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격차 좁히며 한국 위협하는 중국
  • 모바일 월드컵으로 불리는 MWC2015(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이하 MWC)가 지난 5일(현지시간) 폐막됐다. '혁신의 최전선(Edge of Innovation)'이라는 올해 MWC 주제와 걸맞게 올해 또한 혁신적인 IT 기기들과 통신 기술 등의 향연이 펼쳐지며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9일 MWC를 주최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 따르면 올해는 2100여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209개국 9만3000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MWC에서는 다시 한 번 한국이 글로벌 모바일 기술을 선도하는 IT 기술 강국임을 증명하는 한편 업계 예상보다 빠른 중국 업체의 기술 추격이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혔다.

    ▲스마트폰·웨어러블·5G·사물인터넷 "한국이 1등"

  • ▲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 ⓒ삼성전자
    ▲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 ⓒ삼성전자


    올해 MWC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단연 삼성전자가 발표한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였다. MWC2015 개막 하루 전날인 1일 '갤럭시 언팩'을 통해 공개된 갤럭시S6·엣지는 가히 MWC의 주인공으로 불릴만큼 전세계 언론과 기업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모았으며 '최고의 모바일 신제품'으로 선정됐다.

    이에 삼성은 지난해 '삼성 기어 핏'에 이어 올해 '갤럭시 S6 엣지'로 2년 연속 '최고의 모바일 신제품'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 ▲ MWC2015 LG전자 부스 내 웨어러블 존 ⓒ김수경 기자
    ▲ MWC2015 LG전자 부스 내 웨어러블 존 ⓒ김수경 기자


    LG전자 G3 또한 애플의 아이폰6와 함께 '최고의 스마트폰상'을 공동 수상하며 스마트폰 강국임을 증명했다.

    무엇보다 올해 LG전자의 존재감을 드러낸 제품은 스마트워치였다. LG전자는 이번 MWC에서 스마트폰 없이도 독자적인 통신이 가능한 ‘LG 워치 어베인 LTE (LG Watch Urbane LTE)’와 클래식한 원형 디자인의 ‘LG 워치 어베인(LG Watch Urbane)’을 공개했다. 특히 세계 최초로 LTE 통신 모듈을 탑재한 워치 어베인 LTE를 이용한 아우디 차량 제어 시연은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화웨이도 MWC에서 화웨이 워치(Huawei Watch), 토크밴드 B2(TalkBand B2) 및 토크밴드 N1(TalkBand N1) 등을 공개했지만 LG전자의 스마트워치 기술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동통신업계의 강력한 화두였던 사물인터넷(IoT)과 5G(이동통신 5세대) 기술도 이번 MWC에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 ▲ SKT 부스 내 마련된 비콘 플랫폼 시연 코너 ⓒ김수경 기자
    ▲ SKT 부스 내 마련된 비콘 플랫폼 시연 코너 ⓒ김수경 기자


    국내 통신사 중 유일하게 단독 부스를 운영한 SK텔레콤은 블루투스 비콘과 구글 글라스를 결합해 개발한 새로운 위치 기반 서비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으며 LTE보다 100배 빠른 '밀리미터 웨이브' 네트워크 기술, 5G 플랫폼 'Be-Me 플랫폼'과 바코드로 쇼핑을 즐기는 '스마트 쇼퍼' 등의 기술을 선보였다.

  • ▲ KT-노키아가 협력해 선보인 5G 시연 존 ⓒ김수경 기자
    ▲ KT-노키아가 협력해 선보인 5G 시연 존 ⓒ김수경 기자


    KT는 코웨이와 협력해 IoT 기반의 '스마트 홈 케어' 서비스를 선보이는 한편,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개발한 5G 핵심기술 밀리미터파(Millimeter Wave) 기술을 활용한 홀로그램 시연, 노키아(Nokia)와 함께 개발한 주파수 2개를 묶어 빠른 속도의 다운로드와 업로드를 동시에 서비스할 수 있는 기술 외에도 전자 칠판과 전자 투표 시스템 등을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했다.

  • ▲ LG유플러스 부스 내 설치된 매직미러 ⓒ김수경 기자
    ▲ LG유플러스 부스 내 설치된 매직미러 ⓒ김수경 기자


    LG전자 부스 내에 자리잡은 LG유플러스는 집을 비워도 스마트폰으로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홈매니저’, 거울만 봐도 피부 상태를 진단하는 ‘매직미러’, 가정용 홈 CCTV 등을 시연해 눈길을 끌었다.

    MWC 기조연설자로 나서 5G 시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황창규 KT 회장은 "5G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국가의 운명이 걸린 기술이기도 하다"면서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5G 기술로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기술 표준화를 이루는 것이 시급하다. 또 5G 인프라 구축은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장비업체,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제조업체 등 모두가 함께 이끄는 오픈 이노베이션 콘셉트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중국의 맹추격...기술격차 점차 좁히며 한국 위협

  • ▲ 1번 홀에 별도로 마련된 화웨이 비공개 부스 내부 ⓒ김수경 기자
    ▲ 1번 홀에 별도로 마련된 화웨이 비공개 부스 내부 ⓒ김수경 기자


    올해 MWC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맹추격이 매섭게 느껴졌다. 특히 화웨이와 ZTE는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색상과 디자인에까지 신경쓰며 글로벌 기업들과의 기술·디자인 격차를 더욱 좁혀갔다.

    특히 화웨이의 약진이 도드라졌다. 화웨이는 이번 MWC2015의 공식 스폰서를 맡아 모든 참관객들의 출입카드 목걸이를 화웨이 로고가 박힌 붉은색 줄로 맞추는가 하면 행사장 3번 홀에 위치한 삼성전자와 LG전자 부스 바로 앞에 부스를 마련해 정면으로 한국 업체에 도전장을 내민 듯한 느낌을 줬다.

    또한 화웨이는 1번 홀에 파트너사와 고객사만을 위한 초호화판 비공개 부스를 꾸렸다. 비공개홀 부스 규모만 삼성전자 부스의 약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야외 옥상 정원에는 고급 연회장을 방불케하는 호화스러운 휴식공간을 마련하는 등 이번 MWC2015에 상당한 공을 들인 모양새다.

  • ▲ 1번 홀 화웨이 비공개 부스 내 야외 정원 ⓒ김수경 기자
    ▲ 1번 홀 화웨이 비공개 부스 내 야외 정원 ⓒ김수경 기자


    초대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화웨이 비공개 홀에는 일반 부스에서는 볼 수 없는 화웨이 워치와 고밀도 데이터 센터 및 서비스 서버 기술 등 네트워크 기술 및 장비·솔루션 등이 대거 전시 돼 있었다. 전시 기간 내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던 곳 또한 1번 홀의 화웨이 비공개관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MWC2014에서 한국과 중국 업체의 기술 격차를 최소 9개월, IFA는 6~7개월로 이야기했는데 MWC2015에서는 그 격차가 2~4개월로 대폭 줄었다"면서 "물론 기술적 측면이나 디테일 부문에서 중국 업체 제품이 조금 모자라기는 하지만 이번 MWC에서 한국 업체 대비 80~90% 수준의 제품을 모두 선보였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한국 업체들은 메탈, 유리를 적용하는 등 고급감을 더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로 앞서가고 있어 한국 업체의 시장 주도는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정도 속도라면 중국 업체의 추격을 마냥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는 하드웨어에 관한 부분일 뿐, 아직까지 소프트웨어나 서비스에서는 중국 업체가 한국 업체를 넘어서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글로벌 표준과는 별도로 중국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중국 업체들이 상당한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마냥 안심하고 있을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편 통신 업계에서는 5G 상용화 시기를 오는 2020년으로 점치고 있다. 아직까지는 한국이 5G 기술에서 한 발 앞서 있다는 반응이 우세하지만, 화웨이가 5G 시범사업을 위해 일본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NTT 도코모와 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2018년까지 5G 기술 연구에 6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앞으로 누가 먼저 5G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국제 기술 표준화를 주도하게 될 지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SK텔레콤은 삼성전자, 인텔, 쿠무네트웍스 등 업체들과 함께 5G 기술을 대비하고 있으며 KT는 중국 차이나모바일, 일본 NTT도코모와 기술 협력을 진행하며 LG유플러스는 노키아, 시스코, 화웨이 등과 기술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