 통해 통보한 데 이어 조사내용에 관한 확인서 수정도 항공사를 통해 전달한 것이다.


    대한항공이 박 사무장에게 확인서 수정을 주문했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박 사무장은 "조사 당일 밤늦게까지 회사 관계자들 앞에서 초등학생이 선생님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듯이 10~12회 내용을 수정했다"며 "조현아 전 부사장이 강압적으로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지시했는지와 관련한 부분을 거의 다 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수정한 보고서를 이튿날 회사 지시대로 회사 메일계정을 이용해 국토부 담당 조사관에게 재전송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사 현장에서 사실관계 확인서를 받으면 조사받는 처지에서 심적인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피조사인이 원하거나 하면 돌아가서 확인서를 제출하게 하거나 수정해 다시 제출할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확인서 작성을 마무리하면 혹여라도 피조사인이 강압적인 요구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오히려 박 사무장을 배려했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정작 조사 진행과 관련한 매뉴얼조차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 담당 부서 한 관계자는 "조사 진행과정에 대한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사무장을 배려했다지만, 사실관계 확인서를 현장에서 받고 어떤 경우에 수정·보완해 재제출을 받는지, 이런 내용을 통보하거나 수정한 확인서를 다시 제출하는 절차나 방법 등에 대해 명확한 지침이 없는 셈이다.


    구체적인 지침 없이 진상 조사가 주먹구구로 이뤄지다 보니 항공사에서 승무원에게 거짓진술을 강요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사무장은 거짓 진술과 관련해 회사 측으로부터 "국토부는 검찰이나 경찰이 아니므로 거짓 진술을 해도 어떻게 할 수 없고, (거짓) 진술을 믿게 돼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대한항공 임원 관련 조사는 '글쎄'…국토부 셀프 감사 부실 우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벌이는 자체 감사에 대해서도 부실 조사를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는 18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진상 조사가 허술하고 공정성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조사과정을 살피겠다며 자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사 전 과정을 살펴보려고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면밀하고 신속하게 조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라며 "대한항공 봐주기 여부와 박 사무장 조사 때 절차적 공정성이 훼손돼 실체적 진실 파악에 영향을 주었는지, 조사 관련 제도상 미비점 등을 파악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모든 조사과정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면서도 대한항공 임원 등에 대한 조사 여부에 대해선 말꼬리를 흐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 부분(대한항공 임원 조사 가능성)은 검찰에 (관련 자료가) 다 넘어가 있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불공정 조사 시비가 국토부가 박 사무장을 대한항공을 통해 불렀고 조사할 때 회사 임원을 19분간 동석시키면서 불거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토부 감사가 외부 비난 여론을 의식해 형식적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