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단독 신청시 승인여부 고민… 공식 입장 뒤집어"서류 신청조차 안 받더니"… 금융권, 오락가락 행보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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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의 전제로 요구했던 '노사 합의' 요건을 재검토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갈팡질팡하는 행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측 노사는 작년 11월 조기통합 관련 대화단을 구성키로 구두합의했으나 노동조합 측이 외환은행의 무기계약직 2000여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과 그에 따른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노사협상이 계속 지연되자, 금융당국은 입장을 바꾸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간의 통합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사측이 일방적으로 통합 신청을 할 경우,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들의 이 같은 발언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일관되게 견지해 온 공식 입장과는 전혀 다르다.

신제윤 위원장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두 은행의 통합 추진을 공식화한 작년 7월 이래 "약속은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며, 당연히 노조와의 합의를 전제로 통합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지켜 왔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5년 독립경영 보장 내용을 담은 2·17 합의서를 (노사는) 지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정부입장이 바뀌었다기 보다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중 노사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해 상황이 달라졌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불투명하게 됐으므로 고민 중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위는 '노사합의 없이도 하나·외환은행 통합승인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는 언론보도에 대해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해명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금융위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노사합의가 지켜져야 하는 게 옳지만, 합병은 예정돼 있었던 것"이라며 "은행 수익성이 떨어지는 등 경영 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금융 경영진의 전략은 시도조차 못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합병승인 신청조차 거부하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입장을 바꾸니 혼란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금융당국의 보신주의와 노조의 조직이기주의가 핵심 은행중 하나를 망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위는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부갈등, 이른바 'KB사태' 당시, 임영록 전 지주회장의 징계수위를 경징계에서 중징계로 바꿔 금융권에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야심차게 준비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대기업 금융계열사가 반발하자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의무화 대상에 제2금융권을 제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