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력 없고 예외규정 포함돼 실효성 의문

  • 앞으로 금융회사들은 이사회의 회의 내용과 사외이사의 각종 활동, 자세한 보수 지급내역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최고경영자를 승계하는 과정도 매뉴얼에 따라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강제성이 없는데다, 보고서 작성 의무를 피해갈 수 있는 예외규정이 포함됐다는 점 때문에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지주·은행·보험사 등 금융사 118곳은 최근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맞춘 '연차보고서 작성기준'을 확정했으며 조만간 보고서를 각 금융협회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사외이사 퇴진 문제로 홍역을 치른 KB사태 이후 금융위원회는 금융사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모범규준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금융사는 사외이사가 이사회나 내부 위원회에 몇 차례 참석했는지, 회의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의견은 무엇인지 등은 물론, 활동 시간까지 체크해 연차보고서에 담아야 한다.


    사외이사가 받는 회의참가수당, 직책수당 등 각종 명목의 수당 역시 항목별로 자세히 기술하도록 규정됐다.


    건강검진 등 의료비 지원이 있었다면 몇 차례였는지, 제공되는 차량의 연식은 무엇인지, 별도 사무실을 쓰고 있다면 면적이나 임차료는 어떻게 되는지 등 지원금액이 산출된 근거도 포함돼야 한다.


    '업무활동비' 명목으로 지급된 돈이나, 기타 제공받은 편익 중 금액으로 환산 불가능한 부분까지도 전부 기재해야 한다.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때에는 추천자와 후보자가 친족관계, 고등학교 이후 교우관계, 같은 기관에서 함께 근무한 관계 등을 엄밀히 공개하도록 했다.


    사외이사 평가는 외부 기관의 조언을 받아 실시한 뒤 결과를 연차보고서를 통해 공시해야 한다.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출 과정도 엄격한 기준에 맞춰 공개된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해놓지 않은 모든 금융사는 앞으로 CEO 승계 프로그램과 구체적 승계절차를 담은 내부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CEO 후보들이 추천된 경로, 경영승계 사유가 발생한 이후의 의사결정 과정까지 상세하게 연차보고서에 담겨야 한다.


    금융위는 이와 같은 내용들을 담은 연차보고서를 각 금융사별로 오는 2∼3월까지 공시하도록 했다.

    앞으로 금융사들은 매년 정기주주총회 20일 전까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보고서를 공개한 뒤 주주총회에 이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가 마련한 기준은 연차보고서를 작성하지 못하는 경우 그 이유를 써내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예외규정을 뒀다. 이는 국내 감독기준을 따르기 힘든 외국계 회사들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되지만, 애초 강제력이 없는 보고서 공개 규정의 실효성이 더욱 약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욱이 앞서 당국이 모범규준을 들고 나올 때 재계와 금융권이 '경영권 제약'을 주장하며 반발했던 점을 고려하면, 금융사 입장에서 가장 민감할 수 있는 CEO 승계절차 공개 등 부분에서 향후 어느 정도까지 공개에 응할지도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