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사장, 경영정상화 위한 눈물 머금은 인력 구조조정 노조도 뒤 없는 회사 상황 인지해야…
  • [기자수첩]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놓인 현대중공업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읍참마속'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그룹 전체 임원 262명 중 31%인 81명을 회사에서 내보낸 데 이어, 최근엔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받기로 결정한 것.

    1960년 이전 출생자로 과장급 이상 사무직원 1000~1500여명이 그 대상이다. 이 회사 전체 직원은 약 2만6000명, 사무직원은 1만여명이다. 많게는 사무직원의 15%를 한 번에 감축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을 계획하기까지 권오갑 사장의 심적 부담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많은 임직원들의 원성을 독박 쓸 수 있지만, 회사를 살리러 온 권 사장 입장에서는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3조원이 넘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쌓은 상태다. 침체에 빠진 조선경기는 살아날 줄을 모르고 있고 향후 시장상황 역시 불투명하다. 현대중공업은 올해는 반드시 흑자전환에 나선다지만 이에 의문을 품는 사람도 많다

    배가 물밑으로 점차 가라앉고 있으니, 다시 항해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배를 가볍게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서 7개 사업본부 아래 부문 단위도 58개에서 45개로 줄였고, 전체부서도 432개에서 406개로 축소했다. 현대중공업, 미포조선, 삼호중공업으로 나눠져 있던 영업조직도 하나로 통합했다. 또 대규모 적자 부서 중 하나인 플랜트 사업부를 해양 사업부와 합쳐 '해양플랜트사업본부'로 개편했다.

    중복되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쳐내는 등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맨다는 방침이다. 권 사장 보인도 경영정상화까지 일체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통상임금과 관련한 인건비는 여전히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신증권 전재천 연구원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 반영돼 현대중공업의 연간 인건비만 4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고의 조선소라는 타이틀답게 세계 최고의 기술력, 세계 최고 수준의 임금 및 복지혜택 등을 자랑한다. 그러나 뒤처지는 부분들도 있다. 호봉제로 운영되던 임금체계와 늘 상 도사리는 노조리스크가 바로 그것이다.

    그래도 권 사장 부임 후 호봉제 시스템은 연봉제로 바뀌게 됐다. 생산직근로자들의 경우 어느 조선소든 간에 호봉제 임금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사무직원들까지 호봉제가 적용되는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경쟁사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연봉제가 도입된 지 오래다.

    단순히 매년 일정 금액의 임금이 올라가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나 놀면서 일하는 사람이나 똑같은 월급을 받는다면 근로의욕은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고, 회사 경쟁력도 점차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열심히 하는 만큼 결과로 돌아와 임직원 개인도 더 나은 보상을 받을 수 있고, 회사도 살아날 수 있게 된다.

    노조리스크가 가장 문제다. 현대중공업의 위상과 기술력 등은 2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성장을 이뤘는데, 노조원들의 마음가짐은 오히려 퇴보했다는 지적들도 나온다. 우리 회사를 최고로 만들겠다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이바지하겠다는 그런 마음가짐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수년간 임금 인상폭이 적었다는 것이 그들의 가장 큰 불만이다. 그리고 같이 울산에 있는 현대차 노조들의 임금과 직접 비교를 한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1등 조선소이지만 연간 매출액 규모가 54조원이고 수년 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11년 약 4조5000억원에서 2013년 8000억원대까지 떨어졌다. 2014년에는 아예 3조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판매량 기준 세계 5위 자동차 업체다. 세계 5위인데도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 87조원을 기록했고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도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계속해 8조원을 넘게 기록 중이다.

    사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임금을 직접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것이다. 지금 임금수준도 지난 2007년 조선업계의 전성기 시절에 맞춰져 있어 회사가 느끼는 압박은 어마어마하다.

    노조원들의 마음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나 '왜 하필 지금'이냐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20년 만의 파업을 벌이는 등 임금협상 문제로 해를 넘기면서 까지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회사가 인력 구조조정에 까지 손을 댔다는 것은 뒤가 없는 상황에까지 몰렸다는 것이다. 노조원들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이뤄진다면 당장은 아닐지라도 얼마 못가 노조도, 사측도 다 같이 공멸할 수 있다.

    저렴한 인건비에 기술력까지 갖춰가는 중국의 추격은 이미 턱밑까지 쫓아왔고, 구조조정을 마친 일본 역시 엔저를 등에 업고 재도약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당장의 욕심은 버리고 회사가 다시 살아났을 때, 그 때 원하는 수준의 임금인상을 보장받으면 된다.

    희망적인 부분들도 있다. 현대중공업이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젊은 핵심인재를 육성한다는 취지로 대리, 과장급의 승진률을 각각 20%씩 상향 조정했다. 특진비율도 2013년 8%에서 10%로 높였고, 특진연한도 -2년으로 확대했다.

    1등을 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고들 한다. 현대중공업은 뼈를 깎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완전히 다른 조직으로 혁신하고 있다. 이제 노조도 바뀌어야 한다. 회사를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노사가 똘똘 뭉쳐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나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