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 이사국으로 투자승인 등 권한 확보해야
  • 한국의 AIIB 출자규모가 3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상임이사국으로 위상과 규모에 걸맞는 부총재직 이상의 자리 확보가 요구된다ⓒ SBS 캡처
    ▲ 한국의 AIIB 출자규모가 3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상임이사국으로 위상과 규모에 걸맞는 부총재직 이상의 자리 확보가 요구된다ⓒ SBS 캡처

     

    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가 확정되면서 지분규모와 지배구조 참여 등 구체적인 가입조건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적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사회 참여가 필수적이다. 투자 사업 승인 주체를 이사회보다 본부 경영진 위주로 설정했던 중국은 최근 이사회를 상임체제로 바꾸고 승인 권한도 이사회가 행사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중간 물밑 교섭에 따른 결과다.

     

    부총재직 이상의 고위급 자리 확보도 관건이다. 중국은 한국에 러브콜을 보냈던 지난 8개월 간 계속 부총재직을 한국 몫으로 할 것이라는 의사를 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가입국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변수가 생기고 있다.

     

    저마다 AIIB 내의 인사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여기면서 물밑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분율과 출자규모, 지배구조 참여 등을 감안할 때 부총재직은 반드시 확보해야 할 마지노 선으로 보고 있다.

     

  • AIIB 설립 1차 MOU 체결국가들의 정상들ⓒ
    ▲ AIIB 설립 1차 MOU 체결국가들의 정상들ⓒ

     

    한동안 AIIB 서울 본부 유치 움직임도 있었지만 가능성은 높지않다. 인도네시아 등도 공개적으로 본부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데다 이미 베이징 설립을 확정한 중국의 양보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초미의 관심사인 지분율은 창립회원국 프리미엄 등을 감안할 때 6% 정도, 출자규모는 20억~30억 달러선이 예상된다.

     

    AIIB는 그동안 1차 500억 달러의 자본금 절반을 중국이 부담하고 역내국가가 70%, 역외국가들이 30%를 분담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중국 독식화에 대한 우려는 여기에서 비롯됐다. 한국과 서방국가들의 잇단 참여로 국제금융기구로서의 모양새를 갖추게 되자 중국은 각국의 우려를 인식해 자본참여를 30% 수준으로 낮추는데 동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27일 IDB 연차총회가 열리는 부산에서 "중국이 AIIB 납입자본금을 100억달러 대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송인창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도 중국의 지분율이 50%에 달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 "AIIB 참가국이 적을 때의 이야기"라며 "현재 (한국을 포함해) 36개국인데, 추가적으로 늘어나면 중국의 지분율은 50%보다 한참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국가별 GDP 수준과 역내외 국가간 차별을 두겠다는 방침아래 당장 다음달부터 구체적인 분담액 논의가 시작된다. 미국과 일본이 빠진 상태에서 한국의 분담액은 중국 인도에 이어 세번째 수준이 될 전망이다.

     

  • 지난해 열린 AIIB 참여예정국가들의 회의 모습ⓒ
    ▲ 지난해 열린 AIIB 참여예정국가들의 회의 모습ⓒ

     

    한국의 참여결정으로 중국이나 AIIB는 비로소 국제기구로서의 위상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기왕에 참여를 선언한 30여개국 중 서방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이 중국 입김 아래의 동남아 국가들로 일부에서는 중화권 모임이라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각국의 형편도 그다지 넉넉치 못해 출자금 마련도 쉽지않은 일이었다.

     

    또 AIIB의 성격이 ADB와 차별되는 인프라 개발 투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간접자본에 집약적인 발전경험을 갖고 있는 한국의 합류는 날개를 단 격이 된다. 사실 지난해부터 중국과 밀당을 벌여온 우리정부도 이같은 이유로 전략적으로 유리한 가입조건 확보에 더많은 신경을 써 왔었다.

     

    이제 중국이 미국의 우려를 딛고 AIIB에 동참한 한국에게 약속했던 훙리(紅利·큰 보너스)를 줘야 한다.

     

    한편 미국은 미국은 AIIB에 한국 정부가 참여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각국의 결정사항"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그동안 줄기차게 강조해 온 기구 운영의 '투명성'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의 가입 여부에 대해서는 "참여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만 언급했다.

     

  • AIIB 참여국 현황ⓒ
    ▲ AIIB 참여국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