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 "세월호는 인재" VS 해수부 "선박 안전 선순환 구조 필요"해수부, 7월까지 해운법 시행규칙 개정…선령 제한 30→25년으로 강화
  • ▲ 씨스타크루즈에서 승객들이 내리고 있다.ⓒ뉴데일리경제DB
    ▲ 씨스타크루즈에서 승객들이 내리고 있다.ⓒ뉴데일리경제DB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낡은 연안여객선의 안전 운항에 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선령(배의 나이) 25년을 넘긴 노후 선박을 퇴출할 예정인 가운데 적정성을 놓고 논란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선사 측은 세월호 참사는 낡은 배가 아니라 과적, 복원력 상실 등 인적 과실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견해다. 반면 해양수산부는 노후 선박의 사고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일본 등 해양 선진국처럼 선박 생애에 관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태도다.


    해수부는 지난 6일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 중점 추진 중인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개선현황'을 발표했다. 선박·설비 기준 강화와 관련해선 카페리 등 여객·화물겸용 여객선의 선령을 최대 30년에서 25년으로 낮추기 위해 7월까지 해운법 시행규칙을 고칠 방침이다. 카페리 등의 선령을 20년으로 제한하되 매년 엄격한 연장검사를 받는 조건으로 최대 5년까지 연장 운항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연안여객선 선령 제한은 이명박 정부 때 규제 완화 차원에서 기존 20년이던 것을 최대 30년으로 연장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이번에 다시 25년으로 낮추는 셈이다.


    세월호의 경우 청해진해운이 일본에서 선령 18년으로 퇴역한 여객선을 2012년 사들여와 운항해왔다. 지난해 사고 당시 선령은 21년이었다. 선령 제한 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청해진해운이 사실상 2년밖에 사용 못 할 세월호를 사올리는 없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정부의 선령 제한에 대해 선사 측은 세월호 참사와 낡은 배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선령 제한의 적정성에 문제를 제기한다. 세월호 참사가 선박의 노후화가 아니라 안전 운항의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인재였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말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은 특별조사보고서를 통해 세월호 사고가 복원성을 무시하고 과다하게 적재한 화물과 조타수의 부적절한 조타로 일어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2012년 국내 도입 후 중축 개조로 복원성이 현저히 약화됐고, 출발 당시 과다한 화물 적재로 복원력을 잃어버릴 수 있는 상태에서 부적절한 조타로 말미암아 선체가 급회전하면서 배가 기울어 침수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목포~제주를 오가는 카페리 여객선인 씨스타크루즈호의 김철수 선장은 지난 14일 해사안전감독관의 현장 안전점검 과정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세월호 침몰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당시 시스템에 따라 (선장과 선원이) 제때 퇴선 명령만 내렸더라면 그렇게 큰 희생은 없었을 텐데 안타깝다"면서 "선령은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관리가 중요하다"고 선령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씨스타크루즈의 경우 올해로 선령 25년이 됐지만, 관리를 잘했기 때문에 문제없이 운항하고 있다"며 "(세월호는) 규정을 어긴 과적과 그에 따른 복원력 상실이 문제였다"고 부연했다.


    기관실에서 만난 직원도 "선형이 같은 카페리라도 새 배보다 3~5년 운영한 배가 더 비싸게 팔린다"며 "선령의 의미는 배가 진수한 지 얼마가 지났다는 것이지, 단순히 선령이 오래됐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직원은 "배마다 특성과 관리상태가 다른데도 세월호 사고 이후 모든 국내 연안여객선이 다 위험하다는 식의 시각이 있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세월호가 구조변경이나 안전점검 과정에서 관리·감독기관의 엄격한 잣대를 통과하고 운항 과정에서 안전 규정을 지켰다면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여객선은 특성상 단 한 번의 사고로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낼 수 있는 만큼 선박의 안전관리를 위해 낡은 배는 퇴역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선령 제한 완화는 국내 해운사들이 가입한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이 줄곧 주장해온 것으로, 새 배 또는 다른 중고선을 사는 데 드는 기업의 비용부담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선사로선 선령 제한이 완화돼야 낡은 중고배를 싼값에 사와 개조한 뒤 운영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선령 제한을 완화하면 여객선 선령이 높아져서 연안여객선 대부분이 노후선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해수부 관계자는 "일부 선사는 선령 제한 완화에 따른 경제적 효과로 2008년 국무총리실 산하 국민권익위원회가 낸 보도자료를 들어 연간 200억원쯤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같은 해 한국해양수산연수원 부설 선박운항기술연구소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선령 25년을 넘긴 선박이 여객사고를 동반하는 해양사고를 낼 경우 연간 250억원보다 많은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비난이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