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부활 이끈 업계 대표 전문경영인
미완의 '북미 상륙'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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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자동차 산업의 '산증인'인 쌍용자동차 이유일 사장(72, 사진)이 지난 24일 주주총회를 마지막 일정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45년 동안 오직 자동차분야에서 한우물을 파 온 그는 지난 1월 티볼리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떠날 때가 된 것 같다"면서 홀연히 퇴진을 선언했다. 25일 쌍용차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업계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인 이 전 사장은 경영에서 손을 떼지만 쌍용차 고문으로 물러나 신임 최종식 사장과 호흡을 이어간다. 

    그의 퇴임 일성은 비교적 간명했다. 이 전 사장은 "할 만큼 했다. 이제 때가 된 것 같다. 쌍용차를 SUV 명가로서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겠다는 목표가 이뤄진 만큼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40여개월 심혈을 기울였던 티볼리를 가장 먼저 살펴본 지난해 말 진퇴를 결정한 뒤 주변정리를 해왔다고 쌍용차 인사들은 전했다.

    서울 출신인 이 전 사장은 1969년 현대차에 입사해 45년 넘게 자동차 분야를 지킨 몇 안되는 전문경영인이다. 특히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의 공동관리인으로 옮긴 이후,  2011년 사장을 맡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뒤 4년 동안 '쌍용차 부활'을 이끈 업계 대표적인 CEO다.

    이 전 사장은 쌍용차가 위기의 순간에도 노사간 이슈를 선점하며 5년 연속 무분규를 달성, 상생의 노사문화 구축이라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리더였다. 무엇보다 신차 출시 없이 상품성 개선모델 만으로 5년 연속 내수판매 증가세를 기록하며 2년 연속 14만대 판매를 돌파한 일은  지금도 가장 보람있는 기억의 하나로 간직하고 있다.

  • 그는 마지막 주총자리에서 "쌍용차가 시장의 인정을 받고 노사 협조체제까지 흔들림없이 성장했던 핵심은 우리가 SUV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확립해온 결과"라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인도 최대 그룹인 마힌드라와 M&A를 성사시키고, 코란도C 티볼리 등을 잇달아 성공시킨 일은 만성적자 쌍용차 재건의 ‘전설’이다. 이 덕에 ‘SUV 명가’라는 쌍용차를 대표하는 간판 모토가 재부상했다.

    평소 부지런한 성품으로 직원들의 존경을 받았다. 직장생활 내내 단 한번도 8시 출근시간을 어긴 일이 없다고 한다. 이 전 사장은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게 된 것은 축복"이라며 "회사가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노력해 달라"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이 전 사장은 쌍용차에 여전히 숙제가 쌓여있다는 것을 안다. 주력 수출무대인 러시아 시장의 침체로 비상이 걸렸고, 티볼리의 성공적인 해외 런칭도 지켜봐야한다. 특히 그의 숙원 사업이었던 미국 시장 진출도 진행형이다.

    그는 퇴진 선언 직후인 연초 미국 현지로 날아가 후임을 위한 정지 작업을 하기도 했다. '미완의 북미 상륙 작전'. 이 전 사장이 최종식 신임 사장의 '러닝 메이트'로 여전히 유효하다는 데 여운이 남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