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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경제 이보영 기자

    [취재수첩]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12월 초, 전국민을 떠들썩하게 한 '땅콩 회항'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구속된지도 100일을 넘어섰다.

    이번 사건은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와 맞물려 당초 예상보다 사건은 더 크게 번졌고, 국민들의 분노는 아직까지도 진행형이다.

    예전 같았으면 불구속 수사로 다뤄질 재벌 관련 사건들도, 요새는 여론에 조명받기 시작하면 최소 '구속수사'가 원칙이 됐다. '법의 잣대'와 '여론의 잣대'의 무게를 따지고 보면 사실상 후자가 더 무겁고 무섭다.

    얼마 전 조 전 부사장에 대한 항소심을 앞두고 '조 전 부사장의 심리가 상당히 불안정하다'며 '쌍둥이 아이를 보고싶어 한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대한항공 법무팀 관계자의 말을 빌려 "조현아, 불면증과 심리불안 호소", "조현아, 쌍둥이 아들 보고싶다" 등의 기사가 쏟아지자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조 전 부사장이 "심리가 불안하니 용서해달라" 혹은 "아이가 보고싶으니 나 좀 봐달라"고 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마치 조 전 부사장이 동정심을 얻어 재판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려고 한다는 듯 그를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조 전 부사장의 잘잘못을 떠나 누구라도 교도소에서의 수감 생활은 무섭고 두렵기 마련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교도소 안에서의 생활은 버겁고 힘들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희노애락의 표현마저 조 전 부사장에게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일까?

    비행 중 취객이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소란을 피우는 등의 사건은 종종 발생한다. 당시 사건의 경중에 따라 처벌의 수위가 정해지지만, 대부분 해프닝으로 넘기기 일쑤였다.

    비행 중인 항공기 내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제지하는 승무원들을 밀치고 막무가내식의 행동을 하는 등 그야말로 항공기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우리는 물론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해서 비난의 목소리를 내긴 하지만 '땅콩 회항'사건처럼 그에 대한 분노가 오래가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제 사건을 좀 더 객관적이게 바라봐야 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야하는 것이지, 재벌이라고 해서 또는 가진 자라고 해서 '여론을 의식한 잣대'를 세우는 것은 옳지 못하다.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재판 때마다 조 전 부사장을 보고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한 기업의 중책을 맡은 조 전 부사장 역시 우리와 똑같이 실수가 많은 사람인지라,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 본인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지 않았을까?

    당시 사건만 보면 조 전 부사장의 명백한 갑질이 맞다. 그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자신의 잘못을 뒤돌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저 앞으로 나의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지, 혹은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등의 생각에 빠져 올바른 사리분별이 불가능할 때도 있다.

    조 전 부사장 역시 사건 발생 이후 불같은 여론에 올바른 상황 판단을 하기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장 먼저 피해자인 사무장과 해당 승무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는 게 우선이였지만, 사건을 잠재우기 위해 급급해 '우(愚)'를 범하고 말았다.

    어쩌면 항공기를 리턴시킨 '땅콩 회항' 사건 자체보다도, 그 이후 조 전 부사장이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는 등의 태도에 국민들은 더 반감을 가졌을 것이다.

    이 또한 조 전 부사장뿐만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기업인 혹은 오너 일가, 재벌 등이 짊어지고 가야 할 숙명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수천, 수만의 직원들을 지휘하거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경우 더더욱 자신의 행동에 조심해야 한다.

    국민들도 '무전유죄', '유전무죄' 등 사건의 본질과 달리, 당사자의 배경 등을 보고 잘잘못을 판단한다면 '공평한 법'은 더이상 무의미하다. 가진게 많다고 해서 더 엄중한 법의 잣대로 사건을 바라보는 '유전유죄' 역시 '무전유죄'와 똑같이 가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