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유통 공룡' 11곳 입찰···대기업 3곳, 중기 4곳 선정 예상
"롯데·신라, 수익성 높은 시내면세점만 주력"
"공항면세점 고급화 한계" 지적

  •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국내 '유통 공룡'들의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다.

    기존 사업자인 롯데·신라면세점 뿐만 아니라 신세계 등 탄탄한 유통대기업이 가세하면서 치열한 면세점 쟁탈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업계에 따르면 이날 '인천국제공항 3기 면세사업권' 입찰엔 총 11개 기업이 참여했다.

    면세영업장의 일반기업 구역(대기업·외국계기업, 8개 권역)에는 롯데면세점·호텔신라·신세계 등 5곳이 입찰에 나섰다. 또 중소·중견기업 구역(4개 권역·자본금 10억 원 이상)에는 시티플러스·에스엠이즈듀티프리·동화면세점·참존·엔타스 등이 면세사업권을 신청했다.

    이 업체들 중 대기업은 최소 3곳, 중소·중견기업 중 4곳이 사업권을 따게 된다. 총 12개 구역으로 나뉜 면세영업장 중에서 기업들은 각 그룹에서 1개씩 모두 3~4개 구역의 입점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면세점 입찰은 사업제안 60%와 가격 40%를 평가해 선정되고, 새 사업자는 9월부터 5년간 면세점을 운영하게 된다.


    ◇문 열면 적자···"자금력 좋은 대기업 우세"
      롯데·신라 독과점 부작용 우려 속 신세계 '새 얼굴' 유력

    '유통가의 꽃'으로 국내 면세점 시장의 25%나 차지하는 인천공항 면세점의 총 매출은 1조9498억원으로 세계 1위 수준이다.

    해외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상품 원가 절감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대형 유통업체들은 물론, 중소·중견기업 외 세계 2위 면세업체 듀프리 등 외국의 주요 면세점까지도 입찰을 노리고 있다.

    다만 비싼 임대료가 큰 골칫거리다. 공항 면세점 자체의 수익성은 그 만큼 좋지 않다. 지난해 매출의 30%가 임차료로 나간 데다 3기 임차료는 여기에 20%가 더 오를 것으로 알려져 기업들의 부담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는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지난해 300억 원대 적자를 냈다.

    이 때문에 중소·중견기업의 감당 여부도 논의되고 있다. 인천공항에 중소·중견기업만을 위한 전용 구역이 따로 할당됐지만 이런 높은 임대료를 베팅할 수 있을지 업계는 우려하는 바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사업은 자신의 돈으로 물건을 사고 팔아야 하기때문에 자금력이 충분해야 한다"며 "비싼 공항 면세점 임차료는 물론, 해외 명품 기업과 협상에서도 중소기업은 불리한 위치에 있어 그들의 면세사업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롯데와 신라는 재입점을 자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면세점 운영업체가 늘어나면 규모의 경제가 어려워 수익성이 더 나빠진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사업자가 늘어나 경쟁이 심해질수록 수익이 줄어들고, 사업자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결국에는 공항 전체 면세점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다른 경쟁자들을 견제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면세점 시장 독과점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두 기업 모두 수익성이 좋은 시내점을 보유하고 있어 비싼 임차료가 나가는 인천공항 면세점을 새롭게 개척할 의지가 상당히 낮다는 이유에서다.

    면세점업계 한 관계자는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는 경쟁업체가 없어 선진유통의 시스템 도입 등 혁신의 의지가 적다"면서 "이는 공항면세점의 고급화에 한계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두 기업이 시내점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듯 인천공항은 중국 하이난이나 LA공항에 비해 많이 낙후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롯데와 신라의 시장 독과점에 대한 비판과 논란은 최근 리베이트 문제까지 겹치면서 이 두 기업은 더욱 불리해진 상황이다. 일부 여행사들이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대상으로 특정 면세점에 몰아주고 해당업체에 리베이트를 받은 '관광 리베이트' 건이 노출되면서, 업계는 이러한 사실이 향후 사업자 선정 과정에 평가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신세계로 압축되는 형국이다. 신세계는 백화점·대형마트 등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기존 유통 사업 대신 면세점을 키우기 위해 이번 입찰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평소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을 숙원사업이라고 할 만큼 큰 관심을 보여온 것 외에도 김해공항 입성을 시작으로 면세점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 지난해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한화갤러리아에 간발의 차로 떨어졌던 경험 때문에 이번 입찰가는 공격적으로 써낼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면서 유력한 후보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80년 유통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유통업을 선도해 온 기업으로서 입찰에 성공하면 기존 유통채널과의 시너지가 대단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피력했다.

    한편 신세계 만큼이나 유력 후보군으로 꼽혔던 한화갤러리아는 최종 입찰을 포기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29일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 의향서를 제출했지만 30일 사업 제안서와 가격을 내지 않아 최종 입찰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롯데·신라 등 기존 사업자들도 적자를 내고 있다는 부담 때문에 최종 입찰은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