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1만3천명 CT분석 결과, 0.1%에서만 집중관리 필요 CT환자 98.4%, 자연 상태에서 노출되는 방사선 피폭량보다 적어
  • #1 갑작스럽게 배가 아픈 6살 채은이가 새벽에 부모님과 함께 응급실을 찾았다. X-ray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은 없었으나 혈액 검사에서 염증수치가 높아 CT를 찍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채은이 부모는 CT검사를 찍어야 할지 망설여졌다. 2년 전에도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져 머리 CT를 찍었기에 방사선 노출이 아이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진으로부터 채은이가 노출된 방사선 피폭량이 자연 방사선량보다도 적은 수치라는 설명을 듣고 안심하고 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2 복부 종양으로 치료받고 있는 8살 지수는 종양 제거 수술 후 항암제 치료를 받으면서 주기적으로 상태 확인을 위해 CT를 찍었지만 방사선 노출이 해가 되지는 않을지 부모의 걱정은 늘어갔다. 실제로 지수가 5년 동안 찍은 CT는 총 26회였고, 지수의 나이와 성별 검사 부위 등을 정밀하게 분석해 5년간 축적 방사선량을 계산한 결과 방사선 피폭량은 총 37mSv(밀리시버트)였다. 이는 연간 7.4mSv에 해당하는 수치로 집중관리가 필요해 향후 CT 대신 전신 MRI를 사용, 총 방사선 피폭량을 줄이기로 했다.

     

  • 구현우 교수가 복부종양 소아의 CT를 촬영하고 있다.ⓒ서울아산병원
    ▲ 구현우 교수가 복부종양 소아의 CT를 촬영하고 있다.ⓒ서울아산병원

     

    이와 같이 의료용 진단장비로 인한 방사선 노출에 대한 우려가 깊은 가운데, 소아에서 진단 검사용 CT 검사를 방사선 피폭 걱정이 없도록 관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아산재단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구현우 교수팀이 2006년 8월부터 2011년 7월까지 5년간 서울아산병원에서 CT를 찍은 15세 미만 소아 1만3천803명의 실제 방사선 노출량을 개별적으로 분석한 결과, 98.4%의 소아에서 연간 2mSv(밀리시버트)이하의 수치를 보였다.

     

    이는 CT를 한 번도 찍지 않은 일상생활 중 자연적으로 노출되는 연간 자연 방사능 피폭량 2.5mSv보다 낮은 수치로 진단 검사용 CT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결과다.

     

    또한 일반적으로 100mSv이상의 방사선 피폭은 평생 암 발생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번 연구 결과, 5년간 축적 방사선 노출량이 30mSv를 넘어 집중관리가 필요한 경우는 전체 환자의 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결과는 반드시 필요한 검사임에도 방사선 피폭량에 대한 걱정 때문에 검사를 꺼리거나 거부하는 부모들에게 소아에서 진단 CT 검사의 안전성 및 신뢰성을 높이고, 의료진들에게는 환자별 방사선 노출량 관리에 중요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다른 연구에서는 검사부위에 따른 전형적인 대푯값으로 측정 방사선량을 계산했기 때문에 실제 개인별 축적 방사선량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1만3천803명 중 5년간 3번 이상 CT를 찍은 931명, 총 5천339건 CT검사에 대해 나이, 성별, 검사부위 그리고 실제 CT 검사 시 적용된 검사조건을 세밀하고 정확하게 고려해 5년간의 방사선 노출량을 계산한 것으로 이는 세계 최초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이번 연구를 통해 △CT 시행 횟수 △한 번 CT검사 시 나오는 방사선의 양 △CT 검사 받는 소아의 질환에 따라서 축적 방사선 노출량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해냈다.

     

    뿐만 아니라, 질환군에 따라 축적 방사선 노출량에 기여하는 영향인자가 다르다는 것도 밝혀냈다. 악성 종양의 경우 CT 검사 당 방사선 노출량과 CT 시행 횟수가 모두 높은 반면 간이식관련 질환에서는 CT검사 당 높은 방사선 노출량이, 수두증에서는 잦은 CT 시행 횟수가 높은 축적 방사선 노출량에 주로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이 환자들에서 CT가 필요할 경우, 진단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저선량 CT 프로토콜을 사용하거나, 가능하면 방사선 노출이 없는 초음파나 MRI로 대체하는 방법 등을 이용하여 방사선 노출에 의한 위험을 개별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구현우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방사선 민감도가 높은 소아에서 세계 최초로 개인별 실제 축적 방사선 피폭량을 5년간 세밀하고 정확하게 추적한 결과로, 향후 진단용 의료방사선 관리에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 구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2000년부터 소아에 맞는 저선량 CT 프로토콜을 개발해 사용해 왔으며 반복된 CT검사에 의한 축적 방사선 노출량이 환자마다 개별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자주 CT 검사를 시행해야 하는 많은 소아 환자들이 안심하고 검사를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영상의학분야 권위지 '소아영상의학회' 최신호에 게재됐다.  

     

  • ⓒ서울아산병원
    ▲ ⓒ서울아산병원